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를 '도람프'라고 발음하는 일본인... 일본인 영어 발음이 독특한 이유

2025-08-15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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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카 유지 교수 “음운 체계와 교육 방식 때문”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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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영어 발음은 특이하기로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다른 나라에서도 화제를 모을 정도. 유튜브 채널 ‘세상연구소’가 11일 업로드한 영상 ‘악명 높은 일본인의 영어발음 도대체 왜 이렇게 된 걸까?(일본인은 스스로 알까?)’에서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가 그 원인을 파헤쳤다. 일본어의 독특한 발음 체계와 역사적 배경이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호사카 유지 교수가 일본인 영어 발음이 특이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 '세상연구소' 유튜브
호사카 교수는 일본인 영어 발음이 독특한 이유를 음운 체계와 교육 방식에서 찾았다. 그는 일본어는 자음으로 끝나는 단어가 거의 없고, 모든 음절이 모음으로 끝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영어 단어 ‘mother’, ‘father’, ‘brother’는 일본식 발음으로 ‘마자’, ‘파자’, ‘브라자’로 변형된다. 이는 일본어의 50음도 구조, 즉 자음과 모음이 결합된 음절 단위로 발음이 구성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the’는 ‘자’로, ‘world’는 ‘와르도’로 발음되며, ‘Trump’는 ‘도람프’로 표기되고 발음된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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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외래어 표기법도 큰 영향을 미친다. 메이지 시대부터 외국어를 가타카나로 표기하며 일본식으로 소리 내는 관습이 자리 잡았다. 예를 들어 ‘thank you’는 ‘상큐’, ‘McDonald’s’는 ‘마크도나르도’로 변형된다. 이러한 표기법은 일본인들이 원어 발음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게 만들고, 외국인들이 알아듣기 어려운 발음을 낳는다. 호사카 교수는 일본인들이 이 문제를 인지하지 못한다고 지적하며, 이는 심각한 커뮤니케이션 장벽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교육 방식도 문제의 핵심이다. 일본의 영어 교사 중 원어민이나 해외 유학 경험이 있는 교사는 드물고, 대부분 일본식 발음으로 영어를 가르친다. 이로 인해 학생들은 잘못된 발음을 배우게 된다. 또한 일본은 영어 스피킹 시험을 도입하지 않아 발음 교정 기회가 부족하다. 호사카 교수는 2021년 한국의 토익 평균 점수가 670점인 반면 일본은 574점으로 아시아 내에서도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일본 기업 입사 시험에선 토익 점수를 요구하는 경우가 드물고 스피킹 능력은 거의 평가되지 않는다.

일본 도쿄 / 픽사베이
일본 도쿄 / 픽사베이

역사적 맥락도 영향을 미쳤다. 일제강점기 한국에서는 일본식 영어 교육이 이뤄졌고, 관계대명사 같은 문법 용어는 일본에서 유래한 표현이 그대로 사용됐다. 메이지 유신 시기 일본은 영어 교육에 적극적이었지만, 전쟁 중 외국어 사용이 금지되며 일본식 표기와 발음이 강화됐다. 예를 들어 ‘basketball’은 ‘바스케토볼’로, ‘volleyball’은 ‘바레보르’로 변형됐는데, 이후에도 이러한 발음이 유지됐다.

호사카 교수는 일본어의 연음(연속된 음절의 자연스러운 연결) 개념 부재도 영어 발음의 어려움을 가중한다고 봤다. 일본어는 음절 단위로 끊어 발음하기 때문에 영어의 유연한 발음 흐름을 따라가기 어렵다. 그는 40대 이후 일본인들이 자음 위주의 외국어 발음을 익히기 어려워한다고 언급하며, 이를 개선하려는 CD 같은 교재가 과거 유행했던 사례를 소개했다.

일본의 문화적 요인도 발음 문제에 영향을 미친다. 일본에서는 외국인에게 일본어로 대답하는 것이 예의로 여겨진다. 영화도 더빙이 주를 이룬다. 더빙 시 입 모양을 일본어에 맞추는 기술이 발달해 원어 발음에 대한 노출이 적다. 이로 인해 일본인들은 영어 발음의 차이를 인지하기 어렵다.

호사카 교수는 일본인의 영어 발음 문제를 개선하려면 원어민 교사의 참여와 스피킹 중심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한국에서 오래 생활한 덕분에 미국인이 어느 정도 이해하는 수준의 영어 발음을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호사카 유지 교수가 일본인 영어 발음이 독특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 '세상연구소' 유튜브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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