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돌림하며 왕따…" 군대에서 고통 받다 식물인간 된 아들

2025-08-05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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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의 어두운 그림자, 한 병사의 고통

군대에서 정신적 고통을 겪다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던 한 병사의 사연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육군 17사단 원현식 일병의 사연이다.

원 일병 이야기는 지난달 MBC '실화탐사대'에서 방영됐고, 이후 상황이 여러 매체를 통해 보도됐다.

원 일병은 지난 2023년 12월 14일 오전 9시 27분, 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혼수상태에 빠졌다. 그는 뇌손상으로 회복이 불가능한 중증 상태에 놓이게 됐다. 원주 한 병원에 누워서 지낸 지 2년째다.

병원에 있는 원현식 일병 / MBC '실화탐사대'
병원에 있는 원현식 일병 / MBC '실화탐사대'

원 일병은 2023년 6월 27일 제3사단 신병교육대에 입대했다. 특별한 정신과 병력은 없었다. 건축전공을 택한 원 일병은 나중에 엄마에게 집을 지어드리는 게 꿈이었다. 그의 친구들은 원 일병의 학창시절을 회상하며 "착하고 순수하고 반에서는 즐거움을 주던 사람"이라 말했다.

이후 운전병으로 훈련을 수료한 뒤 같은 해 9월 1일 제17보병사단에 자대배치를 받았다. 그러나 원 일병은 교육받은 직무와 무관한 신궁 미사일 운용병으로 일방적으로 보직이 변경됐고,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3주간의 교육 없이 9월 21일 고첨도 진지에 곧바로 투입됐다.

원 일병 가족은 '갑작스러운 실무 투입이 업무 미숙과 환경 부적응을 야기했고, 원 일병은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 속에서 우울, 불안, 자살 사고 및 계획 등 적응 장애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18일 실시된 심리검사에서 원 일병은 ‘관심’군으로 분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부대는 관리나 상담 등 어떤 후속 조치도 하지 않았다.

원현식 일병이 부대에 있던 시절 / MBC '실화탐사대'
원현식 일병이 부대에 있던 시절 / MBC '실화탐사대'

오히려 고립된 진지에서 반복되는 실수에 대한 질책, 상급자의 폭언, 욕설 등으로 심리적 압박이 가중되었고, 정신상태는 급속히 악화된 걸로 보인다. 10월 무렵에는 타이레놀과 술을 함께 복용하려 시도하거나 "공포탄으로도 죽을 수 있느냐"는 등 극단적인 선택을 암시하는 말을 했지만 부대 측은 정신과 진료나 보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해당 정보는 부모에게도 전달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후 원 일병은 수도군단 병역심사관리대에 수시 입소됐지만, 부대는 필수적인 현역복무부적합심사 개최를 ‘순번이 밀렸다’며 미뤘다. 11월 2일 심리검사 결과에서도 극단적 선택 위험 ‘주의’ 판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

원 일병 아버지는 "(부대에서) 한명 두명 몰아가면서, 조리돌림하면서 왕따시키고..."라는 주장도 했다. 협박 혐의로 기소된 중대장, 행정보급관은 무죄 판결을 받았다.

원 일병이 전화로 마음의 고통을 털어놓자, 극단적 선택은 생각도 말라며 위로해주던 친구 / MBC '실화탐사대'
원 일병이 전화로 마음의 고통을 털어놓자, 극단적 선택은 생각도 말라며 위로해주던 친구 / MBC '실화탐사대'

원 일병은 현재도 군인 신분이다. 공무상 상해 판정을 받아 군에서 병원비의 약 80%를 지원 받고 있다. 월 병원비는 총 500만 원, 이중 250만 원은 건강보험에서 공제된다. 남은 250만 원의 80%를 군에서 주는 것이다. 하지만 전역자가 되면 지원이 중단된다. 6개월마다 심사를 받아야 하는 탓에 가족들은 매번 탈락에 대한 불안에 떨어야 했다.

결국 지난달 1일 원 일병에 대한 전역 보류 판정이 최종 결정됐으며, 이에 따라 피해자는 향후 전역 심사 전까지 병원비 전액을 국가 지원으로 보장받게 됐다.

home 김민정 기자 wikikmj@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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