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횟감용 생선인데... 무려 84만마리나 바다에 그냥 풀어준 물고기

2025-08-08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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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걸 잃느니 차라리 살려 보내자’ 고통스러운 선택

지난달 29일 고수온 주의보가 발령된 충남 서해 천수만에서 가두리양식장을 운영하는 어민들이 8일 폐사를 막기 위해 조피볼락들을 바다에 풀어주고 있다. 이날 천수만에서는 조피볼락 67만9000마리가 방류됐다. / 태안군 제공
지난달 29일 고수온 주의보가 발령된 충남 서해 천수만에서 가두리양식장을 운영하는 어민들이 8일 폐사를 막기 위해 조피볼락들을 바다에 풀어주고 있다. 이날 천수만에서는 조피볼락 67만9000마리가 방류됐다. / 태안군 제공

바다가 뜨거워지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해수온도가 계속 상승하자 어민들이 애써 키운 물고기들을 살리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바다에 내보내는 고통스러운 선택을 해야 했다. 정성껏 키워온 소중한 물고기들을 포기해야 하는 어민들의 심정은 오죽했을까. 모든 것을 잃느니 차라리 살려 보내는 게 낫다는 절박함이 이런 결정을 내리게 했다.

최근 고수온주의보가 발령된 충남 서해 천수만에서 양식 물고기 84만마리가 넓은 바다로 풀려났다고 연합뉴스가 8일 보도했다.

태안군 고남면 해역 10개 가두리 양식장 어민들은 8일 전염병에 걸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5∼10㎝ 크기의 조피볼락(우럭) 68만 700마리를 방류했다.

수온이 조피볼락이 견딜 수 있는 한계인 28도에 다다르기 전 미리 풀어줘 폐사를 막기 위해서다.

방류에 참여한 가두리 양식장엔 새로 어린 물고기를 입식할 수 있도록 1마리당 700원꼴로 최대 5000만원이 지원된다.

한 어민은 "정성껏 키워왔던지라 풀어주기까지 고민이 많았으나, 이대로 가다가는 폐사할 것 같아 일단 살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태안 해역에서는 105개 어가가 34.8㏊의 양식장을 운영하고 있다. 조피볼락과 숭어가 주 양식품종인데, 총사육량은 2279만마리에 이른다.

천수만 내 보령시 오천면 소도 해역 2개 양식장도 이날 조피볼락 15만8000마리를 방류했다.

충남도와 시·군은 긴급 방류에 따른 어종 보호를 위해 포획금지 기간을 설정하는 한편 2차 방류도 준비할 계획이다.

지난달 29일 고수온 주의보가 발령된 충남 서해 천수만에서 가두리양식장을 운영하는 어민들이 8일 폐사를 막기 위해 조피볼락들을 바다에 풀어주고 있다. 이날 천수만에서는 조피볼락 67만9000마리가 방류됐다. / 태안군 제공
지난달 29일 고수온 주의보가 발령된 충남 서해 천수만에서 가두리양식장을 운영하는 어민들이 8일 폐사를 막기 위해 조피볼락들을 바다에 풀어주고 있다. 이날 천수만에서는 조피볼락 67만9000마리가 방류됐다. / 태안군 제공

지난해 충남에서는 고수온으로 조피볼락과 전복 등 824만마리가 폐사해 97억 3600만원의 역대 최대 피해가 났다.

고속온주의보 지속 일수는 2018년 41일, 2019년과 2020년 22일, 2021년 35일, 2022년 62일, 2023년 54일, 지난해 71일 등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번에 긴급 방류된 조피볼락은 양볼락과 볼락속에 속하는 암갈색을 띤 바닷물고기다. 대부분이 한국인은 우럭이라고 부르지만 조피볼락이 정식 명칭이다. 사실 우럭은 조개 종류의 정식 명칭으로 이미 쓰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럭이란 말이 이미 일반화돼 조피볼락이라고 하면 못 알아듣는 사람이 더 많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정작 이름의 진짜 주인인 조개를 찾으려면 '우럭조개'라고 불러야 하는 상황이 됐다. 지방에 따라 '우레기'라고 불리기도 한다.

조피볼락은 한반도 연안, 일본 홋카이도 이남, 중국 북부 연안의 암초 지대에서 서식한다. 새끼를 낳는 난태성 어종이다. 출산 시기는 4~6월이고 수온이 섭씨 15~16도 정도 되는 4~6월쯤 연안의 암초 지대에서 7mm 정도 길이의 새끼를 낳는다.

조피볼락은 육식성이다. 주로 물고기를 잡아먹지만 새우나 게 같은 갑각류와 오징어도 먹는다. 1년에 10cm 정도 자란다. 야간에는 움직이지 않고 주간에만 활동한다. 만조와 간조의 한 시간 전후에만, 즉 물 흐름이 바뀌는 때에만 먹이를 찾아 활동하는 특성이 있다.

연안, 특히 한반도 서남해안 낚시의 대표 어종이다. 정부와 어촌에서 꾸준히 치어를 방류해 개체도 많다. 생미끼와 루어 모두 잘 물어서 잡기도 크게 어려운 편이 아니라 방파제 등 해안 도보 낚시 대상으로는 대표라고 할 만하다.

조피볼락은회, 국(특히 매운탕), 튀김, 찜, 구이 등 정말 다양하게 요리된다. 어떤 방식으로 요리해도 맛이 일품인 생선이다.

조피볼락은 광어와 함께 대량 양식에 성공해 어느 횟집에서나 언제든 쉽게 볼 수 있다. 맛이 좋으면서도 가격은 저렴한 덕분이다. 가격은 어떨까. 횟집에서 광어와 비슷하게 책정돼 있다. 회로 썰면 회색을 띤 하얀 살에 거뭇거뭇한 실핏줄이 들어 있는 모양이다. 자연산은 살짝 핑크빛이 돌며 실핏줄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우럭은 탕으로 끓일 때 특히 맛있는 생선이다. 우럭 국물은 특유의 감칠맛이 강해 훨씬 비싼 물고기와 견줘도 맛에서 뒤떨어지지 않는다. 돌돔이나 민어쯤은 돼야 우럭 탕과 견줄 정도다. 충남 태안의 향토음식 중엔 조피볼락포를 끓여 만든 국도 있다. 구수한 국물이 일품이다.

구이로 요리할 경우 기름이 적당히 배어 나오면서 감칠맛이 돌며, 껍질이 바삭하게 익어 식감과 향이 좋다. 매운 찜으로 먹어도 맛있다. 뼈가 굵고 살이 두터워서 발라먹기도 편하다.

자연산이 훨씬 맛있는 물고기다. 양식산과 맛이 아예 다른 고기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맛 차이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2024년 8월 19일 경남 거제시 동부지역 해상 가두리양식장에서 지난 17일 고수온으로 폐사한 조피볼락이 물 위에 떠 있다. / 경남도 제공
2024년 8월 19일 경남 거제시 동부지역 해상 가두리양식장에서 지난 17일 고수온으로 폐사한 조피볼락이 물 위에 떠 있다. / 경남도 제공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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