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부터 러닝까지…Z세대가 '달리는 행위'에 열광하는 이유는?

2025-08-10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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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을 표출하고 과정을 중시하는 Z세대
F1과 러닝은 달리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선사

최근 영화 'F1 더 무비'가 박스오피스 역주행 흥행을 기록하고 있다. 레이스 카처럼 빠른 속도로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몰이 중이다. 이러한 흥행에는 F1에 대한 Z세대의 관심 증가가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각종 SNS에서 F1과 관련된 굿즈나 직관 영상을 포스팅하는 것이 Z세대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Z세대의 이목을 끄는 또 다른 하나는 러닝이다. 2-3년 전부터 차츰 러닝에 대한 수요가 늘더니 작년부터 러닝은 Z세대의 주요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영화 'F1 더 무비' 캡처와 러너들 / 영화 스틸컷(좌), 뉴스1(우)
영화 'F1 더 무비' 캡처와 러너들 / 영화 스틸컷(좌), 뉴스1(우)

F1과 러닝 모두 '달리는 행위'와 연관 있다. 차로 달리냐, 다리로 달리냐의 차이일 뿐 F1과 러닝은 달리기에서 오는 즐거움을 만끽하게 한다. 이것이 Z세대 트렌드가 된 원인 중 하나일 수 있다. F1과 러닝이 Z세대의 이목을 끄는 이유를 알아봤다.

1. 영화 'F1 더 무비'부터 기안 84까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F1 관련 콘텐츠는 Z세대에게 퍼지는 중이다. F1을 다루는 매거진이 늘어나고 전문 용어를 설명하거나 경기 영상을 클립으로 업로드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는 늘어나는 수요에 따른 자연스러운 공급 현상이다. 구글 검색어 트렌드에 따르면 F1의 검색량은 지난 5월에 비해 7월부터 최대 4배 가까이 증가했다.

F1 구글 검색어 트렌드 수치        / 구글 트렌드 캡처
F1 구글 검색어 트렌드 수치 / 구글 트렌드 캡처

영화 'F1 더 무비'는 지난 6월 28일에 개봉했는데 이는 'F1' 키워드 검색량이 늘어난 시기와 일치한다. 하지만 단순히 영화 정보에 관한 검색만 늘어난 것은 아니다. 지난 30일 간 '퓨마 남성 F1 레이싱 자켓', '믹 슈마허', '헝가리 그랑프리' 등 F1과 직접적으로 연관 있는 키워드 검색량은 급증했으며, 지난 7일 간에는 최근까지 진행됐던 '헝가리 그랑프리' 키워드는 검색량이 650%나 증가했다.

다양한 플랫폼의 발달은 F1 진입 장벽을 낮췄다. 기존에 F1은 해외에서만 직관이 가능하고 마땅한 중계 플랫폼이 없는 스포츠였다. 그러나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나 유튜브, 쿠팡플레이 중계 등을 통해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 Z세대는 이러한 콘텐츠를 통해 F1의 경기와 스토리를 쉽게 접하며 F1 팬이 됐다.

러닝은 이미 Z세대의 SNS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인스타그램에서는 러닝이라는 해시태그(#)가 420만을 넘으며, 달리는 도중 찍은 듯한 셀프 항공샷을 스토리에 업로드하는 러닝 인증은 Z세대에게 트렌드다.

기안 84와 친구들   / 기안 84 인스타그램
기안 84와 친구들 / 기안 84 인스타그램

러닝도 다양한 플랫폼의 발달 덕을 봤다. 러닝 관련 앱이나 커뮤니티가 증가하며 '러닝족'은 자신의 기록을 확인하고 공유하는 활동을 활발히 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미디어와 수요자 중 어느 것이 먼저인지 따질 수 없는 상황이다. 영화 'F1 더 무비'는 F1 트렌드를 이끌었고 예능 '나혼자 산다' 기안 84 같은 연예인이나 각종 예능은 러닝을 유행시켰다.

반대로 늘어나는 수요자에 의해 미디어가 덕을 보기도 한다. 특히 이미 수요자가 상당한 러닝은 각종 시장에서 러닝족을 겨냥한 품목을 출시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먼저 아는 것이 일종의 멋으로 여겨지는 Z세대에게는 주변에 영향을 받아 유행에 탑승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2.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F1' 키워드 검색량 596% 상승

F1과 러닝의 또 다른 공통점은 패션과 밀접해 있다는 사실이다. 패션은 Z세대에게 필수적이다. Z세대는 줄곧 개성을 표출하고 정체성을 확립하는 도구로 패션을 활용해 왔다. 취미나 관심사가 있다면 이를 패션으로 노출하는 행위가 Z세대 특징이다.

Fuel for Fans 사이트   / Fuel for Fans 사이트 캡처
Fuel for Fans 사이트 / Fuel for Fans 사이트 캡처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지난 30일 간 '퓨마 남성 F1 레이싱 자켓' 키워드 검색량은 급증했으며, 러닝족의 패션은 러닝코어로서 하나의 스타일로 자리매김했다.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지난 7일 간 'Fuel for Fans' 키워드가 급상승했는데 'Fuel for Fans'는 F1 관련 공식 굿즈를 판매하는 사이트다. 이 사이트는 페라리, 메르세데스, 맥라렌 등 F1 팀의 다양한 공식 의류가 판매 중이라 F1 팬들이 애용하는 곳이다. 특히 회원 가입 시 20% 할인 쿠폰을 제공해 F1 초심자들이 이용하기 좋은 사이트로 알려져 있다.

후르츠 패밀리의 최근 검색량 순위 / 후르츠 패밀리 인스타그램
후르츠 패밀리의 최근 검색량 순위 / 후르츠 패밀리 인스타그램

150만 명이 사용하는 패션 중고거래 어플 후르츠 패밀리에 따르면 지난 7월 'F1' 키워드 검색량은 596%나 증가했으며, '페라리' 키워드 검색량은 484%나 증가한 수치다.

러닝코어는 더하다. 러닝코어 대표 브랜드인 새티스파이(Satisfy)는 36% 증가한 모습을 보였다. 러닝 품목은 F1 품목에 비해 비교적 오래 전부터 유행했으니 이 정도 상승세도 놀라운 수치다.

러닝코어 네이버 검색어 트렌드 수치          / 네이버 검색어 트렌드 캡처
러닝코어 네이버 검색어 트렌드 수치 / 네이버 검색어 트렌드 캡처

네이버 검색어 트렌드에 따르면 지난 6개월 간 '러닝코어'(러닝, 러닝브랜드, 러닝의류 등) 키워드 검색량은 꾸준히 증가해 지난달 21일에는 해당 기간 중 가장 높은 수치인 100을 기록했다.

패션업계는 러닝 코어 유행을 이미 예감하고 있었다는 눈치다. 이전부터 살로몬(SALOMON), 나이키 ACG, 아크테릭스, 로아(ROA), 오클리 같은 편한 기능성 의류와 신발이 인기를 끌며 일명 고프코어 바람이 불었기 때문이다. 바람막이 같은 수납과 활용이 뛰어난 품목도 주목을 받아 왔다.

지난달 10일 아식스 인기 육상화 '슈퍼블라스트2'는 재입고 된 지 1시간 20분 만에 품절됐다. 러닝 커뮤니티에서는 '슈블병'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크림의 새티스파이 판매 품목 / 크림 홈페이지 캡처
크림의 새티스파이 판매 품목 / 크림 홈페이지 캡처

이처럼 F1과 러닝에 대한 관심은 패션 시장과 함께 한동안 활기찰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데이터브릿지 마켓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러닝화 시장은 2023년 165억 9000만 달러(약 23조 551억원) 에서 2031년 307억 달러(약 42조 6637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3.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Z세대

F1과 러닝은 쾌감을 준다. 속도가 빨라지거나 오래 달릴 경우 뇌는 흥분을 느낀다.

F1 중계는 누가 1위인지를 집중해서 보면 긴박감이 떨어질 수 있다. 영화처럼 1위가 여러 차례 바뀌는 것 같지만, 실제로 좁은 레이싱 서킷과 실력차가 나지 않는 레이서들 때문에 중위권을 제외하면 순위 싸움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F1: 본능의 질주 / 넷플릭스 홈페이지
F1: 본능의 질주 / 넷플릭스 홈페이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F1: 본능의 질주'가 경기 장면보다 이야기에 치중한 것은 단순히 다큐멘터리이기 때문이지 않다. F1은 드라이버와 스태프의 치열한 전략 싸움과 오랜 기간 공을 들이는 차체 개발 등에 매력이 있다. 페라리, 메르세데스, 레드불 등 기업과 국가 그리고 국민들이 엮인 역사와 문화는 F1만의 열광 포인트다.

러닝도 마찬가지다. 러닝은 마라톤이 아니다. 기록에 집착하지 않고 달리면서 얻는 성취감이 러닝을 즐겁게 만든다. 뛰다가 걷고 주변 풍경을 담거나 SNS에 공유하는 등 경험이 더욱 큰 가치다.

이는 다양한 난관을 뚫어야 하는 Z세대에게 안식이자 쾌락이다. 취업, 저축, 결혼 등 사회문화적 난관에 놓인 그들은 결과를 중시하는 사회에서 보다 과정에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취미를 찾아 나선다. F1과 러닝은 이러한 Z세대의 욕구를 만족 시킨다. 단순한 순위 싸움이 아닌 집념과 열정으로 가득 찬 과정은 Z세대에게 현 시대를 살아가는 법을 알려준다.

home 유민재 기자 toto7429@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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