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견되지 말았어야 했는데…” 대낮 청계천서 잡힌 두 눈 의심 ‘생명체’ 정체

2025-08-14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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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청계천 생태조사 도중 포착된 뜻밖의 열대어종

서울 도심을 가로지르는 청계천에서 발견돼선 안 될 뜻밖의 물고기가 포획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평소 다양한 어종이 서식하는 청계천이지만, 이번에 잡힌 건 한눈에 봐도 토종과는 거리가 먼 열대어였다.

기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자료 사진
기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자료 사진

최근 유튜브 채널 ‘TV생물도감’에는 ‘서울 청계천에서 발견되지 말아야 할 열대생물이 발견됐습니다... 대체 누가 버린 걸까요?’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 속 유튜버는 국립중앙과학관, 서울시설공단과 함께 진행한 2차 청계천 생태조사 두 번째 날의 현장을 공개했다. 그는 “첫날 청계천 최상류부터 중상류까지 탐사를 마쳤고, 오늘은 중류부터 하류까지 이어가던 중 발견돼선 안 되는 열대생물이 나왔다”고 말했다.

유튜버의 설명에 따르면 청계천 중류 하류부는 자연 하천의 모습을 상당 부분 간직하고 있다. 그는 빌딩 숲 사이에서 투망과 족대를 번갈아 사용하며 어종을 채집했고, 이색적인 풍경이 화면에 담겼다. 중하류에서는 여름철 혼인색이 오른 수컷 피라미(방언 ‘불거지’)가 잡혔다. 하지만 곧이어 상황이 반전됐다.

청계천에서 발견된 구피 / 유튜브 'TV생물도감'
청계천에서 발견된 구피 / 유튜브 'TV생물도감'

하류 구간에서 유튜버는 “족대로 채집한 어종인데, 나와서는 안 되는 어종”이라며 작은 물고기를 들어 보였다. 정체는 바로 열대어 구피였다. 그는 “시민이 방류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구피는 관상용으로 인기가 많지만, 우리나라 자연 하천에서는 겨울을 넘기지 못한다. 결국 방류는 생태계에 혼란을 주고 해당 개체를 죽게 만드는 행위다. 유튜버는 “토종어든 외래어든 함부로 방류하면 생태계에 악영향을 준다”며 “이런 행동은 반드시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조사는 이어졌다. 납자루아과 어종인 줄납자루가 채집됐다. 이에 유튜버가 “청계천에 완전히 정착한 것인지 궁금하다”고 묻자, 국립중앙과학관 홍양기 박사는 “하류부에서는 큰납지리, 각시붕어 등이 지속적으로 관찰되고 있다”며 “오늘은 중류에서 줄납자루까지 확인된 걸 보면, 서식 환경이 납자루아과에 적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청계천에서 발견된 구피 / 유튜브 'TV생물도감'
청계천에서 발견된 구피 / 유튜브 'TV생물도감'

이날 조사에서는 참마자, 얼룩동사리, 구피와 비슷하지만 토종인 대륙송사리 등 다양한 어종이 카메라에 잡혔다. 마지막 조사 지점인 최하류에서는 각시붕어, 참붕어, 붕어, 잉어, 누치, 가물치, 납지리, 참게 등이 포획됐다.

영상을 본 시청자들은 구피 방류 문제에 한목소리로 우려를 표했다. 댓글에는 “청계천에서도 구피들을 방류하네요…”, “사무실에 있는 어항 정리하면서 물고기 버리라 하면 저기다 물고기 버리는 느낌이 드네요”, “아니 누가 저런 열대생물을 방생하나”, “확실히 방생 문제가 심각하긴 하네요”, “아니 구피는 너무하다… 여기가 구피천도 아니고”, “구피들은 어차피 겨울을 못 넘길 텐데 왜 방생하는 걸까”, “구피를 하천이나 저수지에 버리면 100% 겨울에 얼어 죽죠”, “진짜 생태계 파괴자는 인간이잖아…”, “청계천 구피면 겨울에 다 떼죽음 당하지 않나요?” 등 비판이 이어졌다.

청계천에서 발견된 구피 / 유튜브 'TV생물도감'
청계천에서 발견된 구피 / 유튜브 'TV생물도감'

청계천은 도심 속 복원 하천이지만, 외래종 방류와 같은 인위적 개입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작지 않다. 구피 사례처럼 무심코 풀어놓은 작은 생명체가 자연에서는 살아남지 못하거나 토종종과 경쟁해 생태계를 교란시킬 수 있다.

유튜브, TV생물도감

이번 조사는 청계천이 여전히 다양한 어종의 서식지임을 보여주었지만, 동시에 관리와 보호의 중요성을 일깨워 줬다. 시민들의 인식과 책임 있는 행동이 없다면, “발견되지 말았어야 했던” 외래종이 다시 생태계를 위협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될지도 모른다.

한편, 앞선 조사에서는 쉬리 새끼가 발견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맑은 물에서만 사는 한국 고유종인 쉬리는 수질 평가의 기준이 되는 어종이다. 이번에 청계천에서 발견된 쉬리는 다 큰 성체의 4분의 1 크기(약 3.5㎝)였지만, 주황·노랑·검은색 줄무늬가 성체와 똑같았다. 치어가 발견됐다는 건 청계천에서 번식에 성공했음을 의미한다. 성체는 다른 하천에서 유입될 수 있지만, 치어는 해당 수역에서 산란과 부화가 이루어져야 존재할 수 있다.

서울중구 청계천에서 시민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모전교 그늘 아래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다 / 뉴스1
서울중구 청계천에서 시민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모전교 그늘 아래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다 / 뉴스1

쉬리는 2급수 이상의 깨끗한 물에서만 살기 때문에, 이번 발견은 청계천 복원 20년 만에 생태계가 눈에 띄게 회복되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쉬리가 정착했다면 청계천의 수질과 서식 환경이 상당히 개선됐음을 의미한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이하 ‘청계천 1차 모니터링 어종 리스트’

1. 잉어 2. 이스라엘잉어 3. 붕어 4. 버들치 5. 큰납지리 6. 참붕어 7. 돌고기 8. 쉬리 9. 줄몰개 10. 참마자 11. 모래무지 12. 참갈겨니 13. 피라미 14. 미꾸리 15. 메기 16. 대륙송사리 17. 얼룩동사리 18. 갈문망둑 19. 밀어 20. 민물검정망둑 21. 가물치

이하 ‘청계천 2차 모니터링 어종 리스트’

1. 잉어 2. 이스라엘잉어 3. 붕어 4. 각시붕어 5. 납자루 6. 납지리 7. 참붕어 8. 돌고기 9. 줄몰개 10. 누치 11. 참마자 12. 모래무지 13. 버들매치 14. 버들치 15. 피라미 16. 참갈겨니 17. 미꾸리 18. 메기 19. 대륙송사리 20. 구피 21. 얼룩동사리 22. 무지개송어 23. 갈문망둑 24. 밀어 25. 민물검정 26. 가물치

home 김희은 기자 1127khe@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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