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귀한 장면이 찍히다니…한국 숲에 나타나 화제인 '멸종위기' 동물 정체

2025-08-12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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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양양 백두대간 숲 속에서 포착된 주인공

올해 4월부터 7월 중순까지 강원 양양 백두대간 고산 숲에서는 보기 드문 장면이 차례로 포착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담비가 긴점박이올빼미 둥지를 습격하는 모습이 무인카메라에 담겼다. / 양양생태사진연구회
담비가 긴점박이올빼미 둥지를 습격하는 모습이 무인카메라에 담겼다. / 양양생태사진연구회

최근 양양생태사진연구회는 무인카메라와 장시간 잠복 촬영을 통해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긴점박이올빼미’ 번식 과정을 담아냈다고 밝혀 크게 주목받고 있다. 긴점박이올빼미는 국내에서도 손꼽히게 희귀한 텃새다. 세계적으로도 개체 수가 많지 않아, 중국 북부·일본·시베리아 고산지대처럼 인적 드문 깊은 숲에서만 발견된다. 국내에서는 강원도 산악지대 일부에서만 드물게 관찰되며, 번식 장면이 촬영된 사례는 극히 제한적이다.

양양생태사진연구회에 따르면 이번 기록에서는 두 개의 긴점박이올빼미 둥지가 확인됐다. 한 곳에서는 부화 직후 새끼가 천적인 담비에게 잡아먹히는 장면이 안타깝게도 포착됐다. 그러나 다른 둥지에서는 부화 후 새끼가 무사히 자라 숲으로 날아오르는 모습까지 영상에 담겼다. 번식 성공 장면이 국내에서 촬영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 한국에서 보기 힘든 이유

긴점박이올빼미는 척삭동물문 조강(조류) 올빼미목 올빼미과에 속하는 대형 올빼미류다. 성체의 키는 5061cm, 날개를 펼치면 110134cm에 이르며, 엷은 황갈색 바탕에 흰색 얼룩과 어두운 갈색 세로줄무늬가 전신에 퍼져 있다. 검은 눈과 노란 부리가 특징이며, 암수 모두 크기와 무늬가 거의 같다.

멸종위기종 긴점박이올빼미. / 국립생물자원관
멸종위기종 긴점박이올빼미. / 국립생물자원관

이 종은 주로 산림 생태계 내 상위 포식자로 활동한다. 설치류, 소형 조류, 곤충 등을 사냥하며, 나무 구멍이나 바위틈에 둥지를 틀고 24개의 알을 낳는다. 포란 기간은 2729일, 부화 후 육추 기간은 약 30~34일이다.

국내에서 개체 수가 적은 이유는 서식지 파괴와 직결된다. 고산지대의 울창한 숲과 고목은 이들의 번식과 사냥에 필수적인데, 산림 개발, 벌목, 고목 제거로 알맞은 둥지와 먹이원이 줄었다. 여기에 분포 범위 자체가 좁아 번식지가 단편화되고, 본래 개체 수도 적어 세대 간 유전적 다양성도 위협받고 있다.

§ 천적과 환경변화…이중 압박

이번 촬영에서도 확인된 것처럼, 담비 같은 포유류 포식자는 긴점박이올빼미의 번식에 큰 위협이 된다. 특히 부화 직후 새끼는 날지 못해 둥지 방어력이 약하다. 게다가 최근 기후 변화로 강원도 산림 생태계의 먹이 구성과 계절적 패턴이 바뀌면서, 이들이 의존하는 설치류 개체 수도 변동이 심해졌다.

야간에 포착된 긴점박이올빼미. / 국립생물자원관
야간에 포착된 긴점박이올빼미. / 국립생물자원관

이처럼 서식지 감소, 먹이 자원 변화, 천적 위협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긴점박이올빼미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Ⅱ급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는 관심대상종(LC)으로 분류하고 있지만, 한국처럼 개체 수가 매우 적은 지역에서는 사실상 준멸종 상태로 평가된다.

§ 보전 활동과 관찰의 의미

국립공원공단과 환경단체들은 오대산, 설악산 등 강원 고산지대에 인공 둥지를 설치하고, 기존 서식지 보전 활동을 벌이고 있다. 실제로 최근 오대산에서는 인공 둥지를 활용한 번식 사례가 보고됐다. 이런 보전 활동은 개체 수 회복뿐 아니라 숲 생태계의 건강성 회복에도 기여한다.

양양생태사진연구회 황하국 회장은 "긴점박이올빼미가 번식할 수 있다는 것은 해당 숲이 먹이망과 서식 조건을 고르게 갖추고 있다는 신호"라며 "서식지 보전 없이는 개체 수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 양양생태사진연구회 기록은 단순한 희귀 조류 관찰이 아니라, 고산 숲 생태계가 아직 일부 지역에서 건강하게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생태 지표다. 긴점박이올빼미처럼 상위 포식자가 안정적으로 번식할 수 있는 환경은 그 아래 단계의 곤충·식물·소형 포유류 군집이 균형을 이룬 결과이기도 하다.

긴점박이올빼미. 자료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긴점박이올빼미. 자료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 긴점박이올빼미 보호가 곧 숲 보전

긴점박이올빼미는 이동성이 적고 특정 서식지에 의존하는 민감종이다. 이런 종을 보호하는 일은 단순히 한 종의 생존을 돕는 것을 넘어, 숲 전체의 건강성을 지키는 일이다. 고목을 포함한 다양한 나무 구조, 먹이원 확보, 천적 균형이 모두 맞아떨어져야 가능하다.

앞으로 이 종의 개체 수를 늘리기 위해서는 △서식지 파괴 방지 △산림 개발 제한 △고목 보호 △인공 둥지 확대 △먹이 자원 보전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또한 무분별한 사진 촬영이나 서식지 접근은 스트레스와 번식 실패로 이어질 수 있어 자제가 요구된다.

§ 기록으로 남기는 보전의 시작

양양에서의 이번 촬영 성공은 긴점박이올빼미 연구와 보전 활동의 중요한 자료로 남는다. 국내에서 이들의 번식 과정이 장기간, 체계적으로 기록된 사례는 많지 않다. 연구자들은 이를 토대로 번식 시기, 먹이 선택, 서식 환경 특성 등을 정밀 분석해 향후 보전 전략에 반영할 계획이다.

양양 고산 숲에 울려 퍼진 긴점박이올빼미의 울음소리는 단순한 조류 관찰의 기쁨을 넘어 한국 산림 생태계가 여전히 숨 쉬고 있음을 알리는 소리다. 이 귀한 장면이 앞으로도 계속 목격되기 위해서는, 숲과 그 속의 생명들을 지키는 지속적인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다음은 최근 양생태사진연구회가 포착한 멸종위기종 '긴점박이올빼미' 모습들이다.

양양 백두대간 고산 숲에서 포착된 긴점박이올빼미. / 양양생태사진연구회
양양 백두대간 고산 숲에서 포착된 긴점박이올빼미. / 양양생태사진연구회
희귀 텃새 긴점박이올빼미. / 양양생태사진연구회
희귀 텃새 긴점박이올빼미. / 양양생태사진연구회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희귀종 긴점박이올빼미. / 양양생태사진연구회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희귀종 긴점박이올빼미. / 양양생태사진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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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권미정 기자 undecided@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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