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느냐 사느냐” 말까지…막노동판 중에서도 가장 힘들다는 일

2025-10-24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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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티만 입고 지팡이 짚는 67세 곰방꾼이 공사장서 살아남는 법

유튜브 채널 ‘잡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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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순을 바라보는 노장(老匠)은 오늘도 지팡이를 짚고 공사장에 선다. 상반신에는 포댓자루, 하반신에는 팬티 한 장만 걸쳤다. 발엔 양말도 없다. 사람들이 수군대든 말든 개의치 않는다. "죽느냐 사느냐, 그 차이야" 그의 목소리는 단단하다.

유튜브 채널 ‘잡인사이드’에 올라온 영상은 단순한 노동자의 하루가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 ‘노동’이 품고 있는 거친 현실, 그리고 그 끝에서 버티는 한 인간의 생존 방식을 날것으로 보여준다.

곰방꾼 A(67) 씨가 벗어던진 건 작업복만이 아니다. 살아남기 위해 그는 체면도, 부끄러움도 내려놨다.

유튜브 채널 ‘잡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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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는 곰방 일을 하며 젊은 시절 무리하게 몸을 썼다. 그때 다리가 망가졌다. "지팡이를 처음부터 짚었으면 이렇게까지 안 됐다"고 그는 말한다. "창피해서 참다가 다리 탈이 난 거야. 아플 때 지팡이 짚었으면 안 그랬다" 그의 말엔 진한 후회가 묻어 있다.

곰방은 건설 현장에서 벽돌, 시멘트, 나무, 합판 같은 자재를 등에 지거나 어깨에 메고 옮기는 일이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경우가 많아 계단을 오르내리며 20~60kg 무게를 나른다. 노동 강도는 상상 이상이다.

하지만 지팡이를 잡는 순간 "쟤 맛이 갔네"라며 현장에서 배제된다. 그래서 누구도 쉽게 지팡이를 들지 못한다. 아파도 참고, 버텨야 한다. 그러다 병을 키우고, 결국 골병든다. A 씨는 단호하게 말한다. "처음부터 지팡이 짚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창피 같은 거 생각하면 안 된다"

공사장은 품위와는 거리가 멀다. A 씨는 현장의 추악한 면면도 숨기지 않는다. 힘센 사람들이 일을 독식하거나 약한 사람을 고의로 쫓아낸다.

"센 사람 하나 잘못 걸리면 일 못 한다. 나도 1년에 서너 번은 참다못해 집에 간 적 있다”

약한 사람이 버티다 못해 빠지면, 남은 인원끼리 그 몫을 나눠 갖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유튜브 채널 ‘잡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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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더위는 막노동꾼의 또 다른 적이다. A 씨는 체온을 식히기 위해 틈틈이 찬물로 샤워한다. 속옷만 입고 일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체온 안 식히면 퍼진다. 뻗어버린다. 먹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열을 빼는 게 중요하다" 옷을 입으면 땀이 빠져나가지 않아 살이 짓무른다. 그래서 양말도 신지 않는다.

식사는 생존의 연료다. A 씨는 근처 집에 들러 밥만 먹고 다시 현장으로 돌아온다. "밥값 아끼는 게 낫다. 외부 음식은 아무리 비싼 걸 먹어도 배고프다"

밥에 단백질 가루를 뿌려 먹는다. "단백질 파우더에 코코아가 들어 있어 밥에 뿌리면 달다. 달걀이랑 다를 거 없다"

A 씨는 체력 관리에도 철저하다. “100% 체력 쓰면 다음 날 일 못 한다. 오늘 버틸 만큼만 써야 한다.” 그는 하루 체력의 90%만 쓴다. 남은 10%는 다음 날을 위한 비축이다.

그는 공사장에서 체면을 벗고, 편견을 벗고, 살아남기 위한 방식만을 택했다. 그리고 지켜낸 건, 하루였다.

유튜브 채널 ‘잡인사이드’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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