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다 백일홍? 색깔도 피는 방식도 다르다…이름만 같은 '여름꽃 구분법'
2025-08-09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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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같지만 전혀 다른 백일홍
백일홍이라는 이름을 가졌지만 알고 보면 전혀 다른 두 여름꽃의 차이를 소개한다.

여름철 대표 꽃 중 하나인 ‘백일홍’은 그 이름처럼 오랫동안 꽃을 피우는 특성으로 시선을 끈다. 그런데 이 이름으로 불리는 식물이 두 종류 존재한다는 점에서 혼동도 잦다. 일반적으로 ‘백일홍’이라 하면 국화과의 한해살이풀을, ‘백일홍 나무’라고 하면 부처꽃과의 배롱나무를 가리킨다. 이름이 비슷한 이유는 두 식물 모두 여름철 긴 개화 기간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백일홍'은 멕시코 원산의 초본식물로 여름철 화단이나 길가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다. 자주색, 빨강, 분홍, 주황, 흰색 등 다양한 색상으로 개량돼 화려한 색감을 지녔으며 무더위 속에서도 형태와 색이 오랫동안 유지된다. 한 송이의 수명이 비교적 길고, 전체 꽃밭이 한여름 내내 붉게 채워지는 특징 덕분에 ‘백일 동안 피는 꽃’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병충해에 강하고 관리가 쉬워 조경용으로 널리 활용되며, 도심은 물론 농촌 마을길에도 자주 식재된다.
'백일홍 나무'로 알려진 배롱나무는 ‘목백일홍’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며 나무에서 자라는 백일홍이다. 여름 내내 가지 끝에서 새로운 꽃이 하루 단위로 피어나고 며칠 뒤 떨어지는 방식이 반복되면서 마치 꽃이 지지 않고 계속 피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전체 개화 기간도 약 100일에 이른다. 주름진 꽃잎이 특징이며 일반적으로 붉은색 계열의 꽃이 피지만 품종에 따라 흰 배롱나무도 존재한다. 사찰이나 고택, 정원 등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나무로 고요하면서도 품격 있는 경관을 연출한다.
이처럼 이름은 같지만 다른 방식으로 여름을 수놓는 백일홍과 배롱나무는 여름철 도시와 시골 곳곳에서 색다른 풍경을 만들어낸다. 특히 백일홍은 주민 주도로 조성된 꽃밭을 통해 지역 명소로 거듭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대표적인 장소가 강원 태백과 경북 청도다.

강원 태백 검룡소는 한강의 발원지로 잘 알려진 장소다. 이곳 입구에 위치한 ‘첫물지리생태원’ 일대에는 최근 백일홍이 붉게 물들며 이색적인 풍경을 선사하고 있다. 태백시 삼수동행정복지센터는 지난 5월부터 ‘우리 동네 숨은 명소 찾기’ 사업의 일환으로 주민들과 함께 이 꽃밭을 조성해왔다. 생태원이라는 공간적 특성에 백일홍 특유의 선명한 색감이 더해지며, 단순한 조형미를 넘어 생태 보존과 조화를 이루는 장소로 재탄생한 것이다. 지금은 이 꽃밭이 검룡소와 태백산국립공원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잠시 머무를 수 있는 쉼터이자 포토존으로 기능하고 있다.

경북 청도군 이서면 양원리 일대에도 백일홍이 가득 피어난다. 이곳은 마을 주민들과 면사무소가 함께 힘을 모아 정비한 꽃밭으로 진한 색감의 백일홍이 한여름 햇살과 어우러지며 풍성한 여름 경관을 연출한다. 마을 어귀를 따라 조성된 꽃밭은 산책길을 따라 이어지며, 자연 속에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이 꽃밭은 단순한 경관 조성을 넘어 농촌 관광 자원으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 특히 백일홍이 100일 넘게 꽃을 피워내는 특성 덕분에 ‘지속되는 아름다움’이라는 꽃말을 체감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매년 여름이면 이곳을 찾은 이들은 사진을 남기고,잠시 머물며 마을의 풍경을 즐긴다. 같은 이름을 가졌지만 전혀 다른 특성을 지닌 두 꽃은 여름이라는 계절 속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피어오르며 지역의 자연과 일상을 조금 더 풍요롭게 채워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