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때 범벅 티셔츠'까지 새하얗게 세탁하는 방법, 딱 2가지만 기억하세요
2025-08-10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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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빨래를 중성세제로?... 양모·실크 외엔 이 세제로
표백은 2차로 해야... 이 세제로 1차 세탁 후 표백해야
치킨집 사장의 기름 범벅 작업복이 본래 색을 찾았다.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진 건 아니다. 단지 세제의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고 올바른 순서로 세탁했을 뿐이다.
유튜브 채널 '집터뷰'가 ‘경력 30년 세탁소 사장도 표백제보단 이걸 씁니다’란 제목으로 최근 공개한 실험 영상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영상에서 세탁 전문가 성선영 씨는 기름 냄새와 얼룩으로 찌든 치킨집 작업복을 이용해 중성 세제와 알칼리 세제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성 씨는 치킨집 사장의 작업복을 보여주며 "이 옷에선 유증기로 인한 냄새가 난다. 치킨이 튀겨지면서, 또 기름이 비산하면서 옷에 달라붙는다"고 성 씨는 설명했다. 실제로 치킨집 사장의 작업복은 일반적인 땀 얼룩이 아닌 식용유 기름으로 인해 변색한 상태였다.
실험은 간단했다. 동일한 조건의 기름 범벅 청바지 반바지 두 벌을 준비하고, 하나는 중성 세제에, 다른 하나는 알칼리 세제에 담갔다. 60~70도의 뜨거운 물에 세제를 풀고 옷을 담그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알칼리 세제에 담근 쪽에선 즉시 노란색 물이 우러나오기 시작했다. 기름이 세제와 반응하면서 빠져나오는 것이다. 반면 중성 세제 쪽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같은 온도의 뜨거운 물을 사용했음에도 중성 세제는 기름을 빼내지 못했다.
성씨는 "중성 세제는 원래 기름을 빼지 말라고 만든 세제"라고 단언했다. 양모나 실크 같은 소재는 지방이나 단백질이 들어있는 천연 섬유인데 이런 성분을 빼면 옷감이 손상되기에 pH를 중성으로 맞춰놓은 것이다.
실제로 각 세제의 거품 생성량은 판이했다. 중성 세제 쪽은 거품이 많이 생겼지만, 알칼리 세제 쪽은 거품이 거의 없었다. 성 씨는 "알칼리 세제가 오염물질과 반응을 격렬하게 하고 있기에 세제가 오히려 모자란 상황이고, 중성 세제는 기름과 반응을 못 하고 있으니까 계면활성제가 남아도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10분 정도 담근 후 두 옷을 비교해보자 차이는 더욱 명확해졌다. 알칼리 세제에 담근 옷은 기름기가 상당히 제거됐다. 반면 중성 세제에 담근 옷은 여전히 누리끼리했다. 측면에서 보니 기름막이 그대로 보였다.
세탁기로 헹군 후 건조까지 마친 결과는 더욱 충격적이었다. 중성 세제로 세탁한 옷은 여전히 끈적거렸고 기름 냄새가 그대로 남아있었다. 반면 알칼리 세제로 세탁한 옷은 접착력이 없어지고 냄새도 상당히 줄었다.
흰색 작업복을 이용한 두 번째 실험에서는 이런 차이가 더욱 극명하게 드러났다. 치킨집에서 사용한 기름 범벅 흰 셔츠 세 벌을 준비해 하나는 그대로 두고 다른 하나는 중성 세제에, 나머지 하나는 알칼리 세제에 담갔다.
65도의 뜨거운 물에서 진행된 실험에서 알칼리 세제에 담근 옷에선 진한 노란색 물이 우러나왔지만 중성 세제 쪽은 거의 변화가 없었다. 성씨는 온도를 65도로 제한한 이유에 대해 "프린팅 때문"이라며 "70도부터는 프린팅이 녹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탁 후 두 옷의 차이는 육안으로도 확연히 구분됐다. 중성 세제로 세탁한 셔츠는 여전히 누런 얼룩이 그대로 남아있었지만 알칼리 세제로 세탁한 셔츠는 기름이 상당히 제거된 상태였다.
성 씨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진정한 복원을 위해서는 표백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하면서 중요한 순서를 강조했다. "기름을 충분히 빼고 과탄산소다를 푼 물에 담그면 된다. 색소를 빼는 것이다. 하지만 순서를 바꾸면 안 된다. 과탄산소다를 먼저 써버리면 빠질 것도 안 빠진다."
과탄산소다를 이용한 표백 실험에서도 이런 순서의 중요성이 입증됐다. 알칼리 세제로 기름을 제거한 후 표백한 셔츠는 거의 원래 상태로 돌아왔지만 중성 세제로만 세탁한 후 표백한 셔츠엔 여전히 얼룩이 남아있었다.
성씨는 "과탄산소다 같은 표백제는 결코 기름을 빼줄 수 없다"며 "기름이라는 본체를 빼줘야 나머지를 표백제가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살균도 마찬가지로 때를 깨끗이 빼놓고 살균을 해야 살균제가 제대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언제 중성 세제를 써야 할까. 성씨는 "양모나 모직, 스웨터, 실크 같은 것은 중성 세제로 빨아야 하지만 면, 폴리에스터, 레이온, 마로 만든 옷은 중성 세제에 빨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구분의 과학적 근거는 섬유의 구성 성분에 있다. 양모와 실크는 케라틴과 피브로인 등의 단백질로 구성된 동물성 섬유다. 이런 단백질 섬유는 강알칼리 환경에서 변성되거나 용해될 수 있어 중성 또는 약산성 세제를 사용해야 한다. 반면 면, 폴리에스터, 레이온, 마 등은 셀룰로스나 합성 폴리머로 구성돼 알칼리에 대한 저항성이 높다.
또한 기름 제거에 있어서 알칼리성 환경이 효과적인 이유는 비누화 반응 때문이다. 지방산이 알칼리와 만나면 비누가 되면서 물에 용해되기 쉬운 형태로 변한다. 이것이 바로 알칼리 세제가 기름 얼룩 제거에 효과적인 과학적 원리다.
성 씨는 "사람이 흘린 기름이 빠지지 않으면 계속 누적돼서 썩는다"며 "중성 세제로는 음식 먹다 흘린 기름도 빠지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특히 치킨집처럼 고온에서 가열된 기름에 대해선 "드라이클리닝을 해도 빠지지 않는 기름"이라며 뜨거운 기름이 튀어서 달라붙으면 일반적인 세탁 방법으로는 제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험을 통해 얻은 결론은 명확하다. 첫째, 과탄산소다로는 기름을 뺄 수 없다. 같은 알칼리성 세제라도 더 높은 알칼리가 필요하다. 둘째, 기름을 빼주지 않으면 표백이 효과가 없다. 깨끗한 상태에서 염색, 살균, 표백이 모두 잘 이뤄진다.
성 씨는 청바지 물 빠짐에 대한 오해도 바로잡았다. "청바지 물 빠지는 것은 세탁 때문에 빠지는 게 아니라 사람이 착용해서 마찰이나 그런 것에 의해서 염료가 깎여나가면서 약해진 것들이 세탁할 때 물에 떨어져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 운전석 시트가 청색으로 물드는 것도 같은 원리의 마찰 이염이라는 것이다.
성 씨는 "어떤 단방 처방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순서를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세탁이 된 것을 표백하는 것이지 세탁이 안 된 것을 표백하는 경우는 없다는 것이다. 30년 경력의 세탁 전문가가 알려준 이 간단한 원리만 기억한다면 집에서도 전문적인 세탁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