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북한 체제 존중… 어떤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구 않겠다”
2025-08-15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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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은 원수 아냐...적대행위 절대 안 한다”
“남북, 신뢰 회복과 대화 복원부터 시작해야”

이재명 대통령이 "현재 북측의 체제를 존중하고 어떠한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며 "일체의 적대행위를 할 뜻도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80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이처럼 밝혔다.
이 대통령은 "낡은 냉전적 사고와 대결에서 벗어나 평화로운 한반도의 새 시대를 열어가야 할 때"라며 "숱한 부침에도 이어지던 남북 대화가 지난 정부 내내 끊겼다. 엉킨 실타래일수록 인내심을 갖고 차근차근 풀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먼 미래를 말하기에 앞서 지금 당장 신뢰 회복과 대화 복원부터 시작하는 것이 순서"라고 밝혔다.
그는 "신뢰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만들어진다"며 "국민주권정부는 취임 직후 전단살포 중단, 대북확성기 방송 중단 등의 조치를 취했다. 앞으로도 긴장 완화와 신뢰 회복을 위한 조치를 일관되게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남과 북은 원수가 아니다. 서로의 체제를 존중하고 인정하되 평화적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라면서 "남북기본합의서에 담긴 정신은 6·15 공동선언, 10·4 선언, 판문점 선언, 9·19 공동선언까지 관통한다. 우리 정부는 기존 합의를 존중하며 가능한 사안은 바로 이행하겠다"고 했다. 특히 "남북 간 우발적 충돌 방지와 군사적 신뢰 구축을 위해 9·19 군사합의를 선제적·단계적으로 복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광복 80주년인 올해가 평화공존과 공동성장의 새 시대를 열 적기"라며 "신뢰를 회복하고 단절된 대화를 복원하는 길에 북측이 화답하길 인내하며 기대하겠다"고 말했다. 또 "평화로운 한반도는 핵 없는 한반도"라며 "비핵화는 복합적이고 어려운 과제임을 인정한다. 남북·미북 대화와 국제사회의 협력을 통해 평화적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지지와 공감대를 넓히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정치권을 향해선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세력은 분단을 빌미로 국민을 끝없이 편 가르며 분열시켰다. 전쟁의 참화 속으로 국민을 몰아넣는 무도한 시도도 서슴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우리 정치가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이제 정치문화를 바꿔야 한다. 낡은 이념과 진영에 기초한 분열에서 벗어나 대화와 양보를 기반으로 한 연대와 상생의 정치를 함께 만들어가자"고 말했다.
한일관계에 대해서는 "양국은 오랫동안 굴곡진 역사를 공유했기에 관계 정립 문제는 늘 중요한 과제"라며 "과거를 직시하되 미래로 나아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라고 했다. 그는 "우리 곁에는 여전히 과거사 문제로 고통받는 이들이 있고, 입장을 달리하는 갈등도 존재한다"면서 "일본은 마당을 같이 쓰는 이웃이자 경제 발전의 중요한 동반자"라고 언급했다.
또 "독립지사들의 꿈도 기억한다. 가혹한 식민 지배에 맞서면서도 언젠가 양국이 진정한 이웃이 될 것이란 희망을 놓지 않았던 선열들의 염원을 이어가야 한다"고 했다. 이어 "국익중심 실용외교 원칙으로 셔틀외교를 통해 자주 만나고 솔직히 대화하면서 일본과 미래지향적인 상생협력의 길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를 향해서도 "과거의 아픈 역사를 직시하고 양국 신뢰가 훼손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대통령은 독립운동가와 유공자 예우를 강조하며 "대한민국은 지난 80년간 눈부신 성취를 이뤘다. 이는 수많은 이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일궈낸 것"이라고 말했다. "물을 마실 때 그 물의 기원을 생각한다는 음수사원(물을 마실 때 그 물의 근원을 생각하고 우물을 판 사람을 생각하며 마셔야 한다는 뜻)의 뜻처럼 선열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는 것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그는 "항일투쟁의 역사를 기리고 독립유공자의 명예를 지켜야 한다. 독립운동가를 모욕하는 행위는 용납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 대통령은 "우리는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한미 관세협상은 하나의 파도에 불과하다"며 "열강들 틈바구니에서 치이다 국권을 빼앗겼던 120년 전 을사년의 과오를 되풀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2025년 을사년은 그때와 달라야 한다. 난파하느냐 도약하느냐는 우리에게 달렸다. 세계를 선도하는 대한민국, 평화와 번영이 가득한 국민주권의 빛이 꺼지지 않는 나라로 함께 가자"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