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명장도 별수 없다…관세 협상에 직격탄 맞게 생긴 '이 과일' 주산지

2025-08-20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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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관세 협상서 과수 검역 완화 논의 알려지자 논란
미국산 사과 수입 가능성 거론되며 농가 반발 심해져

한미 관세 협상 과정에서 농산물 검역 완화 논의가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농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검역 절차가 완화되면 시장 개방 가능성이 커지고 자연스레 국내 농가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미국산 사과나 배 수입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국내 사과 주산지인 경북 농민들은 극심한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사과 과수원 / 국가보훈부 제공
사과 과수원 / 국가보훈부 제공

한미 관세 협상 이후 사과 재배 농민들의 한숨이 나날이 깊어지고 있다. 국회에서 열린 토론에서도 머지않은 미래의 '생존'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송종만 (사)한국후계농업경영인 경북연합회장은 "정부 스스로 수입 문턱을 낮추는 것은 자국 농업을 포기하는 행위 아니냐. 우리 사과 수입 검역 완화에 대해 결사반대하며 정부가 이 정책을 강행한다면 전국 농민과 연대해 강력한 대응에 나설 것이다"라고 밝혔다.

여기에 수입 절차를 전담하는 '미국 데스크' 설치 소식도 전해지며 농가의 불안은 더 커지고 있다.

협력 강화 취지일 뿐 추가 개방 절차는 아니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지만 실질적으로 농민들에게 신뢰를 주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농민들의 불안감은 더 심각하다. 지난 19일 KBS에 따르면 영천과 포항 과수원에서 사과를 생산하는 신종협 씨는 30년 가까이 재배 기법을 발전하며 경북 농업 명장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이상기후 등 재난에 미국산 사과 수입 가능성까지 겹치자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불과 2~3년, 1~2년 후면 (국내 시장에) 많은 사과가 생산될 거라고 생각된다. 거기다가 수입해서 어떻게 하겠다는 건 완전히..."라며 암담해 했다.

최흥식 한국후계농업경영인 중앙연합회장은 "우리나라 과수 산업에서 사과가 차지하는 비중이 23%가 된다. 미국산 사과가 수입된다면 사과 산업 붕괴는 물론이고 타 작목 전환으로 인해서 과수 산업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실제 미국산 사과 수입이 현실화할 경우 국내 사과 생산의 60% 이상이 수입품으로 대체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쌀과 소고기 대신 과채류 수입 카드를 내준 것이 아니냐는 과수 농가들의 반발은 이전보다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비단 사과 농가만의 걱정이 아니다. 과수 산업과 지역 농가 전반으로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지금부터라도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지나친 확대 해석에 대해 경계하며 현재 과채류 수입 절차를 완화하거나 바꿀 여지는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김희중 농림축산식품부 검역정책과장은 "(수입 위험 분석) 8단계가 과학적 절차로 규정돼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어떤 외부적 요인에 의해서 인위적으로 간소화하거나 완화한다고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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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국민의힘은 전날 국회에서 미국발 농산물 검역 절차 개선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긴급 토론회를 열었다.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는 "검역 절차 완화는 사실상 시장 개방"이라며 사과 등 과수 산업에 대한 파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다수 나왔다.

이 의원은 개회사에서 “정부가 ‘사과를 포함한 과채류의 검역 절차 검토’를 말하지만 실제로는 기간과 절차를 축소하겠다는 뉘앙스가 크다. 결국 개방으로 가는 길”이라며 “국내 생산 46만 톤, 미국 500만 톤인데 사과가 무너지면 다른 농수산물도 도미노처럼 번져 피해받을 우려가 있다”라고 경고했다.

박형수 의원은 “전국 사과의 65%가 경북에서 난다. 검역 절차 개선이 빠르게 진행되면 추가 개방과 진배없다”라며 “법사위 질의에서 정부가 검역 절차 개선 합의는 인정했으나 개방과의 연관성에 애매모호했다. 어떤 결과든 지역 농민 피해가 없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대독 축사를 통해 “한미 관세 협상 과정에서 미국 측 요구가 컸지만 식량안보의 민감성을 감안해 ‘추가 개방 없이’ 협상을 마무리했다”면서도 “국제 여건이 녹록지 않다. 생산성 제고와 시장 경쟁력 강화를 정책적으로 뒷받침하겠다”라고 했다.

농업계는 검역 완화는 시장 개방이라는 의견을 강조했다. 최흥식 한국농업연합회 중앙연합회장은 "사과를 비롯한 주요 농산물의 검역 완화는 사실상 시장 개방"이라며 "기반이 무너지면 필리핀과 같이 수입 의존 국가로 전락한다. 더 이상의 개방은 있을 수 없다는 원칙 아래 지혜를 모아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home 한소원 기자 qllk338r@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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