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 뒤집어놨다” 요즘 한국서 포획수 급감해 난리 난 '위험 동물' 정체
2025-08-18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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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803마리에서 지난해 273마리로 포획수 줄어든 동물
부산 지역 농가들이 올해 들어 극심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밤사이 텃밭이 완전히 파헤쳐지고 농작물이 사라지는 일이 반복되면서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런 피해를 입히는 야생동물의 개체 수는 늘어나는데 포획량은 오히려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는 점이다.

이 '위험 동물'의 정체는 바로 멧돼지다. 부산에서 텃밭을 운영하는 한 주민은 KBS와 인터뷰에서 멧돼지가 밭을 다 뒤집어놨다며 피해를 호소했다. 그는 "올해 (피해가) 제일 심하다. 이게 전부 멧돼지 발자국"이라며 "멧돼지가 아니면 다른 짐승은 이렇게 뒤집지 않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포획량 3분의 1로 급감...농가 피해는 급증
지난 17일 KBS 보도에 따르면 부산에서 잡힌 멧돼지는 2023년 803마리에서 지난해 273마리로 크게 줄었다. 같은 기간 멧돼지 개체 수는 오히려 증가해 농가 피해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멧돼지들은 호박, 감자, 가지 등 각종 농작물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고 있다. 농민들이 설치한 그물망이나 포획 틀도 무용지물이다. 멧돼지가 지나간 자리에는 깊은 발자국과 함께 흙이 파헤쳐진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 피해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멧돼지 포획량 급감 이유는? 사냥개 사용 금지가 결정타
포획량 급감의 직접적인 원인은 사냥개 사용 전면 금지다. 지난해 1월부터 부산에서는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방지를 이유로 사냥개 사용이 완전히 금지됐다. 야생 멧돼지의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을 사냥개가 옮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기존에는 냄새를 맡은 사냥개가 멧돼지를 추적해 달아나지 못하게 붙잡아두면, 뒤따르던 포획단이 도착해 멧돼지를 잡는 방식으로 포획이 이뤄졌다. 사냥개는 멧돼지 포획 작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이종남 부산야생동물협회 부회장은 "아무리 산을 포위해도 사냥개가 없으면 (멧돼지가) 그 포위망을 다 뚫고 나가버린다"라고 설명했다. 사냥개 없이는 멧돼지의 빠른 이동 능력과 뛰어난 적응력을 당해낼 수 없다는 얘기다.

공격성 높은 위험 동물...인명피해 우려까지 확산
문제는 농가 피해에 그치지 않는다. 멧돼지가 주택가와 도심 지역까지 출몰하면서 시민들의 안전도 위협받고 있다. 한 인근 주민은 "광장에 저녁으로나 낮에 사람들 운동하러 다닌다. 근데 (멧돼지 때문에) 좀 위험하다고..."라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멧돼지는 몸무게가 50~150kg에 달하며, 200kg을 넘는 대형 개체도 존재한다. 위협을 받거나 새끼를 보호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매우 공격적으로 변할 수 있어 인명피해 가능성도 높다.

정부는 여전히 '관망' 입장
최근 부산 지역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사례가 뜸해졌지만, 환경부는 사냥개 사용 제한을 해제하지 않고 있다. 환경부 측은 아프리카돼지열병 재발 사례가 있는 만큼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결국 방역을 이유로 한 사냥개 사용 금지 조치가 유지되는 한, 급증하는 멧돼지 개체 수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농가 피해와 시민 안전 위협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멧돼지는 뛰어난 적응력과 빠른 번식력을 가진 야생동물로, 한 번에 3~10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잡식성이어서 도토리나 뿌리는 물론 농작물과 도심의 음식물 쓰레기까지 먹어치운다. 1m 이상의 장벽도 쉽게 넘나들 수 있어 일반적인 방어 시설로는 막기 어렵다.
정부의 제한 조치가 풀릴 때까지는 기존 방식에 의존한 멧돼지 포획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