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바닥 뚫을 기세…8000원→1500원, 80% 대폭락해버린 '국민 과일'
2025-08-11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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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량 과잉에 생산량 줄어 가격 폭락
'국민 과일'의 가격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11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2024년산 배(상품) 15㎏당 도매가격은 3만 1597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 16만 9763원보다 80% 이상 떨어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배(신고) 10개당 소매가격은 3만 6026원으로, 지난해 7만 6077원 대비 52.6% 낮았다.
배 한 개 평균 무게를 약 750g으로 계산하면 15㎏ 한 상자에는 약 20개가 들어간다. 이를 개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지난해 약 8488원이던 것이 올해는 약 1580원 수준으로 하락한 셈이다.
이번 가격 폭락은 물량 과잉 때문만은 아니다. 현재 유통 중인 배는 올해산이지만, 지난해 생산량은 오히려 4년 만에 가장 적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배 생산량은 17만 8000t으로, 2020년 13만 3000t 이후 최저 수준이었다.
흉작의 원인은 202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생산량은 18만 4000t으로 전년 25만 1093t보다 26.8% 줄었는데, 재배면적은 2.4% 감소에 그쳤지만 단수가 25% 줄었다. 봄철 냉해와 심각한 일소 피해가 겹쳤다. 소비자들은 2023년 여름을 기록적인 폭염으로 기억하지만, 배 농가의 피해는 오히려 그 전 해에 집중됐다.

그 시기 일부 농가는 배를 바로 판매하지 않고 저장해 가격이 오를 때 출하하는 전략으로 큰 수익을 올렸다. 15㎏에 5만 원 하던 배를 15만~20만 원에 판매한 경우도 있었다. 2023년 7월 평균 배 10개당 소매가는 7만 9559원으로, 전년 같은 달 2만 8531원의 약 세 배였다.
이 경험은 지난해에도 반복됐다. 다수 농가가 수확한 배를 냉장 저장하며 출하를 미뤘고, 정부와 생산자단체의 출하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다. 올 1월 배 10개당 소매가는 4만 4131원으로, 전년보다 33.3% 높았다. 그러나 2월부터 도매가격이 전년 대비 낮아지기 시작했고, 5월에는 15㎏당 5만754원으로 평년가보다 떨어졌다.
가격 하락이 지속되자 저장 물량을 한꺼번에 방출하는 농가가 늘었다. 하지만 설 연휴는 이미 지나갔고, 올해 추석은 10월로 햇배 출하 이후라 판매처 확보가 쉽지 않았다. 이로 인해 가격 하락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지난달 도매가는 평년가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배의 수요 기반이 얇다는 점도 문제다. 사과는 주스나 간식 등 활용도가 높지만, 배는 주로 명절 제사용품으로 소비된다. 2023년 1인당 배 소비량은 3.1㎏으로, 사과(7.7㎏)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지난해 가격 폭등은 소비자 외면을 부추겼고, 올해 설에도 판매 부진으로 소매점이 납품 취소를 요청하는 사례가 있었다.
품질 저하도 영향을 미쳤다. KREI 농업관측센터 조사에서 지난해 배 생육이 평년보다 좋다는 응답은 21.2%, 나쁘다는 응답은 27.7%였다. 결국 가격 폭락으로 농가들이 저장 물량을 떠안게 됐고, 일부는 정부에 ‘배 가격을 책임지라’는 민원을 넣기도 했다.
한국 배 자조금 관리위원회 김상동 사무국장은 “창고에 숨겨진 저장 배가 많아 올해 배 가격이 오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