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낳으면 웃고, 아들 태어나면 운다” 한국 사회, 확 바뀐 이유

2025-08-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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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더 빠르게 사라지는 아들 선호 사상

한국 사회에서 오랜 기간 이어져 온 아들 선호 현상이 빠르게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과거 ‘반드시 아들이 있어야 한다’는 인식은 크게 줄었으며, 특히 50대 이하에서는 아들보다 딸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갤럽 인터내셔널이 2024년 11월 11일부터 25일까지 전국(제주 제외) 만 19세 이상 153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한국인의 남아 선호 비율은 1992년 58%에서 2024년 15%로 크게 감소했다. 반면 여아 선호 비율은 28%로, 아들보다 딸을 더 선호하는 수치가 나타났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연령별로는 50대 이하에서 딸 선호가 두드러졌다. 특히 30·40대 여성의 여아 선호 비율은 40%대를 기록했다. 60대 이상에서는 아들 선호 23%, 딸 선호 20%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1992년 조사에서 20대의 아들 선호 비율이 42%였던 점을 고려하면, 현재 50대가 된 이 세대의 선호 자녀 성별은 남아 14%, 여아 28%, 무관 57%로 크게 변했다. ‘결혼하면 아들이 꼭 있어야 한다’는 응답도 1995년 45%에서 2008년 24%로 감소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딸 선호’에서 한국이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세계 44개국 성인 4만 478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한국은 딸 선호 비율 28%로 1위를 차지했으며, 아들 선호 비율은 15%였다. 일본(딸 26%, 아들 14%), 스페인·필리핀(딸 26%), 방글라데시(딸 24%)가 뒤를 이었다. 아들 선호 상위 국가는 인도(39%), 필리핀(35%), 에콰도르·중국(24%), 영국(21%) 순이었다.

국내 통계청 자료에서도 이러한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출생성비(여아 100명당 남아 수)는 1990년 116.5명으로 남아 비율이 가장 높았으나, 2023년에는 105.1명으로 자연 성비 범위(103~107명)에 들어왔다. 2000년까지 110명을 웃돌던 수치는 2008년 이후 안정세를 유지하며 아들 선호의 급격한 퇴조를 보여주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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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 같은 변화가 사회 전반의 가치관 변화와 관련이 있다고 본다. 과거 유산 분배, 제사 등에서 남성을 우대하던 관행이 줄어들었으며, 여성의 사회 진출 확대와 가사·돌봄 역할의 재평가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또한 노부모 부양에서 딸이 더 적극적이라는 인식도 딸 선호 증가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다만 개인 사례를 일반화하는 데는 신중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편 저출산이 심화되면서 한 자녀만 두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어, 자녀 성별 선호는 점점 의미를 잃고 있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실제로 일부 30·40대 부모들은 자녀 성별보다 양육 과정에서 느끼는 만족감과 가족 관계를 더 중시한다고 답했다.

home 김민정 기자 wikikmj@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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