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끓는 여론에 금융당국 결국... 보험 수리시 품질인증부품 의무 사용 사실상 폐지

2025-08-06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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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품으로 수리 시 자비 추가로 지급해야 했던 원래 안건 폐지하고 선택권 부여

5일 금융위원회가 관계부처 합동 명의의 보도자료를 내고 오는 16일부터 시행 예정이던 자동차보험 표준약관 개정안을 대폭 수정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해당 자료를 통해 소비자 선택권을 보장하겠다는 방침을 함께 발표했다.

교통사고 현장 이미지. / AI로 생성한 이미지
교통사고 현장 이미지. / AI로 생성한 이미지

기존 개정안은 자동차 수리 시 제조사에서 제작한 순정 부품(OEM 부품) 대신 동일한 성능과 품질을 가진 품질인증부품 사용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금융당국은 품질인증부품이 OEM 부품 대비 평균 35~40% 저렴해 보험 손해율을 낮추고, 장기적으로 보험료 인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론은 싸늘했다. 가장 큰 논란은 소비자 선택권 침해였다. 개정안은 보험 수리 시 품질인증부품이 아닌 OEM 부품을 선택할 경우 차주가 차액을 부담해야 한다고 규정했는데, 이는 사유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법원은 과거에도 표준약관보다 민법상 손해 완전배상 원칙을 우선한 바 있다. 2016년 자동차보험 표준약관 개정으로 수입차 사고 시 대차 기준이 동일 배기량의 국산차로 바뀌었지만, 부산지방법원이 수입차의 브랜드 가치와 특성을 고려해 동급 수입차 대차를 인정한 판례가 있다. (2020나53231)

자동차 정비소. (부산 스텔란티스 브랜드 하우스. 기사와 관련 없는 이미지.) / 스텔란티스코리아
자동차 정비소. (부산 스텔란티스 브랜드 하우스. 기사와 관련 없는 이미지.) / 스텔란티스코리아

품질인증부품에 대한 불신도 제기됐다. 현재 대체부품을 인증하는 기관이 한국자동차부품협회 한 곳에 불과해 검증이 충분한지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일부 소비자는 저렴한 중국산 부품이 인증을 받아 보험사만 이득을 보는 구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비업계 일각에서는 품질인증부품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수리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험개발원은 이런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품질인증부품의 충돌 실험 결과를 공개하며 OEM 부품과 안전 성능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또한 부품 수급 문제로 수리가 늦어져 대차 비용이 더 커질 경우 OEM 부품 사용이 합리적이라면 이를 허용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런 조치에도 소비자 불신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감가상각 문제도 논란이었다. 출고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차에 품질인증부품을 사용하면 차량 가치가 하락해 재산상 손실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근본적 문제인 보험료 인하 효과에 대한 회의론 역시 크다. 품질인증부품이 OEM 부품보다 35~40% 저렴해도 도장비와 공임비는 동일해 전체 수리비 절감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이유다. 2016년 4월 금융위원회가 수입차 대차 기준을 국산차로 바꿨을 때도 보험업계는 손해율 개선을 통해 국민에게 보험료 인하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했지만, 보험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대차 명목 보험금은 2022년 기준 2018년보다 20.9% 늘어 오히려 지급 비용이 증가했다.

도로를 주행중인 자동차들. / 셔터스톡
도로를 주행중인 자동차들. / 셔터스톡

이처럼 여론이 악화되고 정치권에서도 개선 요구가 이어지자 금융당국은 결국 수정안을 내놨다. 의무 사용 조항을 삭제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소비자는 원하면 OEM 부품만으로 수리할 수 있으며, 품질인증부품을 사용하면 OEM 부품 공시가격의 25%를 별도로 지급받는다. 인센티브를 통해 품질인증부품 사용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품질인증부품 수급이 어렵고 대차료 부담이 더 클 경우 소비자가 원해도 이를 사용할 수 없다.

추가로 출고 5년 이내 신차는 OEM 부품만 사용하도록 했고, 브레이크와 조향장치 등 주요 부품은 품질인증부품의 사용을 제한한다.

금융당국은 앞으로 품질인증부품에 대한 소비자 인식 개선 여부를 조사하고,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해 적용 대상 부품 확대 여부와 소비자 환급 및 선택권 유지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또한 제도 개선이 보험료 인하 등 소비자 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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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권혁재 기자 mobomtaxi@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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