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싯줄 칭칭…일주일 전 어미와 헤엄치던 '멸종위기종', 결국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
2025-08-05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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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발견 때만 해도 건강 상태 양호했으나…
낚싯줄 가는 탓에 마찰 심해져 살 더 파고들어
지난달 몸에 폐어구가 걸린 채 발견됐던 새끼 남방큰돌고래가 결국 2주도 안 돼 죽은 채 발견됐다.

지난달 26일 오후 1시 50분께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 앞바다에서 낚싯줄이 꼬리지느러미에 걸린 새끼 남방큰돌고래가 어미와 함께 헤엄치는 장면이 포착됐다.
이 새끼 돌고래는 발견 당시 건강 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이 소식이 전해진 지 약 일주일 만에 해안가에서 죽은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새끼 돌고래는 1m가 조금 넘는 개체로, 태어난 지 불과 두 달도 채 안 된 것으로 추정됐다. 낚싯줄은 새끼 돌고래의 등과 가슴지느러미를 깊게 파고든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승목 다큐제주 감독은 "부패가 많이 진행됐다. 여름 고수온이기 때문에 그런 영향이 있을 거고 (낚싯줄이) 굵은 건 마찰이 덜할 건데 가느니까 마찰이 심해서 결국은 살을 파고드는 칼날 같은 역할을 하게 되는 거다"라고 설명했다.
이뿐만 아니라 꼬리에는 미끼와 떡밥을 담아 물속에서 고기를 유인하는 '카고찌'도 달려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에 따르면 카고찌가 물속에서 계속 유수 저항을 받는 탓에 새끼 돌고래도 헤엄치는 데 상당히 어려움을 겪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사례는 앞서 두 달 전 실종된 남방큰돌고래 '종달'과 유사한 사례로 꼽힌 바 있다. 종달은 2023년 11월 입 주변에 낚싯바늘이 꿰인 채 발견됐다. 꼬리지느러미에는 2.5m가량의 낚싯줄이 늘어진 상태였다.
두 차례 구조 작업이 진행됐지만 지난 5월 다시 낚싯줄에 몸이 감긴 모습이 관찰된 후 자취를 감췄다. 사체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관련 단체들은 종달이 폐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성체보다 폐어구 위협에 취약한 새끼 돌고래, 보호 경종 울려야
제주에는 국제 멸종위기종인 남방큰돌고래가 120마리 정도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올해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지난해에는 9마리의 새끼 남방큰돌고래가 제주 해상에서 죽은 채 발견된 반면 올해는 벌써 5마리나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사체가 발견되지 않은 사례까지 포함하면 실제 피해는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도는 긴급 구조 체계와 해양 쓰레기 수거 시스템을 운영 중이지만 무분별한 낚시 행위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제주 앞바다에서는 돌고래 관광과 선상 낚시가 함께 상품화돼 상업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폐어구는 단순한 쓰레기를 넘어 해양 생태계를 전반적으로 위협하는 요소다. 해류를 따라 이동하며 광범위한 해역에 영향을 미치는 폐어구는 해양 생물들의 이동 경로를 차단하고 산호초나 해조류 서식지를 파괴해 생태계 균형을 무너뜨린다. 먹이사슬의 하위 단계에 있는 생물들이 폐어구에 의해 고사하거나 서식지를 잃게 되면 그 영향은 결국 포식자에까지 전달돼 해양 생태 전반에 연쇄적인 영향을 준다. 또한 플라스틱 재질의 어구가 분해되며 발생하는 미세플라스틱은 생물의 체내에 축적돼 건강을 위협하고 인간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폐어구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더욱 실효성 있는 대응책이 필요하다. 주요 대안으로는 낚시와 어업에 대한 교육 강화, 폐어구 수거 캠페인 확대, 친환경 생분해성 어구의 도입과 같은 기술적 접근이 있다. 어업 종사자와 낚시꾼을 대상으로 한 지속적인 인식 개선 활동도 병행돼야 한다. 해양 쓰레기 발생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특정 해역의 위험도를 분석해 집중 수거 구역을 설정하는 과학 기반의 정책 역시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