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한 몸이었는데 해충 전락…남쪽서 원인 불명 대규모 출몰했다는 '곤충' 정체

2025-08-06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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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최근 남쪽 지역에서 과거 귀한 취급을 받았던 곤충이 떼로 출몰해 농가에 피해까지 주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을 사용해 만든 사진입니다.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을 사용해 만든 사진입니다.

유튜버 '생물도감'은 지난 5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TV생물도감'에 올린 영상을 통해 이같은 소식을 전했다. 그는 이날 최근 남쪽 지역에서 개체 수가 급격히 늘어난 곤충들을 채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이곳에서 등화를 하면 어마어마한 녀석이 날아온다"라며 "맞아 죽을 만큼 날아온다"라고 말해 곤충들의 규모를 짐작하게 했다.

그가 이날 향한 곳은 남쪽 지역의 장수풍뎅이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 작은 숲이었다. 해가 지기 전 방문한 그는 도착하자마자 길가에서 장수풍뎅이 한 마리를 발견해 놀라워했다. 장수풍뎅이는 야행성 곤충이다.

밤이 되자 텐트 주변으로 몰려든 장수풍뎅이들 / 유튜브 'TV생물도감'
밤이 되자 텐트 주변으로 몰려든 장수풍뎅이들 / 유튜브 'TV생물도감'

잠시 후 어두워지자 조명을 걸어둔 텐트 주변으로 수십 마리의 장수풍뎅이들이 몰려들었다. 장수풍뎅이들은 생물도감의 옷에 들러붙는가 하면 얼굴에 날아오기도 했다. 심지어 땅에도 여러 마리가 기어다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순식간에 많이 몰려든 모습을 보였다.

장수풍뎅이는 과거에는 남부 지역에서 드물게 발견되며 보호종이었으나 최근 들어 개체수가 많아지면서 해충 취급을 받고 있다. 현재는 농업 해충으로 분류되고 있다. 개체 밀도는 높은데 먹이는 부족해 과수원의 과일을 계속 먹어 치우기 때문이다. 장수풍뎅이는 당분을 좋아하는 특성이 있다.

생물도감이 하루 만에 잡은 장수풍뎅이의 양 / 유튜브 'TV생물도감'
생물도감이 하루 만에 잡은 장수풍뎅이의 양 / 유튜브 'TV생물도감'

생물도감은 "보통 기온이 많이 올라서, 지구온난화 때문에 (개체수가) 많아졌다고 하는데 저는 그거에 동의하지 않는다. 온난화가 문제였으면 지금 강원도 설악산이나 우리나라에서 제일 추운 지역도 장수풍뎅이가 점령했을 거다"라며 "근데 지금 강원도 온도가 10~20년 전의 경기도 온도보다 낮다. 그럼 지금 (장수풍뎅이가) 경기도에 많은 이유가 온난화 때문은 아니라는 거다"라고 장수풍뎅이가 갑자기 늘어난 이유를 추측했다.

그러면서 "숲이 점점 우거지고 부엽토가 점점 많아지고 또 애완곤충으로서 마트나 이런 데 보급되는 비율도 높아져서 방생도 많이 되고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지 않았나"라고 분석했다.

국립생물자원관
국립생물자원관

장수풍뎅이는 한때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곤충으로 여겨지며 희귀한 곤충으로 대접받았다. 주 서식지가 산림 깊숙한 곳으로 한정돼 있었고 개체 수 자체도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19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도시화와 산림 훼손으로 장수풍뎅이가 살 수 있는 자연환경이 급격히 줄었고 어린이들의 채집 열풍과 무분별한 포획이 이어지면서 그 수는 더 줄었다.

더불어 장수풍뎅이는 알에서 성충까지 자라는 데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긴 유충 기간을 가지기 때문에 개체 수가 빠르게 회복되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과거에는 장수풍뎅이를 자연에서 발견하기 쉽지 않아 특별한 곤충으로 여겼고 일부 수집가 사이에선 높은 값에 거래되기도 했다.

장수풍뎅이는 주로 참나무나 떡갈나무 등이 자라는 낙엽활엽수림에서 서식한다. 이 곤충은 유충 시기엔 땅속에서 부엽토를 먹으며 자라고 성충이 되면 주로 수액을 먹는다. 특히 참나무류에서 흐르는 수액은 장수풍뎅이의 주요 먹이로, 수액 냄새에 끌려 여러 마리가 한 나무에 몰려들기도 한다.

장수풍뎅이는 야행성 곤충으로, 낮 동안엔 나무 그늘이나 풀숲, 낙엽 밑 등에 숨었다가 밤이 되면 먹이를 찾아 활발히 움직인다. 여름철 한정된 기간에만 활동하는 특징도 갖고 있다.

대체로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활동하며 이 시기에만 자연에서 장수풍뎅이를 관찰할 수 있다. 수명이 짧아 성충 상태로는 약 한 달 정도만 생존한다.

최근에는 곤충생태원 조성이나 사육 키트 보급 등의 영향으로 장수풍뎅이의 개체 수가 늘어나며 예전만큼 희귀하진 않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자연에서 건강한 장수풍뎅이를 마주치기란 쉬운 일이 아니며 인위적인 방사보다는 서식지 보존을 통해 자연 생태계 속에서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유튜브, TV생물도감
home 한소원 기자 qllk338r@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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