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기차'여서 다가와도 몰랐을까... 무궁화호 충돌 참변 미스터리

2025-08-1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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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승인 7분 만에… 열차감지앱도 소용 없었다

19일 오전 10시 52분쯤 경북 청도군 청도소싸움 경기장 인근 경부선 철로에서 마산으로 향하던 무궁화 열차가 선로에서 작업하던 근로자 7명을 치는 사고가 발생해 출동한 119구조대원이 부상자를 옮기고 있다. / 경북소방본부 제공
19일 오전 10시 52분쯤 경북 청도군 청도소싸움 경기장 인근 경부선 철로에서 마산으로 향하던 무궁화 열차가 선로에서 작업하던 근로자 7명을 치는 사고가 발생해 출동한 119구조대원이 부상자를 옮기고 있다. / 경북소방본부 제공

경북 청도에서 무궁화호 열차가 작업자 7명을 충돌한 사고와 관련해 열차 운행 시간이 미리 나와 있는데 어떻게 선로에서 사고가 났는지 의문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사고는 19일 오전 10시 52분쯤 경북 청도군 남성현역 2.5㎞ 부근 경부선 철로에서 일어났다. 오전 10시 24분 동대구역을 출발해 진주로 향하던 무궁화호 열차(제1903호)가 선로에서 작업하던 근로자 7명을 쳤다.

코레일 등에 따르면 당시 구조물 안전진단 연구원 6명과 코레일 직원 1명이 수해지역 비탈면 옹벽의 구조물 안전 점검을 위해 선로를 따라 이동하던 중 열차에 치였다. 이들은 최근 폭우로 생긴 경부선 철도 남성현역∼청도역 구간 비탈면 구조물 피해를 육안으로 점검할 예정이었다.

사고를 당한 근로자 7명은 이날 오전 10시 45분께 경부선 남성현역 역장으로부터 정밀 안전 진단 작업 승인을 받았다. 코레일 직원 1명과 외부 업체 근로자 6명은 작업 승인을 받은 후 출입문을 통해 선로로 들어간 뒤 철길 왼편을 따라 작업 현장으로 이동했다. 사고는 작업 승인을 받은 뒤 불과 7분 만에 발생한 것으로 코레일은 판단했다.

청도소방서는 이날 오후 현장 브리핑에서 "근로자들이 작업하기 위해 선로를 따라 이동 중이었고, 열차는 이들의 뒤쪽에서 다가가 부딪친 것으로 파악된다"며 "전기로 움직이는 기차가 조용해 (근로자들이) 인지하지 못한 것 같은데, 사고 전 이들을 발견해 (기관사가) 경적을 울렸는지 여부 등은 확인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사고가 난 무궁화호는 전기 열차라 생활 소음이 있는 곳에서는 가까이 다가와도 소리만으로 알아차리기 어려워 근로자들이 열차를 피하기 더 어려웠던 것으로 코레일은 보고 있다.

사고 지점은 전방 곡선 철로 구간에서 123m가량 떨어져 있다. 곡선 구간이어서 시야 확보가 어려운 데다 사고 지점과의 거리도 짧아 급제동 등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당시 코레일 직원에게는 열차감지앱이 설치된 작업용 휴대전화도 있었지만 사고를 막아주진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앱은 휴대전화로 설정한 일정 거리 내로 열차가 들어오면 경고 알림음을 표시해주는 역할을 하지만 사고 당시 직원이 가지고 있던 휴대전화 앱이 작동했는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해당 사고로 작업자 중 2명이 숨지고 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중상자 1명은 소방헬기로 안동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이날 작업은 위험 지역 2m 바깥에서 이뤄질 경우 별도의 열차 차단 없이 진행하는 '상례 작업'인 것으로 파악됐다. 코레일 측은 사고가 나기 전까지 작업 절차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코레일 관계자는 "작업자들이 철길 내 진입한 것은 아닌 걸로 추정한다"며 "(철길 옆) 자갈을 따라 걸어간 거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고가 나자 국토교통부가 철도사고상황반을 구성해 사고 수습과 원인조사에 나섰다. 사고상황반은 열차 운행 시간을 알고 있는 코레일 직원과 함께 있던 작업자들이 어떻게 선로에서 사고를 당했는지에 대해 면밀히 조사를 벌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작업계획서나 운행 안전협의서 등 자료를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철도시설 유지보수 과정에서 철도안전법 위반 여부를 철저히 조사하고, 위법 사항이 발견되면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중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장에는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경북경찰청, 대구고용노동청 등 관계자들이 도착해 사고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경찰 과학수사대 직원들이 현장에서 피가 묻은 서류와 빨간 깃발 등을 수거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현장은 사고가 난 직후 코레일 관계자들이 통제하고 있다.

사고 열차에는 승객 89명이 타고 있었으나 다친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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