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치인 야스쿠니 참배·공물 봉납에 한국 정부가 보인 공식 입장
2025-08-15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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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자들이...”
대한민국의 광복절이자 일본의 패전일인 8월 15일 일본 정부와 정치권의 야스쿠니신사 행보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이날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에 직접 참배는 하지 않았으나, 공물 대금을 봉납했다.
동시에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 등 일부 유력 정치인들이 신사를 직접 참배하면서 한국 정부가 강한 유감을 드러냈다.

대한민국 외교부는 이날 대변인 논평을 통해 “정부는 일본의 과거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전쟁범죄자를 합사한 야스쿠니신사에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급 인사들이 또다시 공물을 봉납하거나 참배를 되풀이한 데 대해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자들이 역사를 직시하고 과거사에 대한 겸허한 성찰과 진정한 반성을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며 "이는 한일 간 미래지향적 관계 구축의 중요한 토대"라고 강조했다.
이날 참배에 나선 인물 중에는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을 비롯해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담당상, 하기우다 고이치 전 정조회장 등이 포함됐다.
특히 고이즈미 장관의 참배는 이시바 내각 출범 이후 첫 현직 각료의 공식 참배라는 점에서 정치적 의미가 크다.
이시바 총리는 직접 참배 대신 공물 대금을 봉납하는 방식으로 야스쿠니신사와의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야스쿠니신사는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 내전과 침략전쟁에서 숨진 약 246만 6000여 명의 전몰자를 추모하는 시설이다. 이 가운데 약 90%에 해당하는 213만 3000명은 태평양전쟁 관련자이며 도조 히데키 전 총리를 포함한 A급 전범 14명이 합사돼 있다. 이 때문에 야스쿠니신사는 일본의 전쟁 책임에 대한 국제적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한편, 이시바 총리는 같은 날 도쿄 일본 무도관에서 열린 ‘전국 전몰자 추도식’에서 “전쟁의 참화를 결단코 되풀이하지 않겠다”며 “그 전쟁의 반성과 교훈을 이제 다시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에 대해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자들이 과거의 아픈 역사를 직시하며 국가 간 신뢰가 훼손되지 않도록 노력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더 나은 미래와 공동 이익에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일본이 직접적으로 이웃 나라를 반성 대상으로 언급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남겼다.
일본 총리가 패전일 추도사에서 식민 지배 피해국에 대한 구체적 언급 없이 모호한 표현을 하는 것은 2012년 12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재집권 이후 반복돼 왔다. 일본이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이 겪은 피해를 직접 언급하며 사죄와 반성을 표명하던 관행이 끊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