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안 돼…국내서 얼굴만 비춰도 경사인데 '이것'까지 포착돼 난리 난 멸종위기종

2025-08-20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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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개월간 포란서 이소까지 전 과정 면밀히 관찰·기록
멸종위기종 2급…국내서 거의 확인되지 않는 희귀 철새

희귀 철새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벌매가 번식하는 장면이 최근 강원도에서 포착됐다.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을 사용해 만든 사진입니다.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을 사용해 만든 사진입니다.

20일 양양군에 따르면 양양생태사진연구회는 지난달 양양 백두대간 능선에서 벌매가 굴참나무에 둥지를 틀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이후 연구회는 약 2개월간 포란에서 이소까지의 전 과정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기록해 왔다.

벌매는 우리나라에서 번식이 거의 확인되지 않는 희귀 철새로 알려져 있다.

양양서 목격된 벌매 / 양양군 제공
양양서 목격된 벌매 / 양양군 제공

이번 사례는 부화와 육추(알에서 깐 새끼를 키움) 과정이 과거에 비해 비교적 자세히 관찰된 케이스에 속해 더 특별하다.

벌매란 이름은 땅벌이나 말벌 집을 털어 애벌레를 잡아먹는 습성 때문에 붙여졌다. 애벌레 말고도 개구리와 뱀 등도 먹이로 삼는다. 시베리아와 중국 동북부에서 번식하고 인도 자바섬 등지에서 월동하는 철새다.

6~7월경 2개의 알을 낳으며 포란 기간은 30~35일, 육추 기간은 40~45일 정도다.

앞서 연구회는 올 상반기에도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긴점박이올빼미의 번식 과정도 촬영한 바 있다.

벌매 / 국립생물자원관
벌매 / 국립생물자원관

선종용 연구회 사무국장은 "양양 지역의 소중하고 깨끗한 생태 자원을 보호하고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촬영을 통해 양양 자연 생태계를 널리 알리겠다"라고 밝혔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된 벌매는 국내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희귀 철새다. 벌매는 여름 철새로 주로 아무르 지역, 사할린, 몽골, 중국 황하 하류, 일본, 동남아시아 등에 분포한다. 국내에는 이동 시기에 서해안의 도서 지역, 남해안 등지에서 흔히 관찰된다. 최근 이동 시기의 관찰 기록이 증가하면서 봄, 가을을 중심으로 많은 수가 규칙적으로 한반도를 통과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양양 사례처럼 최근 강원도에서 소수의 번식 기록도 확인되고 있다.

사람의 간섭이 적고 울창한 나무가 많은 곳에서 주로 서식한다. 벌매는 낮에 활동하는 주행성 조류로, 해가 떠 있는 시간 동안 활발히 먹이 활동을 하고 둥지를 돌보는 모습이 관찰된다. 어두운 밤에는 활동이 줄고 안전한 가지 위에서 휴식을 취한다.

국립생물자원관
국립생물자원관

벌매의 가장 독특한 습성은 말벌이나 벌의 유충을 주된 먹이로 삼는다는 점이다. 일반 조류가 잘 기피하는 말벌 집을 벌매는 두려워하지 않고 공격해 유충을 꺼내 먹는다. 이 때문에 벌매는 ‘벌을 잡아먹는 매’라는 이름을 얻었다. 벌침에 대한 특이한 내성이 있어 다른 새들이 감히 건드리지 못하는 먹이를 독점한다. 또 날카로운 부리와 발톱을 이용해 말벌 집을 파괴하는 능력이 뛰어나며 그 과정에서 온몸의 깃털이 말벌의 공격으로부터 보호 역할을 한다. 벌매는 꿀벌도 먹지만 주로 말벌과 땅벌 유충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개미, 메뚜기, 딱정벌레 등 곤충을 먹기도 하며 가끔 작은 파충류나 양서류를 잡아먹는 사례도 보고됐다.

산란기는 주로 5~6월 사이에 집중된다. 벌매는 키 큰 활엽수의 가지 끝이나 숲의 울창한 곳에 둥지를 틀고 번식한다. 둥지는 얇은 가지와 풀줄기를 교묘하게 엮어 만들며 외부에서는 잘 보이지 않도록 잎으로 위장을 한다. 알은 보통 1~3개 정도 낳으며 흰색 바탕에 갈색 무늬가 퍼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양양서 목격된 벌매 / 양양군 제공
양양서 목격된 벌매 / 양양군 제공

암컷이 주로 알을 품지만 수컷도 번갈아 가며 둥지를 지킨다. 부화까지 걸리는 기간은 약 30일 전후로 알려졌으며 부화 후에는 수컷과 암컷이 함께 새끼에게 먹이를 운반해 기른다. 새끼는 빠르면 한 달 남짓 만에 둥지를 떠나 독립을 시작하지만 일정 기간은 부모 곁에서 먹이 활동을 배우며 생존 기술을 익힌다.

벌매는 넓은 산림과 벌집이 풍부한 생태 환경을 선호한다. 특히 사람의 간섭이 적고 벌집이 잘 형성되는 숲이 주요 서식지가 된다. 벌매는 먹이 습성 때문에 벌 개체 수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벌이 줄어들면 벌매도 먹이 부족을 겪게 되고 번식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 때문에 생태계 균형과 곤충 다양성 보존이 벌매 보전에 중요한 조건으로 꼽힌다.

home 한소원 기자 qllk338r@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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