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엔 없었다…연천서 무더기 출현한 ‘멸종위기종’ 정체
2025-08-0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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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간 미확인 상태였던 이 지역서 무더기 발견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해 제한적으로 발견되는 '이 생물'
경기도 연천에서 과거 기록조차 없던 멸종위기종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국립생태원(원장 이창석)은 7월 중순, 연천 일대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에 해당하는 수염풍뎅이(Polyphylla laticollis manchurica) 서식지를 새롭게 확인했다고 지난 7일 밝혔다.

중도일보에 따르면 이번 발견은 국립생태원이 수행 중인 2025년 수염풍뎅이 분포조사 과정 중 이뤄진 것으로, 현장에서는 다수의 성충 개체가 동시에 관찰됐다. 특히 경기도 연천은 지금껏 수염풍뎅이의 서식 보고가 단 한차례도 없던 지역이어서, 생물다양성 보전 측면에서 중요한 발견으로 평가된다.
수염풍뎅이는 한때 한반도 전역에 널리 분포했지만, 서식지 파괴와 기후 변화 등 환경 악화 요인으로 개체 수가 급감했다. 현재는 충청권 일부 지역 등 극히 제한된 구역에서만 발견되며,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보호받고 있다.
연천은 비무장지대(DMZ) 인근에 위치해 생태 보존 가치가 높은 지역이다. 이번 발견은 수염풍뎅이의 북부 권역 서식 가능성을 최초로 입증한 사례로, 추가적인 북상 분포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립생태원은 이번 발견을 계기로 ▲연천 지역 내 서식지 특성 ▲개체군 안정성 ▲위협 요인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맞춤형 보전 전략을 수립할 방침이다. 또한 전국 단위 분포조사 확대와 시민 참여형 모니터링 도입을 통해 수염풍뎅이를 비롯한 멸종위기종의 서식 환경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다.
최승운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장은 “이번 조사는 수염풍뎅이의 북방 분포 가능성을 확인한 중요한 단서”라며 “향후 서식지 추가 발굴과 과학적 분석을 통해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수염풍뎅이란?
수염풍뎅이는 몸길이 33~37mm다. 짙은 갈색 몸체에 불규칙한 흰색 얼룩무늬가 특징이다. 수컷은 7마디로 된 곤봉형 더듬이, 암컷은 5~6마디의 직선형 더듬이를 지닌다. 몸 전체에 짧고 연한 털이 촘촘히 나 있으며, 특히 꼬리, 다리, 등판 등에 황백색 또는 회백색 털이 밀집해 있어 식별이 용이하다.
서식지는 평지의 풀밭이나 경작지 인근으로, 6~7월에 가장 많은 성충이 출현한다. 유충은 땅속에서 소나무류, 참나무류 등 다양한 수종의 뿌리를 갉아먹으며 성장한다. 성충은 꽃에 무리를 지어 모이거나 불빛에 유인되기도 한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 몽골 등에 분포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멸종 위기에 놓인 보호종으로 분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