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서도 볼 수 없다…한라산 꼭대기에 숨겨진 '천연기념물'

2025-08-16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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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화산 비밀을 품은 모래빛 암석들
2만 8천년 전 화산의 흔적, 모세왓의 숨겨진 이야기

한라산 백록담 북쪽 능선 인근에는 특이한 지질지형이 펼쳐진다. 유문암질 각력암이 모래밭처럼 흩어져 있는 이 지역은 ‘모세왓’이라 불리며, 최근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 제479호로 지정됐다.

한라산의 모세왓 / 제주도
한라산의 모세왓 / 제주도

‘모세왓’은 제주 방언으로 ‘모래밭’을 의미하는데, 이곳에 흰색을 띠는 유문암질 각력암이 드넓게 분포해 있어 이름처럼 실제 모래밭을 연상케 한다. 대부분의 제주는 현무암으로 이뤄져 있어 어두운 색의 암석이 일반적이지만, 모세왓은 밝고 흰 빛깔의 암석이 널리 퍼져 있어 독특한 풍경을 만든다.

지질학적으로 이 지역은 약 2만 8000년 전 한라산 정상 부근에서 형성된 소규모 용암돔이 붕괴하면서 발생한 화산쇄설류에 의해 만들어졌다. 각력암은 다양한 크기의 암석 파편이 하나의 암석으로 굳어진 형태로, 이곳 모세왓에서는 유문암질 성분이 주요 구성물질이다. 이는 제주 지역에서는 전례가 없는 암석으로, 유문암 자체가 한반도에서도 매우 드물게 발견되는 암석이다.

유문암은 화산암 중에서도 규산 함량이 매우 높은 암석으로, 밝은 회백색을 띠고 있으며 일반적인 현무암과는 전혀 다른 광물조성과 외형을 지닌다. 모세왓에 분포한 유문암질 각력암은 이 지역의 화산 활동이 단순히 현무암 분출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종류의 마그마가 작용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질 증거로 평가된다.

한라산의 모세왓 / 제주도
한라산의 모세왓 / 제주도

이번 천연기념물 지정은 학술적 가치가 특히 높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모세왓의 유문암 분포는 한라산 백록담을 포함한 화산체 형성과정의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며, 한라산의 화산활동 시기와 양상을 해석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와 같은 지질자료는 마그마 분화의 이력, 화산재 분출, 용암 흐름 등의 과학적 연구에 있어 결정적인 기초자료가 된다.

현재 이 지형은 해발 약 1600미터에서 1700미터 사이의 고지대에 위치하며, 약 2.3킬로미터에 걸쳐 유문암질 각력암이 펼쳐져 있다. 그동안 이 지역은 비공개 구역으로 지정되어 일반인의 접근이 제한됐지만, 지정 이후 탐방 수요에 맞춰 한시적으로 공개가 이뤄진다.

오는 9월 6일부터 10월 10일까지, 한라산국립공원은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주 2회에 걸쳐 사전 예약자에 한해 모세왓 구간을 등반할 수 있도록 운영할 계획이다. 정해진 인원만 탐방을 허용하며, 생태계 보호와 암석 훼손 방지를 위해 가이드와 동행하는 제한적 탐방 방식으로 진행된다.

모세왓은 생태와 경관, 그리고 지질학적 희소성까지 모두 갖춘 공간으로, 앞으로 제주 화산 지형 연구와 지질관광 자원으로서의 가치가 높아질 전망이다.

home 김지현 기자 jiihyun1217@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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