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도 흔한 동물인데... 사람처럼 '미끼' 이용해 물고기 낚는 이 동물
2025-08-18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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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련된 낚시꾼도 감탄할 만큼 정교하고 영리한 낚시

물 위를 유유히 걷는 우아한 백로들과 달리 검은댕기해오라기는 뒤통수에 삐죽 나온 깃털 때문에 다소 건들거리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이 작은 물새가 보여주는 사냥 기술은 어떤 숙련된 낚시꾼도 감탄할 만큼 정교하고 영리하다. 바로 미끼를 이용해 물고기를 유혹하는 '낚시'를 하는 새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여름철새인 검은댕기해오라기는 백로과에 속하는 몸길이 31cm 정도의 작은 물새다. 머리 꼭대기에 길이가 6~7cm인 가는 버들잎 모양의 깃털이 마치 댕기처럼 뒤통수에 삐죽 나와 있어 검은댕기해오라기란 이름이 붙었다.
이 새가 서식하는 곳은 논, 개울가, 야산을 낀 못, 웅덩이, 산골짜기에 흐르는 시냇물, 하천 등지다. 보통 야행성으로 알려져 있지만 낮에도 왕성하게 활동한다. 먹이는 작은 물고기, 개구리, 갑각류, 수생곤충, 올챙이 등이며, 암컷은 3~6개의 알을 산란한다. 알은 엷은 청록색으로 타원형이다.
중앙아메리카, 남아메리카, 아시아 동북부에서 번식하며, 대만, 필리핀, 보르네오섬, 자바섬 등지에서 월동한다. 한국에서는 전국에 걸쳐 번식하는 여름 철새로 분류되지만, 지구 온난화로 일부 개체는 텃새화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검은댕기해오라기가 다른 물새들과 구별되는 가장 특별한 점은 바로 도구를 사용해 사냥할 줄 안다는 점이다. 이들은 단순히 물속에서 재빠르게 물고기를 낚아채는 것이 아니라 마치 인간이 낚시하듯 미끼를 이용해 물고기를 유인한다.
이들의 낚시 기술은 간단하면서도 새답지 않은 탁월한 기지를 보여준다. 먼저 물고기가 좋아하는 먹이를 물에 띄워 놓는다. 미끼로는 잠자리, 애벌레 등을 사용한다. 심지어 사람이 먹다 버린 빵조각까지 쓴다. 물고기가 좋아할 만한 미끼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다는 뜻이다.
또한 반드시 물에 뜨는 미끼만 선별해서 사용한다. 이는 물고기가 수면 근처로 접근하도록 유도하기 위함이다. 미끼를 던져 놓을 때도 무작정 던지진 않는다. 자신이 액션을 취하기 좋으면서도 물고기의 경계심을 자극하지 않을 만한 위치를 정확히 계산해 배치한다.
그 다음이 핵심이다. 대상 어종이 접근하면 미끼를 부리로 다시 건져낸다. 대상 어종이 미끼를 먹으려고 수면 위로 접근한 순간 검은댕기해오라기는 잽싸게 물고기를 낚아챈다. 모든 과정이 숙련된 낚시꾼의 그것과 똑같다. 깃털이나 대벌레처럼 생긴 지푸라기까지 이용하는 모습을 보면 가짜 미끼를 사용하는 루어낚시에도 통달한 듯 보인다.
미끼를 사용한다는 것은 이 새가 물고기의 습성과 생태를 완전히 꿰뚫고 있다는 의미다. 어떤 미끼에 물고기가 반응하는지, 어떤 위치에 미끼를 놓아야 하는지, 언제 공격해야 하는지를 모두 알고 있는 것이다. 단순한 본능을 넘어선 학습된 지능의 결과일 가능성이 있다.
물고기를 성공적으로 잡고 난 후의 검은댕기해오라기 모습은 마치 월척을 낚고 득의양양한 낚시꾼의 모습과 겹쳐 보인다. 이런 모습을 보면 과연 인간과 이 새 중 누가 먼저 낚시를 시작했을지 궁금해진다. 참고로 인간의 낚시 역사는 신석기시대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석기 유물에서 낚시 도구들이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동물이 도구를 사용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침팬지가 개미를 잡기 위해 나뭇가지를 사용하거나, 돌고래가 스펀지를 이용해 바닥을 탐색하는 정도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런 면에서 검은댕기해오라기의 도구 사용은 조류 중에서도 매우 특별한 능력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인간이 버린 빵조각까지 활용한다는 것은 환경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방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