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위치 하나 잘못됐을 뿐인데…운전자 90%가 무심코 저지르는 실수

2025-08-06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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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운전자들이 잘 모르는 위험한 운전 습관

매일 수백만 명이 반복하는 운전. 그 중 10명 중 9명이 자신도 모르게 생사를 가르는 위험한 습관을 키우고 있다. 겨우 몇 센티미터 차이일 뿐인데, 그 작은 실수가 큰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운전대를 잡는 순간, 대다수의 운전자가 무심코 빠지는 이 치명적 함정의 정체는 무엇일까.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브레이크 밟았다고 착각했는데…가속페달만 6번 연속

지난 2023년 11월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발생한 택시 사고는 발 위치 실수가 얼마나 치명적인지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60대 택시 기사는 골목에서 우회전 후 3초간 30m를 달리며 가속페달만 6번 밟았다. 마지막 충돌 순간까지 브레이크는 한 번도 밟지 않았다.

운전자는 "분명 브레이크를 밟았다"고 주장했지만, 페달블랙박스와 데이터 분석 결과는 달랐다. 당황한 상황에서 뒤꿈치 고정 없이 발 전체를 움직이다 가속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한 것이다.

지난해 7월 서울 시청역 앞 역주행 참사도 마찬가지였다. 사고기록장치 분석 결과 브레이크를 밟은 기록은 없었고, 사고 직전 5초간 가속페달만 강하게 밟아 시속 100km까지 속도가 올랐다.

페달 조작 위치를 점검 중인 운전자 모습
페달 조작 위치를 점검 중인 운전자 모습

페달 오인 사고, 주차장에서 가장 빈발

페달 오인 사고는 가속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을 헷갈려 발생하는 사고를 말한다. 브레이크를 밟으려다 가속페달을 밟거나, 반대로 가속페달을 밟아야 할 상황에서 브레이크를 밟는 경우다.

특히 주차장이나 저속 주행 상황에서 자주 발생한다. 좁은 공간에서 저속 운전 시 브레이크를 밟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실제로는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때 차량이 예기치 않게 앞으로 튀어나가 벽이나 다른 차량을 들이받는 사고로 이어진다.

갑자기 운행을 멈추거나 방향을 바꿔야 하는 상황에서도 운전자가 긴장해 본능적으로 페달을 밟다가 실수가 발생한다. 급한 마음에 브레이크가 아닌 가속페달을 밟게 되면서 차량이 예상보다 빨리 움직여 사고로 이어진다.

국과수 "급발진 의심 사고 88.2% 페달 오조작 원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2020년부터 2024년 6월까지 접수한 급발진 의심 신고 364건을 분석한 결과, 88.2%인 321건이 페달 오조작으로 결론났다.

특히 2024년 한 해 동안 급발진 감정 의뢰 133건 중 분석 가능한 120건 모두가 페달 오조작으로 밝혀졌다. 급발진 의심 사고는 매년 증가 추세다. 2020년 45건에서 2023년 105건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자동차 페달 블랙박스를 설치하고 있는 모습 / 뉴스1
자동차 페달 블랙박스를 설치하고 있는 모습 / 뉴스1

뒤꿈치 고정이 생명줄…올바른 발 위치는?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올바른 발 위치는 간단하다. 오른발 뒤꿈치를 브레이크 페달 앞 바닥에 고정한 채 발끝만 좌우로 움직여 페달을 조작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운전자는 이 원칙을 지키지 않는다. 발 전체를 들어 올리거나 페달 위에 띄웠다 밟았다 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 오래 운전한 베테랑 운전자조차 뒤꿈치 고정의 중요성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자동차 커뮤니티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뒤꿈치를 바닥에서 떼고 발 전체로 페달을 밟으면 패닉 상황에서 가속페달과 브레이크를 혼동하기 쉽다. 급브레이크가 필요한 순간 차가 제대로 멈추지 않거나 오히려 급가속해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

운전 시 올바른 발 위치. 오른발 뒤꿈치를 브레이크 페달 쪽 바닥에 고정해야 한다.
운전 시 올바른 발 위치. 오른발 뒤꿈치를 브레이크 페달 쪽 바닥에 고정해야 한다.

페달 오인 사고 예방을 위한 5가지 수칙

교통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페달 오인 사고 예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발의 위치를 올바르게 유지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발은 항상 브레이크 페달 근처에 두고, 가속페달을 밟을 때만 잠시 움직이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운전 중 브레이크 페달 위에 발을 살짝 얹어두면 긴급 상황에서도 바로 브레이크를 밟을 수 있다. 또한 굽이 높은 신발이나 슬리퍼 대신 운전에 적합한 평평하고 미끄럽지 않은 신발을 착용해야 한다.

둘째, 브레이크와 가속페달 모두 오른발로만 조작해야 한다. 왼발을 사용하는 경우 긴급 상황에서 반응 속도가 느려지거나 혼동이 올 수 있다.

셋째, 규정 속도를 지키고 좁은 공간에서는 천천히 이동해야 한다. 좁은 공간이나 주차장에서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 서두르다 보면 페달을 헷갈리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넷째, 운전 중 주의 집중을 유지해야 한다. 스마트폰 사용이나 다른 외부 요인으로 인해 집중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실수로 페달을 잘못 밟는 사례가 많이 발생한다.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등의 조작을 최소화하고 운전에만 집중해야 한다.

다섯째, 차량 내 안전 장치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최근 출시되는 차량들은 차선 이탈 방지 시스템, 긴급 제동 시스템 등 운전자가 페달 조작을 잘못했을 때 이를 자동으로 인식하고 제동을 거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페달 오인 사고 발생 시 대처법은?

만약 운전 중 페달 오인 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신속하게 대처해야 사고의 위험과 규모를 줄일 수 있다.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는 상황에서 가속페달을 밟았다고 느껴지면 당황하지 말고 빠르게 발을 브레이크로 옮겨야 한다. 평소 브레이크 위치를 기억하고 빠르게 반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페달을 잘못 밟아 의도치 않은 직진을 하게 되었다면 핸들을 빠르게 조작하여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특히 주변에 장애물이나 사람이 있을 경우 충돌을 피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자동 긴급 제동 장치나 충돌 방지 시스템을 갖춘 차량이라면 기능의 사용법을 미리 숙지해두고 긴급 상황 시 적극 활용해야 한다. 이때 침착하게 기능의 작동을 지켜보면서 동시에 핸들 조작 등 직접적인 차량 제어도 놓치지 않아야 한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운전 습관 교정이 급선무…"작은 차이가 생사 가른다"

교통 전문가들은 발 위치 실수로 인한 사고가 운전 미숙 사고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고 지적한다. 잘못된 습관, 부적절한 시트 포지션, 잘못된 운전교육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국내 교통사고 통계에는 발 위치 실수로 인한 사고가 세부적으로 집계되지 않아 문제의 심각성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운전 시 잘못된 발 위치 하나가 돌이킬 수 없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 작은 습관 차이가 위기 순간엔 생사를 가른다고 강조한다. 페달 오인은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실수지만, 올바른 운전 습관과 주의력을 기르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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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윤희정 기자 hjyun@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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