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컬레이터 탈 때 캐리어가 '흉기' 될 수 있는 이유... 마곡나루역서 실제 사고

2025-08-0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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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치 8주 부상…가해자는 “경미한 사고” 발뺌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이미지.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이미지.

에스컬레이터에서 캐리어가 흉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고가 발생했다. 캐리어를 들고 에스컬레이터를 탈 때 주의할 점에 대해 알아봤다.

6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사고는 지난해 6월 27일 오후 8시 19분쯤 서울 지하철 9호선 마곡나루역에서 일어났다.

A(여·39) 씨가 개화역 방향 지하철을 타기 위해 승강장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에 몸을 실었는데 뒤따라온 중년 여성이 실어 보낸 큰 캐리어 2개가 굴러떨어져 A 씨를 덮쳤다.

A 씨는 "뒤에서 갑자기 '도르르' 소리가 나서 뒤돌아봤는데 캐리어가 정말 크게 보이면서 그냥 '오! 온다' 하고 맞았다"며 "2초간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근데 하나가 아니고 두 개가 같이 떨어지니까 피할 데가 없었다"고 회상했다.

사고 당시 A 씨는 캐리어에 부딪혀 넘어진 후 주저앉은 상태로 에스컬레이터 계단에 밀려 내려갔다.

A 씨는 "(캐리어에 부딪히고) 미끄럼틀 타듯이 'ㄴ' 자로 앉아서 쿵쿵 내려왔다. 당시 치마 입고 있어서 허벅지에 찰과상이 손바닥만 하게 생겼고 그 상태에서 너무 아파서 일어설 수 없었고, 움직이지도 못했다"고 전했다.

이 사고로 A 씨는 전치 8주 이상의 상해를 입었다. 상해진단서에는 정신과 진료도 4주 이상 필요하다고 나왔다.

A 씨는 "지난 1년이 다 망가졌다"며 "골절이 없던 건 다행이지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 타박상은 기본이고 목, 허리 디스크 손상이 있고 턱관절 통증도 심해져 죽만 먹는 기간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또한 "양다리 인대가 찢어져 치료받았고, 두 달 넘게 입원하다 보니 직장에서도 결국 잘릴 수밖에 없었다"며 "제일 힘든 건 심리적 충격이다. 누가 캐리어를 끌고 옆에 지나가면 그냥 멍해져서 아무것도 못 하고 서 있게 됐다"고 후유증을 호소했다.

가해 여성은 처음에는 "제가 잘못한 것 같다. 딸 같은 사람한테 미안하니까 보상해 줄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A 씨가 변호사를 통한 형사 합의를 언급하자 "내가 크게 잘못한 것도 아니고 실수한 건데 보험사 통해서 보상받으면 될 일이다. 내 돈은 안 쓰겠다"는 태도로 돌변했다.

결국 형사 합의가 결렬돼 A 씨는 보험을 통해 700만원 정도를 받았지만, 치료비는 2700만원 넘게 들었다. 가해 여성은 과실치상죄로 벌금 100만원 처분을 받았고, 현재 A 씨는 민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가해 여성은 매체에 "실수로 벌어진 일에 대해 굉장히 미안하지만, A 씨가 못 걷는 것도 아니고 내가 보기엔 경미한 사고였는데 과도하게 확대된 것 같아 유감"이라고 주장했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이미지.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이미지.

이번 사고는 에스컬레이터에서 캐리어 사용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함을 보여준다.

캐리어가 무겁거나 큰 경우에는 에스컬레이터 사용을 피하고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이 안전하다.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할 때는 2개 이상의 캐리어를 동시에 실어서는 절대 안 된다. 캐리어는 자신의 앞이나 옆에 두고 항상 통제할 수 있는 지점에 놓아야 한다.

캐리어의 바퀴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미리 확인해야 한다. 바퀴가 고장 났거나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는 캐리어는 에스컬레이터에서 미끄러질 위험이 크다.

에스컬레이터에서 캐리어를 계단 가장자리에 두지 말고 중앙에 위치시켜야 한다. 가장자리에 둔 캐리어는 에스컬레이터의 움직임으로 인해 넘어지거나 끼일 수 있다.

캐리어와 함께 에스컬레이터를 탈 때는 평소보다 더 집중해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한 손으로는 캐리어를, 다른 한 손으로는 에스컬레이터 손잡이를 잡는 것이 좋다.

에스컬레이터에서 캐리어가 흔들리거나 미끄러지는 징조가 보이면 즉시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 "캐리어 주의하세요"라고 큰 소리로 외쳐 다른 승객들이 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이와 함께 캐리어를 가지고 에스컬레이터를 탈 때는 더욱 주의해야 한다. 아이가 캐리어에 기대거나 매달리지 않도록 하고, 캐리어와 아이 모두를 안전하게 통제할 수 있을 때만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야 한다.

만약 에스컬레이터에서 캐리어 사고가 발생했다면 즉시 에스컬레이터 비상정지 버튼을 눌러야 한다. 대부분의 에스컬레이터 상단과 하단에는 빨간색 비상정지 버튼이 있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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