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어떻게 아직도 한국에 남았지…강릉서 발견돼 눈길 끈 '멸종위기' 동물

2025-08-18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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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가 만든 특별한 여름 손님

진작에 한국을 떠났어야 했는데 아직 떠나지 않은 모습이 발견돼 눈길을 끌고 있는 멸종위기 동물이 있다.

큰기러기가 발견된 강릉 경포생태저류지 모습.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큰기러기가 발견된 강릉 경포생태저류지 모습.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바로 최근 강릉에서 포착돼 화제를 모은 겨울철새 큰기러기에 대한 이야기다.

18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인 큰기러기 2마리가 강릉 경포저류지에 머물며 혹독한 여름을 견디고 있다. 7월 중순 이후 강릉의 밤 최저기온이 30도를 웃돌고, 한낮 기온이 38도까지 치솟는 역대급 폭염이 이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멸종위기종 겨울철새가 한반도를 떠나지 않고 여름을 버텨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큰기러기는 일반적으로 10월 하순 한국에 도래해 이듬해 3월이면 몽골 북부나 시베리아 툰드라로 돌아가는 대표적 겨울철새다. 하지만 이번에는 무더운 여름을 국내에서 보내고 있어 이례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들은 이미 5월 중순 경포저류지를 떠난 홍머리오리 등 겨울철새 무리와 달리 따로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포저류지 초록 풀밭에서 꽃다지, 참꽃마리, 개구리자리 등 다양한 풀과 잡초 씨앗을 먹으며 여름을 견뎌냈으며, 폭우가 쏟아질 때에도 풀밭을 오가며 먹이를 찾았고, 한낮 폭염 속에서도 물가에 내려가 물을 마시거나 깃털을 고르며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해진다.

큰기러기 떼. / 국립생물자원관
큰기러기 떼. / 국립생물자원관

사람들의 접근에도 비교적 익숙한 반응을 보였고, 다친 흔적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무리에서 낙오했거나 기후변화, 환경오염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이동 패턴이 달라진 것으로 분석한다. 실제로 철새가 텃새화하는 경우가 늘고 있으며, 청둥오리·흰뺨검둥오리 같은 종은 이미 사계절 서식하는 새로 바뀌었다.

기러기목 오리과에 속하는 조류인 큰기러기는 몸길이 약 76~89cm에 이르는 대형 기러기다. 몸 전체는 어두운 갈색을 띠고 있으며, 부리 끝에는 노란 띠가 있고 다리는 주황색을 띤다. 이 종은 러시아 시베리아와 유럽 북부에서 번식한 뒤, 겨울에는 한국과 일본, 중국 중부 등지로 내려와 월동한다. 우리나라에는 보통 9~10월 사이 도래해 이듬해 3~4월 무렵 번식지로 돌아간다.

큰기러기. / 국립생물자원관
큰기러기. / 국립생물자원관

큰기러기는 무리를 지어 생활하며 주로 곡식 낱알과 풀, 씨앗, 뿌리 등 다양한 먹이를 섭취하는 잡식성 습성을 보인다. 멸종위기 Ⅱ급으로 지정된 큰기러기는 과거 논과 습지에서 대규모 무리를 쉽게 볼 수 있었지만, 서식지 파괴와 남획, 농약 사용 증가로 개체 수가 급감했다. 현재는 철원평야, 시화호, 천수만 등 일부 지역에서만 안정적으로 관찰된다.

큰기러기처럼 겨울철새가 여름에도 남는 현상은 점차 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이동 경로가 바뀌고, 먹이 환경이 변화하면서 철새 일부가 자리를 옮기지 않고 텃새화하는 것이다. 이미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민물가마우지, 왜가리, 백로 등이 철새에서 텃새로 전환됐으며, 최근에는 홍머리오리, 쇠물닭 같은 종도 여름을 나는 경우가 보고되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겨울철 멸종위기 새인 큰기러기의 이번 강릉 체류 사례는 기후변화와 생태계 변화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폭염 속에서도 풀과 물을 찾아 적응하는 모습은 생명력의 강인함을 드러내지만, 동시에 철새 이동 패턴이 흔들리고 있음을 방증한다. 앞으로 이 큰기러기들이 가을 단풍과 겨울 첫눈까지 강릉에 남을지 관심이 모인다.

겨울 텃새 큰기러기들. / 국립생물자원관
겨울 텃새 큰기러기들. / 국립생물자원관

§ 한국에서 겨울철새가 텃새화된 대표 사례 TOP 5 §

* 청둥오리

원래 겨울철새였으나 도심 하천, 저수지, 농촌 습지에서 사계절 흔히 관찰된다. 먹이 적응력이 뛰어나고 인간 생활권과 가까워지면서 완전히 텃새화됐다.

* 흰뺨검둥오리

최근 10여 년 사이 전국 호수와 저수지, 심지어 도심 공원에서도 1년 내내 발견된다. 사람을 크게 두려워하지 않아 도시 하천에서도 번식한다.

* 민물가마우지

원래 겨울에만 보였으나, 어류 자원이 풍부한 저수지와 강을 중심으로 여름에도 자주 관찰된다. 집단 번식지까지 형성해 텃새로 자리 잡았다.

* 왜가리·백로류

본래 여름철새였지만 기후 변화와 서식지 적응으로 사계절 머무는 개체가 늘었다. 도심 하천, 농촌 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 홍머리오리

과거 겨울철에만 관찰됐으나 최근 일부 개체는 여름을 나며 텃새화되는 추세다. 강릉 경포저류지에서도 무리 일부가 여름까지 남았던 사례가 있다.

유튜브, 환경스페셜
home 권미정 기자 undecided@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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