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론 영영 못 잡을라' 목포 어민들 긴장하게 만드는 물고기의 정체
2025-08-10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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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참조기 5년새 20척 감소... 방어는 동해로 북상

뜨거워진 바다가 우리나라 어장 지도를 다시 그리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전통 어종들이 서식지가 바뀌는 바람에 어민 생계가 직격탄을 받고 있다.
기후변화로 한국 연근해 표층 수온이 급속도로 올랐다. 목포MBC 최근 보도에 따르면 최근 56년간 우리나라 바다의 연평균 표층 수온은 1도 이상 상승했다. 이는 지구 평균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이로 인해 목포 앞바다 등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 목포 주력 어종이었던 참조기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지역 어업계에 큰 타격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2021년 5000톤에 가까웠던 참조기 어획량은 1년 사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고, 2023년에는 1640톤까지 급감했다.
참조기는 한국을 대표하는 어종 중 하나다. 주로 수온 15~25도에 서식하는 온대성 어류인 참조기는 봄과 가을에 연안으로 이동해 산란한다. 몸길이는 보통 20~30cm 정도이며, 은백색 몸체에 황금빛이 도는 특징을 갖고 있다.
플랑크톤과 작은 갑각류, 소형 어류를 주로 먹는 참조기는 우리나라 서해와 남해에서 주로 어획됐다. 특히 목포 앞바다는 참조기의 주요 서식지 중 하나로 지역 어민들의 주요 소득원이었다.
하지만 해수온 상승으로 참조기의 서식 환경이 변하면서 어획량이 급감하고 있다. 참조기가 선호하는 수온대를 벗어나면서 더 차가운 북쪽 바다로 이동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영향으로 참조기를 주로 잡는 근해자망 어선 수도 5년 만에 20여 척 줄었다. 이지준 목포 근해유자망협회장은 목포MBC에 "요즘은 조기가 많이 잡히지 않아 경비도 건지지 못하는 심경에 놓였다"며 "요즘 기온이 날씨가 뜨겁기 때문에 참조기가 빠른 속도로 이동하지 않느냐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에 더해 갈수록 뜨거워지는 바다까지 겹치면서 어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어장 변화는 참조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전국 각지에서 전통적인 어종 분포가 바뀌고 있다.
한때 동해의 대표 어종이던 오징어는 이제 서해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오징어는 수온 10~20도 사이에서 서식하는 어종이다. 동해의 수온이 상승하면서 더 차가운 서해로 서식지를 옮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남해에서 잡히던 멸치도 서해와 동해로 서식지를 옮기고 있다. 멸치는 수온 변화에 민감한 어종으로 적정 수온을 찾아 이동하는 특성을 보인다.
반대로 따뜻한 바다를 선호하는 어종들은 북상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방어다.
대형 회유성 어류인 방어는 몸길이가 1미터 이상까지 자라며 무게는 10kg을 넘기도 한다. 방어는 아열대성 어류로 수온 18~24도의 따뜻한 바다를 선호한다.
전통적으로 방어는 제주도와 남해안에서 주로 어획됐다. 겨울철 제주 근해에서 월동하다가 봄이 되면 남해안으로 이동해 산란하는 패턴을 보였다. 방어는 고등어, 정어리, 멸치 등을 주로 먹으며, 빠른 유영 능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동해의 수온이 상승하면서 방어의 분포가 북쪽으로 확대되고 있다. 김현우 국립수산과학원 연근해자원과 연구관은 목포MBC에 "제주도를 포함해서 남해에서 주로 어획되던 방어는 동해의 수온 상승에 따라서 유입량이 증가하고 또 어기가 길어지면서 어획비율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동해안에서는 제주에서 잡히던 방어 어획량이 크게 늘었다. 방어가 동해로 북상하면서 동해안 어민들에게는 새로운 어종이 됐지만, 남해안 어민들에게는 전통 어종을 잃는 결과를 가져왔다.
방어의 북상은 해수온 상승의 직접적인 결과로 분석된다. 동해 표층 수온이 방어가 서식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가면서 서식 범위가 확대된 것이다.
반면 차가운 물에 사는 한랭성 어종들은 해마다 어획량이 줄고 있다. 대표적인 어종이 도루묵과 명태다.
도루묵은 수온 5~15도의 찬 바다에서 서식하는 어종으로, 주로 동해안에서 어획됐다. 하지만 동해 수온이 상승하면서 도루묵의 서식지가 더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명태 역시 찬 바다를 선호하는 대표적인 한랭성 어종이다. 한때 우리나라 근해에서 대량으로 잡혔던 명태는 해수온 상승과 남획으로 인해 거의 자취를 감췄다.
이러한 어종 분포 변화는 지역별 어업 구조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통적으로 특정 어종에 의존했던 지역 어민들은 새로운 어종으로 전환하거나 조업 방식을 바꿔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