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1억원…국내 500년간 사람 손길 안 닿은 곳에 15마리나 풀린 '멸종위기종' 정체
2025-08-12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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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광릉숲에 방사
1980년대 중반 이후 발견 끊겼다가 2006년 포착돼
국내에서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숲에 전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멸종위기 생물 15마리가 방사됐다.

국립수목원은 장수하늘소 15마리를 경기도 포천시 광릉숲에 방사했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광릉숲에서 진행된 이번 방사는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국립수목원이 마련한 것이다.
방사한 개체 중 6마리에는 초소형 위치추적 장치를 부착해 약 3주간 행동반경과 이동 패턴을 모니터링하며 복원 사업 자료로 활용한다.
장수하늘소는 천연기념물 제218호이자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으로, 평균 몸길이는 약 11cm다. 한국과 중국 동북부, 러시아 극동 지역에 서식하는 딱정벌레목 하늘소과 곤충으로, 남미에도 유사한 종이 살아 과거 미주대륙과 아시아대륙이 알래스카를 통해 연결돼 있었다는 학술적 증거로도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현재까지 광릉숲에서만 서식이 확인됐다.
국립수목원은 국가유산청과 협력해 국내 유일의 장수하늘소 복원 연구를 진행 중이며 산림곤충스마트사육동에서 약 500마리를 기르고 있다.
2018년부터 8년 연속 광릉숲에 장수하늘소를 방사해 생존력과 서식지 연구를 이어가고 있으며 올해는 광복 80주년을 맞아 지난 8일 15마리를 방사했다.
2014년 이후 야생 서식이 확인된 장수하늘소는 주로 가슴높이 둘레 30cm 정도의 서어나무나 참나무류에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수하늘소는 과거 서울 북한산, 강원도 춘천과 화천, 양구 및 강릉 소금강 등에 널리 분포했지만 1980년대 이후 개체수가 급감해 현재는 광릉숲에서만 서식한다. 개체군 규모가 매우 적어 남획 위험이 크다는 판단하에 1968년 천연기념물로, 2012년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으로 각각 등재됐다.
1980년대 중반 이후 거의 발견되지 않던 장수하늘소는 2006년 살아있는 암컷 1마리가 광릉숲에서 관측되면서 화제가 됐다. 이후 8년간 다시 종적을 감췄다가 2014년부터 매년 1~3마리가 발견되고 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본 등지에서 장수하늘소 표본의 매매 가격은 1마리당 7000만 원~1억 원 사이에 형성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장수하늘소는 특정 나무 종류와 굵기에 의존해 생활하기 때문에 서식지 변화에 취약하다. 현재 국내에서는 광릉숲이 사실상 마지막 보루로 남아 있으며 복원 사업과 보호 활동이 중단될 경우 멸종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장기적 모니터링과 서식지 복원, 불법 채집 방지 등 다각적인 보호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장수하늘소는 길쭉하고 단단한 몸체에 검은색 또는 짙은 갈색의 광택 있는 외피를 지니며 머리 양옆에서 길게 뻗은 더듬이가 특징이다. 수컷의 더듬이는 몸길이보다 길어 시각적으로도 인상적이다. 주 먹이는 서어나무나 참나무류의 부후목이며 유충은 나무 속에서 수년간 성장하며 성충이 된다.
주로 여름철인 6~8월 사이에 활동이 활발하고 야행성이어서 해가 진 뒤 주로 움직인다. 낮에는 나무 속이나 그늘진 곳에 숨어 있다가 밤이 되면 먹이를 찾아 이동한다. 서식지는 건강한 활엽수림으로, 특히 오래된 나무가 많은 지역에서 발견된다.
장수하늘소는 비행 능력이 뛰어나지만 서식지와 먹이 나무의 조건이 맞아야만 정착한다는 점에서 생태적 민감성이 높다. 이런 특성은 보호와 복원 과정에서 세심한 서식지 관리가 필요한 이유로 꼽힌다.
현행법에 따르면 장수하늘소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으로 지정돼 있어 무단 포획, 채집, 훼손, 거래가 모두 금지된다. 이를 위반해 불법 채집하거나 유통할 경우 문화재보호법과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최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또 불법으로 채집한 개체나 그 가공품은 몰수되며 위반 사실이 적발되면 형사처벌과 함께 행정적 제재도 받는다. 이런 강력한 처벌 규정은 멸종위기종 보전을 위한 필수 장치로, 장수하늘소 보호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광릉숲에는 장수하늘소 말고도 다른 희귀 생물들이 많이 살고 있다. 광릉숲은 560여 년간 훼손되지 않게 관리되면서 사람 손길이 거의 닿지 않아 잘 보전돼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온대 북부 지역에서 찾아보기 힘든 온대 활엽수 극상림을 이루는 생태적으로 매우 중요한 숲이다. 극상림에는 서어나무, 졸참나무, 갈참나무 등의 수종들이 혼재돼 있으며 특히 서어나무가 가장 많이 나타나고 있다.
광릉숲에는 어린나무부터 오래된 고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식물군(983종)이 분포하고 있다. 광릉숲은 장수하늘소와 같은 곤충들(3932 분류군)이 많은 까닭에 이들 곤충을 먹고 사는 까막딱따구리, 오색딱따구리, 쇠딱따구리 등 조류상(187종)도 다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버섯(694), 포유류(29종), 양서·파충류(30), 어류(40)등 총 6251여 분류군의 다양한 생물이 살고 있어 광릉숲은 우리나라에서 단위 면적당 가장 많은 생물종이 서식하고 있는 생물다양성의 보고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크낙새, 장수하늘소 등 21종의 천연기념물과 8종의 특별산림보호대상종, 19종의 법정보호종을 가지고 있어 생태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숲이다.
이러한 특징에 근거해 유네스코의 인간과 생물권(Man and the biosphere: MAB)은 2010년 광릉숲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