“일하러 갔다가 죽다니…” 대통령 질타 6일 만에 또 근로자 사고
2025-08-04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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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이앤씨 공사 현장서 외국인 근로자 감전 추정 사고
'산업 재해'에 대한 이재명 대통령의 질타에도 불구하고 또 사고가 터졌다.
4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을 맡은 고속도로 공사 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감전으로 추정되는 사고를 당해 의식 불명 상태에 빠졌다.
최근 잇따른 산업재해로 포스코이앤씨 대표이사가 대국민 사과를 발표한 지 엿새 만이다.
광명경찰서와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34분쯤 경기도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1공구 공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의 30대 노동자 A씨가 감전 사고로 추정되는 사고를 당했다.

A씨는 당시 지하 약 18미터 지점의 양수기 펌프를 점검하던 중 쓰러졌고, 함께 작업 중이던 동료가 “사람이 쓰러졌다”고 신고했다. 소방당국은 A씨를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으며,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A씨는 현재 호흡은 회복됐으나 의식은 돌아오지 않은 채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다.
A씨는 해당 현장에 투입된 하도급 업체 소속 근로자로, 약 6개월간 해당 현장에서 근무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사고가 발생한 현장은 국토교통부가 발주하고 포스코이앤씨가 시공을 맡은 광명~서울고속도로 구간으로, 경기도 광명시 가학동과 서울 강서구를 잇는 20.2km 길이의 노선이다.
4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한 익명의 건설 전문가 “양수기 주변에 물이 많아 전기와 접촉할 가능성이 높고, 전날 광명 지역에 비가 내려 평소보다 감전 위험이 컸을 수 있다”고 전했다.
경찰은 A씨가 감전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고 목격자 진술과 현장 관계자 조사를 통해 정확한 사고 경위를 확인 중이다.

앞서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는 자사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 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60대 근로자 사망사고를 계기로 공사 전반에 대한 긴급 안전점검을 실시했다.
당시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대표이사는 29일 사과문을 통해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전 공사 현장의 작업을 무기한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감전 추정 사고가 발생한 광명~서울고속도로 현장은 자체 점검 결과 이상이 없다고 판단해 이날부터 다시 공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이앤씨 측은 “사고가 감전에 의한 것인지 단정할 수는 없고,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며 “현재 작업자는 중환자실에서 치료 중이며, 극단적인 상태는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를 포함해 최근 건설 현장에서 반복되는 산업재해에 대해 정부는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일하러 갔다가 5명이 돌아가셨다고 하는데,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라며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 사고가 나는 건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전국 시도청 형사기동대에 ‘산업재해 전담 수사팀’을 신설하고, 수사지휘체계도 마련할 계획이다. 박성주 국가수사본부장은 4일 정례 간담회를 통해 “고용노동부와의 공조를 바탕으로 전국의 산재 및 중대재해 수사 체계를 정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국토교통부는 사고 경위에 대한 경찰 조사 결과를 토대로 시공사 및 관련 업체에 대한 행정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특히 불법 하도급이 확인될 경우 강도 높은 제재를 예고하고 있다.
이번 사고는 포스코이앤씨가 시공을 맡은 현장에서 발생한 올해 다섯 번째 산업재해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현장에서 추락사고가 있었으며, 4월에는 광명 신안산선 건설현장에서 구조물이 붕괴돼 다수가 다쳤다. 같은 달 대구 주상복합건물 신축현장에서는 또 다른 추락사고도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