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끝났다"... 50년 가까이 한국 장악했는데 농민들이 재배 꺼리는 채소
2025-08-17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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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감자의 상징이었는데… 기후변화에 무너져 몰락
고온에 약하고 저장성도 떨어져… 농민들 “수미는 끝”

한국의 대표 감자가 빛을 잃어가고 있다. 타원형의 익숙한 모양과 고소한 맛으로 반세기 가깝게 감자 시장을 장악한 이 감자 품종의 이름은 수미. 기후변화와 씨감자 퇴화로 수확량이 급감하고 상품성이 떨어지면서 농민들은 하나둘 수미를 떠나 새로운 품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감자 재배 농부들은 이제 수미는 끝난 것 같다면서 빨리 알아차린 농민들이 진작부터 품종을 바꾸고 있다고 말한다. 수미가 더 이상 농가와 시장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수미는 1978년 국내 도입 이후 70~80%에 달하는 재배 비중을 차지해온 감자 시장의 절대 강자다. 수확량이 많고 맛이 좋아 농민들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다. 7월 수확 후 같은 밭에 배추나 다른 작물을 심을 수 있어 농가 효율성도 뛰어났다. 한국인들에게 감자라고 하면 수미의 타원형 모양이 떠오를 정도로 대중적이다.
문제는 2010년대 들어 기후변화의 영향이 뚜렷해지면서 수미의 약점이 드러났다는 점이다. 고온과 가뭄, 집중호우에 취약한 수미는 남부지방에서 2010년대 초반부터 줄기가 제대로 자라지 않았다. 중부지방에서는 2010년대 중반부터 병충해와 기형 감자가 늘어났다. 과거 평당 10~13kg이던 수확량은 이제 6~8kg으로 줄었다. 반면 다른 품종은 9~12kg을 유지해 수미의 경쟁력이 크게 약화했다. 이에 따라 수미의 재배 비율이 60% 이하로 감소했다.
저장성 문제도 수미의 퇴출을 가속화했다. 4~5도 저온 저장고에서도 싹이 나는 까닭에 상품성을 잃기 쉽다.
수미의 경쟁력이 약화한 가장 큰 이유는 씨감자의 퇴화다. 오랜 재생산으로 유전적 다양성이 줄어들며 환경 적응력이 떨어졌다. 실제로 수미는 병충해에 취약해졌다. 타원형이 아닌 길쭉한 기형 감자가 늘어나 시장도 수미를 외면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고온과 불규칙한 강수량이 겹치며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다.
수미의 시대가 저물면서 새로운 품종들이 주목받고 있다. 2020년 개발된 국산 품종 ‘골든볼’은 수미보다 생육기간이 10일 길지만 병충해에 강하고 수확량이 평당 15kg으로 수미보다 1.5배 많다. 농부들은 상품성 있는 감자가 골든볼에선 훨씬 많이 나오고 크기 또한 더 굵다고 말한다. 골든볼은 고소한 맛과 요리 후 변색이 적어 감자칩, 감자전 등 다양한 용도로 적합하다.
기후변화의 영향은 감자 농업 전반을 위협한다. 지난해 미국 등지에서 감자 생산량이 급감하며 ‘감자튀김 대란’이 발생한 사례는 기후변화가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국내에서도 이상고온, 이상저온, 집중호우로 작황이 불안정해지며 감자 수확량이 매년 큰 편차를 보인다.
감자의 원산은 남미다. 고온다습한 한국 여름에 적합하지 않다. 씨감자 수요는 아직 100% 국산으로 충당하지만 기후 적응 한계를 넘어서면 수급 불안이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수미 감자 수확량 급감이 감자 수요를 맞추지 못하면 한계 상황에 도달한다고 경고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