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도 위협...야밤 길거리서 사냥 다닌 최소 7마리 ‘위험 동물’ 정체

2025-08-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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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에 침입해 가축 공격하는 사례 잇따라
어두운 밤 조깅, 산책하는 사람들 안전 위협해

전남 영광에서 야생화된 들개 무리가 떼지어 출몰하며 가축은 물론 주민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 농가의 피해가 잇따르는 가운데, 군 당국은 포획 작전에 돌입했지만 주민들의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다.

야간 카메라에 잡힌 들개. 기사와 무관한 자료 사진 / 유튜브 '  EBS 컬렉션 - 사이언스'
야간 카메라에 잡힌 들개. 기사와 무관한 자료 사진 / 유튜브 ' EBS 컬렉션 - 사이언스'

영광군에 따르면 이달 초 군서면 마읍리와 만곡리 일대에서 들개 무리가 잇따라 농가를 습격했다. 지난 2일에는 한 농가에서 사육 중이던 염소 5마리가 물려 죽었고, 불과 사흘 뒤인 5일에는 또 다른 농가 두 곳에서 염소 7마리가 같은 피해를 입었다. 6일과 7일에는 닭장이 습격당해 닭 3마리가 폐사했다.

불과 일주일 사이 4개 농가에서 염소 14마리와 닭 3마리가 들개 무리에 희생된 셈이다. 이 과정에서 농가 주인 1명이 공격을 막다 다치기도 했다. 단순한 가축 피해를 넘어 사람까지 위험에 노출된 것이다.

영광군은 현장 확인 결과, 이 일대에 최소 7마리의 들개가 무리를 지어 사냥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다만 동일한 개체군인지, 혹은 서로 다른 무리가 활동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들개들은 처음에는 염소나 닭 같은 작은 가축을 공격하다가 점차 송아지 같은 대형 가축으로 사냥 대상을 넓힐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군 관계자는 “무리가 안정적으로 생존하고 번식까지 시작하면, 결국 사람을 향한 공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우려된다”며 “특히 노약자나 영유아, 여성을 대상으로 한 인명 피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연합뉴스에 설명했다.

야생 들개 / 연합뉴스, 영광군 제공
야생 들개 / 연합뉴스, 영광군 제공

현재 들개 무리는 군서면을 넘어 대마면과 영광읍 등지에서도 목격되고 있다. 주로 어두운 밤에 조깅, 산책 등을 하는 사람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들개화한 개들은 유기견에서 시작된 경우가 많다. 버려진 개체가 생존을 위해 야생성을 회복하고, 무리를 이루면서 공격성이 강해지는 것이다. 특히 사냥 경험을 통해 성공을 거둔 무리일수록 가축뿐 아니라 인간을 대상으로도 공격성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에 영광군은 경찰·소방과 합동으로 포획팀을 꾸려 들개 포획에 나섰다. 동시에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들개화할 수 있는 유기견을 적극적으로 수거해 동물보호센터에 인계하고 있으며, 증식 차단을 위한 중성화 사업도 병행 중이다. 군 관계자는 “농촌에는 버려진 개가 들개화하는 사례가 많다”며 “반려견을 버리지 않도록 홍보하고, 발견되는 개체는 신속히 포획해 피해 확산을 막겠다”고 밝혔다.

들개 포획틀 / 연합뉴스 자료사진
들개 포획틀 / 연합뉴스 자료사진

문제는 이런 위험 상황이 단발성이 아니라는 점이다. 영광군의 유기동물 발생 건수는 해마다 증가 추세다. 2022년 212마리에 그쳤던 유기동물은 2023년 247마리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312마리까지 치솟았다. 버려진 개체들이 들개화해 무리를 형성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가축 피해를 넘어 지역 사회 전반의 안전 문제로 번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도심과 농촌 경계가 흐려진 상황에서 들개 무리가 점차 사람을 향해 위험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며 “근본적으로는 유기동물 관리와 반려견 책임 의식이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들개 무리의 위협은 현재진행형이다. 영광 주민들의 불안은 이미 ‘사람 피해가 나기 전까지는 안심할 수 없다’는 수준에 이르렀다. 포획 작전의 성패가 단순히 가축 보호를 넘어, 주민들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유튜브, EBS 컬렉션 - 사이언스

들개 만났을 때 이렇게 대처해야 한다

먹을 것을 주지 않는다

불쌍하다고 먹이를 주면 들개가 인간을 먹이 공급원으로 인식해 더 자주 접근하게 된다. 이는 공격성 강화로 이어질 수 있어 절대 피해야 한다.

큰 소리를 내지 않는다

위협을 받았다고 소리치면 오히려 자극을 줄 수 있다. 조용히 뒤로 물러나 안전한 공간으로 피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급작스러운 움직임을 삼간다

갑작스럽게 뛰거나 팔을 휘두르면 공격성을 자극한다. 동작을 최소화하고 천천히 후퇴해야 한다.

막대기나 우산을 활용한다

직접 공격하지 않더라도 들개와의 거리를 확보할 수 있는 도구를 들고 다니는 것이 도움이 된다. 우산을 펼치면 체격을 크게 보이게 할 수 있다.

관할 당국에 즉시 신고한다

들개가 무리 지어 돌아다니는 것을 목격하면 지자체, 경찰, 소방 등에 바로 신고해야 한다. 개인이 직접 포획하려 하면 더 큰 위험에 처할 수 있다.

home 김희은 기자 1127khe@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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