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만들어준 텐트에서 놀다가, 80대가 몰던 벤츠에 사망한 12살 주은이

방학이라 할머니댁에 놀러 왔다가 갑자기 차에 치어 숨진 아이의 가슴 아픈 사연이 전해졌다.

사고는 지난달 27일 오후 6시 40분쯤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의 한 주택가에서 발생했다. 사고 당시 가정집 마당에는 텐트가 설치되어 있었으며, 피해 아동은 그 안에서 보드게임과 컵라면 등을 들고 드나들며 놀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차량은 주택 인근 도로에서 우회전하던 중 정면의 주택을 향해 돌진했으며, 이 과정에서 마당 철문을 들이받고 텐트 근처에 있던 아동을 덮쳤다.

피해 아동인 윤주은 양은 당시 사고로 철문에 깔려 중상을 입고, 곧바로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구급차 안에서 사망했다. 사고 차량을 운전한 80대 여성은 브레이크와 가속페달을 혼동해 운전 미숙으로 인한 사고를 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운전자는 현장에서 경찰 조사를 받았으며 현재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운전자는 차량 조작 미숙으로 인해 주택으로 차량이 돌진했고, 우회전하려다 핸들을 과도하게 꺾고 브레이크 대신 가속페달을 밟은 것으로 보인다. 차량은 주택 마당의 철문을 뚫고 진입한 뒤 텐트가 설치된 공간을 덮쳐 아동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다.

경찰은 운전자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사고 원인과 경위를 조사 중이다.

사망한 윤 양의 유족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사고 당시 상황과 심경을 밝혔다. 피해 아동의 부친은 사고 직전까지 가족과 함께 텐트를 설치하고 활동하던 중이었으며, 윤 양 혼자 텐트에 있던 상황에서 사고가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텐트를 마당 중앙에 설치하자고 한 본인의 결정이 사고로 이어졌다는 자책도 이어졌다.

현재까지 운전자는 유족 측에 공식적인 사과나 접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 측은 사고 발생 이후 일주일이 지났음에도 운전자로부터 직접적인 사과 의사도 없었다. 이에 대해 법조계는 보험 처리 여부와 관계없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 혐의가 적용될 수 있으며, 향후 재판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이 사건은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 위험성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다시 한 번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국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해마다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20년에는 3만 1072건이었던 고령 운전자 사고가 2023년에는 4만 2369건으로 약 36.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동안 전체 교통사고 건수가 20만 9654건에서 19만 6349건으로 감소한 것과 비교할 때, 고령 운전자 사고의 비율은 14.8%에서 21.6%로 급등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5년 이래 최고치로, 고령 운전자 관리와 관련된 제도 개선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은 이번 사고에 대해 운전자의 조작 실수 외에도 차량 상태, 현장 구조 등의 요소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있으며, 교통사고 분석 결과에 따라 형사 처벌 여부와 수위가 결정될 전망이다. 사고를 낸 차량은 정비 이력이 확인되고 있으며, 운전자의 면허 상태와 건강 기록 등도 조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이후 지역 주민들은 사고 예방을 위한 도로 개선과 고령 운전자 면허 갱신 기준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관계 당국은 고령자 대상 운전적성검사 제도 강화 및 사고 다발 지역의 교통 환경 점검을 예고하고 있으나, 실질적인 제도 개선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