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작 더 많이 먹어둘 걸…가격 미친듯이 올라 난리 난 '국민 과일'

2025-08-16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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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급등하며 '금값'된 과일

무더위가 절정에 달한 8월, 시원한 과일 한 조각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하지만 올해는 지갑 사정이 녹록지 않다. 여름철 대표 과일로 꼽히는 이 과일의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급등하며 소비자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만든 수박 농가 이미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만든 수박 농가 이미지

16일 농산물 유통업계에 따르면 수박 가격이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도매시장 기준 1kg당 가격이 3000원대를 기록하고 있으며, 소매시장에서는 6~8kg 상품 수박 한 통이 2만 6000원에서 4만 원까지 거래되고 있다.

특히 8kg 특대 수박의 경우 평균 4만 500원에 판매되고 있어,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2만 원 안팎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가격 상승폭이 상당하다. 한 소매상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7월 초 2만 8000~2만 9000원 하던 수박이 최근 3만 7000원까지 치솟았다"며 "소비자들이 가격을 보고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토로했다.

가격 고공행진 중인 수박 / 뉴스1
가격 고공행진 중인 수박 / 뉴스1

기록적 폭염과 집중호우가 부른 '공급 쇼크'

가격 급등의 주된 원인은 이상기후다. 올해 여름 기록적인 폭염과 집중호우가 번갈아 발생하면서 수박 재배지역에 직격탄을 날렸다.

전북 고창의 한 수박 농장은 이미 7월 초 수확을 마감했다. 평년보다 한 달 이상 빨리 끝난 것이다. 고온에 취약한 수박 특성상 연일 이어진 폭염을 견디지 못한 결과다. 현재는 고지대인 전북 무주와 강원도 양구에서만 일부 생산되고 있으며, 고창에서는 상대적으로 더위에 강한 씨 없는 수박만 재배 중이다.

김연호 고창군 수박연합회장은 MBC와 인터뷰에서 "물량이 조금만 모자라면 가격이 폭등을 해버린다. 자꾸 기후가 변하다 보니까 수박 농사를 한 여름에 못 짓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때 여름 내내 즐길 수 있었던 수박이 이제는 5~6월이 제철인 '초여름 과일'로 변해가고 있다. 하우스 재배마저 7월이면 끝물에 접어든다.

경매 시장에서 옮겨지는 수박 / 뉴스1
경매 시장에서 옮겨지는 수박 / 뉴스1

수박 시작으로...다른 과일들도 줄줄이 가격 상승

이런 가격 급등은 수박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후변화에 취약한 농산물들이 전반적으로 가격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토마토는 전년 대비 42.6%, 복숭아는 25.1% 올랐다. 포도와 같은 다른 여름 과일들도 동반 강세를 보이면서 수박으로의 수요 집중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이는 전문가들이 '히트플레이션(Heat-flation)'이라고 부르는 현상이다. 이상기후와 자연재해로 인한 농산물 물가 전반의 상승을 의미한다.

출렁이는 식탁 물가, 장기적 식량 안보 우려까지...

문제는 단순한 가격 상승을 넘어서고 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지구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도 오를 때마다 전 세계인의 1인당 하루 섭취 열량이 121kcal씩 줄어든다. 현재와 같은 탄소 배출이 지속되면 2100년에는 작물 생산량이 지역별로 최대 40%까지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서희원 기후변화센터 전임연구원은 "기후 위기가 우리 식탁, 건강, 경제까지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구조적인 경고"라며 "결국 식량 가격 상승, 영양 실조 증가, 삶의 질 저하, 그리고 가계 소득 악화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폭염에 신문지 모자 쓴 수박 / 뉴스1
폭염에 신문지 모자 쓴 수박 / 뉴스1

한 통에 3만 원 넘어서며 '금값'된 수박...당분간 가격 고공행진 계속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8월에도 고온이 이어지면 수박 가격이 지난해 대비 1.5% 이상 추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폭염과 폭우 등 변동성이 큰 기후 조건과 생산량, 유통 여건에 따라 단기간 내 추가 변동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너무 비싸서 가격 떨어질 줄 알고 기다렸는데 오히려 더 올라 버렸다", "진작 더 많이 사둘 걸 그랬다"는 후회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때 서민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던 여름철 대표 과일이 이제는 '사치품'이 되어가고 있는 현실이다.

기후변화가 가져온 농산물 가격 급등은 단순한 경제 문제를 넘어 식량 안보라는 더 큰 과제를 던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속가능한 농업 기술 개발과 기후변화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유튜브, 안동MBC NEWS
home 윤희정 기자 hjyun@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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