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대부분 중국산일 듯…상식 벗어난 가격 경신한 국민 반찬 '식재료'
2025-08-19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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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포기 7000원 넘어…폭염·폭우에 한 달 새 52% 상승
폭염과 폭우가 이어지면서 배추 가격이 가파르게 뛰어 한 포기 평균 소매가격이 7000원을 넘었다. 이에 따라 외식할 경우 안 그래도 맛보기 힘들었던 국내산 배추로 담근 김치 대신 중국산 김치를 접하는 경우가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1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집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배추 상품 평균 소매가격은 7062원으로 지난해보다 9.3% 상승했다. 이는 평년보다 11% 높은 수준이다.
배추 가격은 지난 13일까지만 해도 60871원이었으나, 14일 7023원으로 7000원대로 오른 데 이어 전날 더 올랐다.
전달 대비 상승률이 52%로, 한 달 새 한 포기에 2500원 가까이 급등한 셈이다. 통상 8월 배추 가격은 7월보다 비싸지만 올해 상승 폭은 예년보다 훨씬 크다.

배춧값의 오름세는 다른 식재료들의 가격 상승 원인과 마찬가지로 이상 기후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이달 상순까지 폭염과 폭우가 반복되면서 배추 품질이 상당히 좋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대형마트 관계자도 "이상기후 때문에 양질의 배추가 많이 안 나왔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소매가격은 오름세를 보이고 있으나 2∼3주 앞선 도매가격은 내림세로 돌아섰다.
배추 상품 도매가격은 지난 14일 기준 4393원으로 작년보다 23.6% 저렴하며 평년보다는 5.7% 싸다.
농식품부 측은 "이달 중순부터 강원도 고랭지 배추 생산지의 기온이 내려가 최근 출하량이 작년보다 많고 정부 비축 물량도 방출하고 있다"라고 도매가격 하락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매가격은 2∼3주 정도 시차를 두고 도매가격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면서 안정적인 기상 상황이 이어지면 소매가격도 안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 7일 기자간담회에서 폭우·폭염으로 인한 농산물 수급 불안에 대해 "배추는 저장 물량으로 수급을 조절하면 평년보다는 비싸지만 무사히 넘길 수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배추 외에 무는 한 개에 2588원으로 작년보다 18% 싸고 양배추는 개당 4526원으로 3.3% 비싸다. 토마토는 1㎏에 5571원으로 작년보다 11.1% 올랐다.

◎ 식탁 위 국민 반찬, 괜찮을까
이런 가운데 수입산 김치, 그중에서도 중국산 김치 수요 증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앞서 지난 4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따르면 지난 1~3월 김치 원산지를 거짓으로 표기해 적발된 업체는 233곳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4분기 137건과 비교해 약 70% 증가한 수준이다.
1분기에 적발된 업체 중 대부분이 중국산 배추김치를 국내산으로 속이고 있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일부는 원산지를 '국내산·수입산'으로 병기해 소비자를 속이기도 했다. 수입 고춧가루를 국내산이라고 속인 사례도 있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김치 수입액은 9379만 달러(약 1300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8324만 달러)보다 11.2% 증가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연간 수입 기록도 사상 처음으로 2억 달러를 넘어 최대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크다.

◎ 다른 식재료들도 덩달아 비상…아직 더 큰 문제 남았다
한때 3만 원을 훌쩍 웃돌았던 수박은 끝물에 접어들어 2만 9910원으로 떨어졌다. 평년보다 9.8% 비싸지만 작년보다는 4.8% 싼 가격이다.
복숭아는 작년이나 평년보다 비싸다. 백도 상품 기준 10개에 2만 2685원으로 작년보다 26.3% 올랐다. 평년보다는 10.9% 비싸다.
국민 식재료인 달걀 가격도 상승 추세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특란 30구의 전국 평균 가격은 7387원이다. 이는 지난 고병원성 AI(조류인플루엔자)로 산란계가 대거 살처분되면서 달걀 가격이 폭등한 2021년 7월 이후 가장 높다.
또 최근 폭염으로 인한 결과로도 분석된다. 국내 양계장 대부분은 폐쇄형 구조라 열이 쉽게 배출되지 않는 데다가 닭은 자체 체온 조절 기능이 없어 폭염이 발생할 경우 폐사 사고가 급증할 수밖에 없다.
실제 행정안전부 국민안전관리 일일상황보고에 따르면 지난 5월 20일부터 8월 8일까지 폐사된 가축은 총 148만 3982마리인데 이 중 94.6%(140만 4436마리)가 가금류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아직 폭염이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8월에도 무더위와 호우 등 이상 기후가 계속되면 생계 등 축산품과 농산물 수급이 불안정해지면서 가격이 전반적으로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8월 생계 유통 가격이 1800원 내외가 돼 전년 동월(1739원) 대비 3.5%, 평년(1663원) 대비 8.2%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농업관측센터 관계자는 "폭염과 호우 등으로 생산성이 저하될 경우 가격 상승 폭이 확대될 수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