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릉역 인근서 산책 중인 야생동물을 봤는데...날 보고도 무시했어요" (영상)

2025-08-07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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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워도 절대 가까이 가서는 안 되는 이유는...

6일 밤 서울 공릉역 인근에 나타난 너구리. 제보자 C씨가 찍은 영상을 캡처한 것이다.
6일 밤 서울 공릉역 인근에 나타난 너구리. 제보자 C씨가 찍은 영상을 캡처한 것이다.
6일 오후 8시쯤. 서울 노원구 공릉역 인근 인도를 걷던 여성 C(19) 씨는 예상치 못한 장면에 발걸음을 멈췄다. 총총걸음으로 어딘가로 향하는 너구리 한 마리를 마주친 것. 전에도 너구리를 본 적이 있지만 도심 한복판, 그것도 지하철역 근처에서 너구리를 마주한 경험은 처음이었다. C씨는 "일과를 마치고 집에 들어가는 길에 공릉역 인근 인도에서 너구리를 발견했다. 나를 보고도 무서워하지 않더라. 걷는 자세가 무척이나 귀여웠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서울 공릉역 인근에서 발견된 너구리. / 제보자 제공

서울과학기술대학교가 인근에 위치한 공릉역은 서울 지하철 7호선 전철역이다. 평소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이다. 이곳에까지 너구리가 출몰한 건 도심 깊숙한 곳까지 야생 너구리가 서식 범위를 넓히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전국 도심에서 너구리를 봤다는 목격담이 이어지고 있다. 도심 공원이나 하천변에서 야생 너구리가 출몰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너구리는 한반도 전역에 서식하는 야생동물로, 몸무게는 4~10㎏ 정도 나가며 몸길이는 40~68㎝ 정도다. 짙은 갈색 털에 검은 수염과 긴 주둥이가 특징적이다. 주로 밤에 활동하는 야행성 동물이다.

전문가들은 도심 너구리 출몰의 주요 원인으로 서식지 파괴를 꼽고 있다. 각종 개발로 인해 서식지가 줄어든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불법개발과 벌채 등이 기존 자연생태 서식지를 파괴해 너구리의 도심지 내 유입을 더욱 증가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도심의 풍부한 먹이도 도심으로 너구리를 유인하는 요인이다.

서울시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도심 내 너구리 출몰 관련 민원은 2020년 2건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78건까지 증가했다. 야생의 먹이 부족과 서식지 파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너구리가 고양이 사료나 음식 찌꺼기 등을 찾아 하천, 공원, 주택가 등 사람의 생활권으로 침투하고 있다.

너구리의 귀여운 외모는 사람들의 경계심을 무디게 만든다. 실제로 산책 중인 시민들이 너구리를 보고 다가가는 경우도 많다. 전문가들은 이런 행동이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봄부터 가을 사이에는 새끼를 낳고 서식지를 찾는 시기라 더욱 예민해져 공격성이 높아질 수도 있다.

무엇보다 너구리와의 접촉 시 감염병에 걸릴 수 있 있다. 광견병 같은 인수공통전염병에 걸릴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접촉하면 피부질환이 옮을 수도 있기에 최대한 접촉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 방역 당국의 일관된 입장이다. 만약 물리면 상처 부위를 흐르는 물에 씻은 후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너구리를 발견하면 어떤 행동 수칙이 필요할까. 지나치게 친숙하게 대해선 안 된다.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 야생 동물이란 점에서 거리두기가 필요하고, 병에 걸릴 수 있기에 거리두기가 필요하다. 먹이를 줘서도 안 된다. 모른 척 지나치는 게 최선이다. 사진이나 영상을 찍더라도 가까이 다가가선 안 된다. 적어도 2m 이상의 안전거리를 지켜야 한다.

공릉역 너구리의 사람 대하는 자세를 보면 너구리가 어느새 서울 도심에서 살아가는 또 하나의 ‘시민’이 됐다는 걸 실감할 수 있다. 너구리와의 공존하려면 ‘배려 있는 경계’가 필요하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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