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주차대행 맡길 때 ‘이것’ 안 찍어두면 피해보상 힘들다
2025-08-07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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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태료가 없으면 난폭운전도 배상 어렵다
차를 돌려받은 직후 꼭 확인해야 하는 부분
여름 휴가철이 되면 공항 주차장은 늘 만차다. 출국 일정에 쫓긴 일부 여행객들은 조금이라도 편하게 공항에 들어서기 위해 주차대행 서비스를 이용하지만, 차량을 맡긴 뒤 마음을 놓았다가 낭패를 보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지난 4월 인천공항 주차장에서 발생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한 여행객이 공식 주차대행업체에 차량을 맡겼는데, 담당 직원이 차량 문을 잠그지 않은 채 4시간 동안 방치했다. 그 사이 절도범이 차량 내부에 있던 화장품과 가방, 현금을 훔쳤다. 절도범은 붙잡혔지만 차주는 공항 측과 주차대행업체를 상대로 피해 구제를 신청하는 상황까지 갔다. 절도범이 주차대행 직원인 사례도 있었다. 경찰은 해당 업체 전 직원을 대상으로 전수조사에 나섰다.
문제는 절도뿐이 아니다. 공항 공식 주차대행업체 직원이 맡겨진 차량으로 과속과 난폭 운전을 한 사실도 드러났다. 한 포르쉐 차량은 시속 50km 제한 구간에서 130km로 달렸고, 차선을 한 번에 세 개씩 바꾸는 위험한 운전이 블랙박스에 고스란히 찍혔다. 다른 차량도 시속 60km 구간에서 146km로 질주했다. 그러나 과태료 부과나 사고가 없었다는 이유로 별도의 보상은 이뤄지지 않았다.
차를 맡긴 차주들이 운행기록이나 블랙박스를 통해 뒤늦게 난폭운전 정황을 확인하는 경우도 많다. 한 이용객은 “운행 기록에서 급가속 흔적이 확인됐다. 주차대행을 맡겼을 때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공항 주차대행을 둘러싼 불신은 커지고 있다.
◆ 업체 약관만 믿었다가…차단기 사고에도 450만원 배상 주장
사고가 났을 때 보상 과정에서도 분쟁이 잦다. 자동차 관련 전문가들에 따르면 주차대행 업체는 자체 약관을 근거로 수리를 진행하거나 보상액을 제한하려는 경우가 많지만, 고객이 이를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실제 사례가 있다. 공항 대리주차업체에 4만5000원을 내고 차량을 맡긴 한 차주는 일정을 마치고 돌아와 차량을 찾았다. 그러나 업체 측은 “기사 실수로 차단기를 들이받아 차량 그릴 등이 손상됐다”며 이미 사설업체를 통해 하부 부품을 교체했다고 알렸다. 업체는 약관에 따라 지정 수리업체에서 수리했으니 문제없다는 입장이었다. 더 나아가 요금의 100배인 450만 원만 배상하겠다고 했다.
차주는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대리주차업체 약관이 고객에게 불리해 공정성을 상실했다고 판단했고, 신의성실 원칙에 어긋나는 조항은 무효로 봐야 한다며 업체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결국 재판부는 차량 수리비 전액과 업체 소속 직원이 고객에게 욕설한 것에 대한 위자료를 포함해 1600만원을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그러나 업체가 항소하며 배상을 끌었다고 전문가는 말했다.
◆ 사고 없어도 문제 될 수 있다…불법사용죄 적용 가능
과속이나 난폭운전은 과태료가 부과되지 않으면 보상을 받기 어렵지만, 특정 조건에선 형사처벌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공항에서 주차장으로 가는 길이 아니라 다른 길로 우회해 개인적인 용도로 차량을 사용했다면 자동차 불법사용죄로 고소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몇 년 전 한 주차대행 업체는 직원들이 고객 차량을 직원 이동용으로 사용하다 적발됐다. 블랙박스에는 “퇴근용으로 이용하자”는 대화가 녹음돼 있었고, 해당 직원들은 불법사용 혐의로 입건됐다. 업체는 일부 직원의 일탈이라고 해명했지만 결국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었다.
◆ 맡기기 전·후 확인이 피해 최소화의 첫걸음
분쟁을 예방하려면 차량을 맡기기 전과 돌려받을 때 상태를 꼼꼼히 기록해야 한다. 차량 외관, 휠, 타이어, 계기판, 총 주행거리 등을 사진으로 남겨두는 것이 기본이다. 차량을 돌려받으면 곧바로 파손 여부를 확인하고, 블랙박스와 운행기록을 보관해 둬야 한다.
한 커뮤니티 이용자는 차량을 돌려받고 일주일이 지나서야 흠집을 발견했지만, 블랙박스 기록이 없어 피해를 입증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시간이 지나면 업체 책임을 묻기 어려워지는 만큼 즉시 확인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업체 약관에 따라 처리했더라도 조항이 공정성을 잃었다면 무효로 볼 수 있다. 업체 측은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할 가능성이 크다”고 조언한다.
주차대행은 편리하지만, 고객 차량을 이용한 난폭운전과 절도 사례는 여전히 존재한다. 차를 맡기기 전 차량 상태를 꼼꼼히 기록하고, 돌려받을 때 즉시 점검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법적 분쟁 시 증거가 곧 구제의 열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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