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지렁이·벌레 다 아니다…뭔지 알고 나면 기겁하는 '생명체' 정체

2025-08-20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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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에 숨은 작은 해양 생명체의 놀라운 일상

언뜻 보기에는 무엇인지 식별이 잘 가지 않는 정체불명의 바다 생명체가 있다?!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바닷속 모래에서 길게 솟아난 이 생명체를 처음 본 사람들은 대개 뱀, 지렁이, 혹은 수초로 착각한다. 몸길이가 가늘고 길며, 물결에 따라 좌우로 흔들리는 모습은 뱀이 모래 속에서 고개를 내민 것과 닮았다. 머리만 내민 채 꿈틀거리는 습성은 지렁이를 연상시키고, 수십 마리가 한자리에 모여 팔랑거리면 바닷속 풀숲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정체는 장어다. 바로 '정원장어'라는 이름을 가진 어류다.

정원장어는 뱀장어목 붕장어과에 속하는 소형 장어다. 몸길이는 30~60cm에 이르며, 몸통 굵기는 약 1.3cm 정도로 매우 가늘다. 눈이 크고 머리가 도드라져 있어 다른 장어와도 차별되는 외형을 보인다. 종류에 따라 점박이나 줄무늬, 얼룩 같은 다양한 무늬가 나타나며, 화려한 색채로 수족관에서도 인기다.

정원장어 자료사진. / Toeizuza Thailand-shutterstock.com
정원장어 자료사진. / Toeizuza Thailand-shutterstock.com

서식지는 인도-태평양 산호초와 모래 바닥의 해저 5~150m 수심이며, 일부 종은 대서양 온난 수역에서도 발견된다. 정원장어는 몸 대부분을 모래 속에 파묻고 머리만 내민 채 살아간다. 겁이 많아 위험을 감지하면 재빨리 모래 속으로 숨고, 먹이를 먹을 때조차 몸 전체를 굴 밖으로 내놓지 않는다.

정원장어는 무리를 지어 산다. 수백에서 많게는 수만 마리까지 모여 군집을 이루는데, 그 모습은 마치 바닷속에 정원이 펼쳐진 듯하다. 살아 있는 동안 자리를 거의 옮기지 않고, 한 평생을 같은 모래굴에서 보낸다. 이 때문에 다른 어류와 달리 끊임없이 헤엄치지 않고, 고정된 삶을 살아가는 '집돌이 물고기'로 불리기도 한다.

정원장어들 자료사진. / gumichan-shutterstock.com
정원장어들 자료사진. / gumichan-shutterstock.com

먹이는 해류를 따라 떠다니는 동물성 플랑크톤이다. 정원장어는 단순히 머리를 내밀고 있다가 흐르는 먹이를 낚아채는 방식으로 살아간다. 번식기가 되면 정원장어는 평소와는 다른 행동을 보인다. 암수는 몸을 비비며 꽈배기처럼 얽혀 교미하고, 수컷들 사이에서는 영역을 지키기 위한 치열한 싸움이 벌어진다. 이 싸움에서 진 수컷은 평생 살던 굴을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떠나야 하기 때문에 결투는 치명적인 의미를 가진다.

정원장어는 수족관에서도 자주 만날 수 있다. 귀엽고 독특한 생김새 덕분에 많은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지만, 사육은 까다롭다. 고운 모래와 일정한 수류가 필요하고, 플랑크톤을 직접 배양해 먹이로 공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생김새 때문에 종종 뱀이나 지렁이, 심지어 수초로 착각되는 정원장어는 실제로는 독특한 생태와 생활 방식을 가진 해양 어류다. 바다 한가운데 작은 굴에 몸을 묻고, 무리를 이루어 살아가는 모습은 바닷속에 정원을 연상시키며 보는 이들에게 신비로운 인상을 남긴다.

유튜브, 국립생태원
home 권미정 기자 undecided@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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