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도로 번진다…50년 만에 떼로 나타나 초비상이라는 '위험 동물'

2025-08-19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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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이후 50년 만에 급속도로 확산

서울 도심 곳곳에서 위험 동물 출몰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오래된 하수관을 타고 쥐들이 빠르게 번식하고 있다. / 연합뉴스
최근 오래된 하수관을 타고 쥐들이 빠르게 번식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바로 쥐가 과거 뉴욕이나 파리처럼 노후화된 국제도시에서 흔히 보이던 장면이 지하철역, 버스 정류장 등 서울의 공공시설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자체들은 쥐 퇴치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며, 1970년대 전국적으로 벌어졌던 쥐잡기 운동이 50여 년 만에 다시 불붙는 모양새다.

쥐는 전염병을 옮기는 대표적인 매개체다. 흑사병으로 알려진 페스트뿐 아니라 쥐의 분변에서 나온 병원균이 피부나 호흡기를 통해 전파되는 렙토스피라증 환자가 매년 400명 넘게 발생한다.

원래는 폭염 속 음식물 쓰레기가 방치된 아파트 단지가 쥐의 주요 서식지였다. 신축 아파트와 오래된 단지를 가리지 않고 나타났고, 일부 주민들이 음식물 쓰레기를 일반 종량제 봉투에 버리면서 개체 수가 크게 늘었다.

조선 일보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재활용 쓰레기 배출일마다 쥐가 비닐봉지를 뜯어놓는 일이 반복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노후화된 하수관이 쥐 확산의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뉴욕이나 런던 등 국제도시들이 겪는 공통된 문제다. 우동걸 국립생태원 박사는 “쥐는 하수구의 구정물을 안식처로 삼는다. 하수도 정비와 음식물 쓰레기 차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역업체 관계자도 “오래된 배관일수록 충격에 약해 쥐가 조금만 갉아도 틈이 생기고, 그 틈으로 침투한 쥐가 빠르게 번식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하수관로 1만 866㎞ 중 50년 이상 된 구간은 30.4%(3300㎞), 30년 이상 된 구간은 55.5%(6028㎞)에 이른다.

쥐 자료사진 / Nigel J. Harris-shutterstock.com
쥐 자료사진 / Nigel J. Harris-shutterstock.com

기록적인 폭염과 지구온난화도 쥐 개체 수 증가 원인으로 꼽힌다. 김양희 세종대 생명시스템학부 교수는 “쥐는 기온이 올라가면 번식력이 달라진다. 여름철에는 보름에서 한 달 간격으로 새끼를 낳을 수 있어 개체 수가 급격히 늘어난다”고 말했다.

쥐가 늘어나자 방역업체들은 호황을 맞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작년 여름에는 쥐 퇴치 문의가 한 건도 없었는데, 올해는 두 달 사이 수십 건이 들어왔다”고 했고, 다른 업체 관계자는 “아파트, 빌라, 고시원, 음식점 등에서 끊임없이 연락이 온다”고 전했다.

지자체들도 대응에 나섰다. 구청들은 쥐가 접근하면 쥐약이 들어 있는 문이 자동으로 열리고, 내부 센서가 쥐의 사망을 확인하면 업체에 신호를 보내 수거하는 ‘스마트 쥐덫’을 설치하고 있다. 서울 강동구는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80대를, 관악구는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 신림역, 봉천역 등에 17대를 설치했다.

해외 도시들의 대응 사례도 주목된다. 뉴욕시는 2023년 연봉 15만 5000달러(약 2억 1500만원)를 지급하며 ‘쥐 차르(Rat Czar)’라 불리는 설치류 완화국장직을 신설했다. 또 상업용 쓰레기는 뚜껑 달린 밀폐 용기 사용을 의무화했다. 파리는 하수구와 배수구에 역류 방지 장치를 설치했고, 로마는 쥐 번식기인 봄·여름마다 포획·방제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home 김지현 기자 jiihyun1217@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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