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작 더 사둘 걸…폭염·폭우 난리통에 금값된 '국민 식재료'

2025-08-13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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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바구니 부담 가중...꾸준히 가격 상승 중인 국민 식재료

올여름 연일 이어진 폭염과 폭우 속에서 주요 식재료 가격이 급등하며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계란은 4년 만에 7000원대를 기록하며 '금값'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가격이 치솟았다.

연일 폭염특보가 이어진 올해 여름, 전남 나주시 세지면의 한 양계장에서 더위에 지친 닭들이 움직이지 않고 있는 모습 / 뉴스1
연일 폭염특보가 이어진 올해 여름, 전남 나주시 세지면의 한 양계장에서 더위에 지친 닭들이 움직이지 않고 있는 모습 / 뉴스1

계란값 7000원 돌파…4년 만의 최고치

13일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계란(특란 30개) 전국 평균 소비자가격은 7041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6713원)보다 4.9%, 평년(6438원)보다는 9.4% 오른 수치다. 수도권의 경우 서울 7693원, 인천 7617원, 경기 7427원으로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돌고 있어 소비자 체감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계란값은 지난 5월 7026원을 찍으며 2021년 이후 처음으로 7000원 선을 넘어선 이후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산지가격 역시 지난달 특란 30개 기준 5822원으로 전년 동월(4876원) 대비 19.4% 상승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계란을 살펴보는 시민 / 뉴스1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계란을 살펴보는 시민 / 뉴스1

폭염이 부른 닭 대량 폐사…산란계 공급 차질

계란값 급등의 직접적 원인 중 하나는 기록적인 폭염으로 인한 산란계 폐사다. 행정안전부 집계에 따르면 올해 5월 20일부터 8월 10일까지 폐사한 가금류는 150만 9369마리로, 작년 같은 기간(65만 7796마리)보다 두 배 이상 급증했다.

닭은 체온 조절 능력이 없어 더위에 특히 취약한데, 국내 양계장 대부분이 밀집 사육하는 밀폐형 구조여서 열 배출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로 인해 산란계뿐만 아니라 육계 가격도 11일 기준 ㎏당 6203원으로 전년(6104원)과 평년(5809원)을 모두 넘어섰다.

산란계협회 가격 조작 의혹…공정위 수사 착수

정부는 대한산란계협회의 고시가격 인상이 계란값 상승을 부추겼다고 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산란계협회는 올해 3월 특란 한 개당 산지가격을 기존 146원에서 180원으로 34원 인상했고, 5월에는 190원으로 추가 인상했다.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산란계협회를 대상으로 가격 담합 조사에 나섰다. 공정위가 주목하는 것은 협회가 발표하는 산지가격을 회원사들이 따르도록 강제했는지 여부다.

산란계협회 측은 "협회가 조사해 회원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가격정보는 산란계 농가들이 직접 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비용과 시간을 절감하도록 해 효율적·안정적 경영에 활용하도록 하고, 유통업체와 거래 가격을 결정할 때도 참고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지 이에 따르라고 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30입 계란 한 판 4990원 단 하루 특가 행사가 열린 지난 6월 서울 중구 한강대로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서울역점을 찾은 고객들이 마트 오픈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 / 뉴스1
30입 계란 한 판 4990원 단 하루 특가 행사가 열린 지난 6월 서울 중구 한강대로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서울역점을 찾은 고객들이 마트 오픈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 / 뉴스1

계란, 전 세계적 공급난…수입도 막혀

국내 계란값 상승이 단순히 국내 문제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해 지난 4월까지 총 5700만 마리를 살처분했고, 이는 전체 사육마릿수의 약 17%에 해당한다. 일본도 930만 마리, 독일·폴란드·헝가리·이탈리아 등 유럽 각국에서도 600여 건 이상의 조류인플루엔자(HPAI) 사례가 발생하는 등 상황이 심각하다.

이로 인해 국제계란거래가격도 개당 300원 정도로 올라 있는 상황이며, 미국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상황이 안정되려면 최소한 내년 2월, 그리고 수입선이 회복되려면 내년 5월은 돼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산란계협회 측은 "수입이 가능했고, 그래서 수입을 통해 계란 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면 공정위의 가격담합 조사도 시행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수입은 안되고 국내도 계란 수급량도 부족한 상황에서 국내산 계란 가격을 낮추지 못하다보니 산지가격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협회에 대한 공정위 조사가 진행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책 마련 나선 정부…9월부터 점진적 회복 기대

계란값 상승이 계속되자 정부는 계란가공품 할당관세 물량을 현재 4000톤에서 1만톤으로 확대하고, 계란 산지가격 조사·발표를 축산물품질평가원으로 일원화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산란계의 계란 생산기간을 평균 84주령에서 87주로 늘리도록 유도하고, 자조금을 활용해 일부 대형마트 등에 공급하는 계란 납품단가를 30개당 1000원 인하하는 조치도 추진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3~5월 산란계 농장의 병아리 입식 마릿수가 매월 평균 480만 마리로 2024년 평균 441만 마리보다 8.8% 증가했다며, 9월부터 계란 생산량이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산란계는 병아리부터 약 6개월이 지나야 본격 산란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마트에 진열된 계란 자료 사진 / 뉴스1
마트에 진열된 계란 자료 사진 / 뉴스1

하지만 정부가 기대하는 9월 이후 계란 공급 안정화에도 변수가 있다. 동물복지 정책에 따라 산란계 마리당 사육면적을 기존 0.05㎡에서 0.075㎡로 확대하는 조치가 9월 1일부터 본격 시행되기 때문이다. 사육환경을 바꾸는데 막대한 자금이 드는 만큼 일부 농가들은 사육면적에 맞춰 닭을 빼는 방식으로 조치에 발맞추겠다는 입장이다.

산란계협회가 분석한 향후 계란생산량 전망에 따르면 사육면적 확대 조치로 인해 내년 3월부터 평균생산량을 밑돌 것으로 예상돼, 정부의 낙관적 전망과는 달리 공급 부족이 장기화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계란 이어...다른 축산물 가격도 줄줄이 상승

계란 외에도 주요 축산물 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소고기 안심은 100g당 1만4355원으로 작년(1만3547원)보다 6% 올랐고, 등심은 100g당 1만1266원으로 작년(9423원)보다 19.6% 급등했다. 돼지고기 삼겹살도 100g당 2783원으로 1년 전(2558원)보다 8.8% 상승했다.

사육두수 감소와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으로 인한 수요 증가가 맞물리면서 당분간 축산물 가격은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home 윤희정 기자 hjyun@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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