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지능, 정말 엄마로부터 100% 유전되나... 국내 최고 학자, 이렇게 답했다
2025-08-08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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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교수가 말하는 지능과 유전

아들 지능이 어머니로부터 100% 유전된다는 게 사실일까.
동물행동학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생물학자이자 서울대학교 교수, 국립생태원장을 역임한 최재천 전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최재천의 아마존’에서 아들의 지능이 어머니로부터 100% 유전된다는 주장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최 전 교수는 해당 주장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면서 지능은 유전과 환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형성된다고 강조했다.
최 전 교수는 특히 미국과 영국에서 활동한 가나자와 사토시라는 학자의 주장을 문제 삼았다. 사토시는 남자의 경우에는 어머니의 유전자를 물려받고 딸은 어머니와 아버지의 유전자를 물려받는다면서 남자보다 여자가 중요하다고 자기 책에서 주장한 바 있다.
최 전 교수는 사토시의 발언이 학계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지 못한 개인적 의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유전자뿐 아니라 환경적 요소, 특히 성장 과정에서의 부모와 사회적 환경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최 전 교수는 미국 심리학회가 사토시 주장에 반박하는 공식 성명을 발표한 적도 있다면서 사토시가 검증되지 않은 내용을 포장해 대중에게 어필하려 했다고 비판했다.
최 전 교수는 지능이 복합적인 요소로 결정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능이라는 게 워낙 복합적이어서 비록 지능 관련 여러 가지 유전자가 X염색체에 있더라도 그것만 가지고는 엄마의 영향이 100%라고 얘기하는 건 좀 무리가 있다”라고 말했다. X염색체에 지능 관련 유전자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근거로 어머니 영향이 전부라고 단정하는 것은 과장이라는 것이다.
최 전 교수는 “다만 아빠보다는 엄마의 영향이 크다는 쪽에 엄마 쪽에 손을 들고는 싶다”라면서 X염색체의 유전적 특성상 어머니의 영향이 다소 클 수 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건강이나 다른 염색체의 유전자도 지능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특정 부모의 영향만을 강조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후성유전학적 관점에서도 최 전 교수는 어머니 역할이 중요하다고 봤다. 그는 “엄마의 뱃속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아기가 성장하기 때문에 엄마와 교류하는 여러 가지 과정에서 엄마의 영향이 아빠의 영향보다 대체로 더 크다”라고 설명했다. 임신 과정에서 어머니가 제공하는 환경이 아기 발달에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최 전 교수는 유전과 환경의 상호작용에 대한 논의로 주제를 확장했다. 그는 쌍둥이 연구를 예로 들며 유전자가 동일한 일란성 쌍둥이라도 다른 환경에서 자라면 성향과 결과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전자의 영향이 40~60% 정도라면 환경의 영향도 40~60%”라고 언급하며 유전자와 환경의 영향이 반반 정도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했다. 특히 인간은 다양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동물이기 때문에 환경의 영향이 다른 어떤 동물보다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는 개인적으로 80~90%는 환경의 영향일 거라고 생각한다”라며 인간의 경우 환경이 지능과 삶의 결과에 압도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최 전 교수는 사회적 환경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부의 대물림이나 교육 기회의 불평등에 대해 이야기하며 부잣집 아이들이 집중적인 교육을 받고 대학 입시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 좋은 대학에 가고 결국은 부를 대물림 받는 현실에 아쉬움을 표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개천에서 용이 난다고 믿는다”라면서 부모의 유전적 우수성이 입증되지 않더라도 올바른 가치관과 목표 의식을 심어주는 가정환경이 훌륭한 인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모의 인생관, 가치관 이런 것들을 제대로 잘 물려받은 사람들이 적절한 기회에 좋은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일들이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계속 벌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최 전 교수는 지능의 개념을 단순히 IQ나 학문적 능력으로 한정 짓는 관점을 비판했다. 그는 “IQ 테스트나 수학 문제를 푸는 것만이 지능은 아니다”라며 인간관계나 상황 대처 능력 등 다양한 요소가 지능을 구성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능을 너무 협소하게 보는 시각을 버려야 한다면서 부모 중 누구를 닮았든 그로 인해 행복하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