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인데...지리산 무인카메라에 찍힌 새끼 2마리 '이 동물' 정체
2025-08-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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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 지리산서 태어난 멸종위기종 1급 야생동물
최대 몸무게 150kg 대형 포유류 위험 동물
올봄, 지리산의 깊은 숲속에서 반가운 새 생명이 태어났다.

SBS 보도에 따르면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이 설치한 무인카메라에 멸종위기종 1급이자 천연기념물인 반달가슴곰의 새끼 두 마리가 어미와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무인카메라 화면 속 새끼 곰은 아직 서툴지만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고, 이는 지난 20년간 이어진 반달곰 복원 사업의 성과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 됐다.
반달가슴곰은 가슴의 흰색 반달 무늬에서 이름이 붙은 동물로, 한반도의 대표적인 대형 포유류다. 그러나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무분별한 밀렵과 서식지 파괴로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들며 멸종 위기에 처했다. 이에 환경부는 2004년 지리산에 복원 사업을 시작하며 반달가슴곰 방사에 나섰다. 초기에 반달곰을 51마리 방사했고, 이후 자연 번식이 가능하도록 장기적인 관리와 보호에 힘써왔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올해 확인된 자료에 따르면 지리산에 서식하는 반달곰은 총 95마리. 이 가운데 무려 79마리, 즉 전체의 83%가 야생에서 태어난 개체였다. 방사한 곰의 수(51마리)를 훌쩍 넘어서는 수치다. 정우진 국립공원공단 남부보전센터장은 매체에 “개체군이 안정적으로 증가했고, 유전자 분석을 통해 반달곰의 가계도까지 구축해 놓았다”며 복원 사업의 성과를 강조했다.

매체에 따르면 지리산의 반달곰들은 생존력과 영리함을 무인카메라에 그대로 보여준다. 숲길을 어슬렁거리며 지나가는가 하면, 드럼통으로 만든 포획틀 위에 올라가 장난을 치기도 한다. 때로는 머리를 넣었다 빼며 포획을 회피하는 기민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포획틀은 단순한 사냥 도구가 아니라 반달곰 연구와 관리의 중요한 장치다. 국립공원공단은 지리산 일대에 200여 개의 포획틀을 설치해 새끼 개체 확인, 건강 검진, 위치 추적용 발신기 부착 등을 진행한다. 포획틀 안에는 꿀이나 참외 같은 먹이가 놓이는데, 곰이 들어가면 철문이 닫히며 포획이 가능하다. 지난해에도 22마리를 포획해 조사 후 방사했으며, 그중 새끼 곰 5마리가 처음 확인됐다.

반달곰의 번식력은 이제 지리산을 넘어 다른 산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덕유산에서 3마리의 반달곰이 서식 중이며, 이는 개체군이 자연스럽게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지리산 복원이 안정 단계에 접어든 만큼 앞으로는 서식지를 백두대간 전역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설악산 지역에 반달곰을 방사해 연결성을 확보한다면 한반도 산맥 전체에 건강한 반달곰 개체군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반달가슴곰은 생태적 가치가 큰 동물이다. 잡식성인 곰은 도토리, 과일, 곤충, 작은 동물까지 섭취하며 생태계 먹이사슬의 균형을 유지한다. 또한 산림 생태계의 건강성을 가늠하는 지표종이기도 하다. 이들이 지리산에서 안정적으로 번식한다는 사실은 곧 산림 생태계가 회복되고 있다는 방증이 된다.
외형적 특징도 뚜렷하다. 가슴의 V자형 흰 반달 무늬는 개체마다 크기와 모양이 조금씩 달라 식별에 활용된다. 이마가 넓고 귀가 크며, 어깨와 목 옆에는 긴 털이 난 것이 특징이다. 수컷은 100~150kg, 암컷은 65~90kg 정도로 체중 차이가 뚜렷하다. 짝짓기와 출산 시기는 지역에 따라 다르며, 보통 새끼는 2마리 정도 낳는다. 겨울이 시작되면 바위굴이나 나무 구멍에서 동면에 들어가는데, 충분한 지방을 축적하지 못하면 동면 대신 겨울 내내 먹이를 찾아다니기도 한다.
지리산 반달곰의 복원은 단순히 멸종 위기 동물의 숫자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인간이 훼손한 생태계를 다시 회복시키고, 자연과 공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특히 올해 무인카메라에 포착된 새끼 두 마리는 20년 복원 사업의 성과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존재다.
지리산을 시작으로 덕유산, 설악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전체가 반달곰의 서식지로 확장된다면, 한반도 산림 생태계의 건강성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멸종 위기종에서 다시 살아난 반달곰은 단순한 보호 대상이 아니라, 우리 자연의 회복력을 증명하는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