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 속 보물찾기해야 하나…한 달 새 가격 기겁할 만큼 오른 '국민 식재료'
2025-08-21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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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폭우에 가격 172% 상승한 식재료
지난 6월에 이어 두 달째 상승세 이어가
지난달 기록적인 폭염과 폭우로 농축산물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생산자 물가가 상승했다. 그중에서도 시금치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대로라면 김밥 안에서 속 재료인 시금치마저 거의 못 볼지도 모른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20.20(2020년 수준 100)으로, 전월보다 0.4%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6월(0.1%)에 이어 두 달째 상승세를 이어간 셈이다.
전월 대비 등락률을 품목별로 보면 농산물(8.9%), 축산물(3.8%) 등을 포함한 농림수산품이 5.6% 높아졌다. 이는 2023년 8월(7.2%) 이후 1년 11개월 만에 최대폭 상승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산품은 석탄 및 석유제품이 2.2%,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가 0.6% 각각 오르면서 0.2% 상승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력·가스·수도 및 폐기물은 주택용 전력(-12.6%)이 크게 내려 1.1% 하락했다.
서비스업은 음식점 및 숙박 서비스(1.1%)와 금융 및 보험 서비스(1.4%)가 함께 오르면서 0.4% 상승했다.
세부 품목 중에서는 시금치(171.6%), 배추(51.7%), 쇠고기(6.5%), 돼지고기(4.2%), 기타 어류(11.3%), 넙치(9.3%) 등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어육(9.3%), 농축채소즙(12.7%), 경유(5.4%), 제트유(6.7%), 관광 숙박시설(49.0%), 휴양 콘도(24.1%) 등도 크게 올랐다.
반면 주택용 전력(-12.6%), 산업용 도시가스(-5.4%) 등은 내렸다.
이문희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지난달 폭염과 폭우 등 기상 여건에 따라 작황이 채소 작황이 안 좋았다"라며 "쇠고기와 돼지고기는 행락철 수요가 증가한 가운데 폭염으로 인한 생육 부진이나 폐사 증가, 공급 부족이 겹쳤다"라고 설명했다.
소비 쿠폰 영향과 관련해서는 "지난달 하순부터 지급이 시작돼 본격적인 영향을 파악하기 어렵다"라며 "수요 증가 기대감에 일부 영향을 줬을 수 있지만 그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는 통계적으로 구별하기는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또 수입품까지 포함해 가격 변동을 측정한 국내 공급물가지수는 6월보다 0.8% 상승했다. 원재료(4.6%), 중간재(0.4%), 최종재(0.5%) 등이 모두 올랐다.
또한 국내 출하에 수출품까지 더한 지난달 총산출물가지수도 0.6% 상승했다.

◎ 폭염·폭우에 취약한 시금치
한국인의 밥상에 유독 자주 오르는 시금치는 대표적인 잎채소로서 기온과 수분 변화에 민감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특히 여름철의 폭염과 집중호우는 시금치 생육에 큰 타격을 주는 요인으로 꼽힌다.
시금치는 비교적 서늘한 기후에서 잘 자라는데 기온이 급격히 오르면 잎의 생리 작용이 불안정해지고 수분 증발이 빨라져 생육이 위축된다. 또 고온 환경에서는 병해충 발생도 활발해져 시금치의 품질과 수확량이 급격히 떨어진다. 뿌리의 활착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열 스트레스가 이어질 경우 시금치는 쉽게 시들고 심한 경우 고사에 이르기도 한다.
폭우 역시 시금치 재배에 치명적이다. 잎채소는 특성상 토양의 배수 상태에 따라 생육 차이가 큰데 집중호우로 토양이 과습해지면 뿌리 호흡이 방해돼 산소 부족 현상이 나타난다. 뿌리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양분 흡수가 제한되고 잎의 성장도 더뎌진다. 심한 경우 뿌리썩음병이나 곰팡이성 질환이 발생해 재배 전체가 피해를 볼 수 있다. 또한 폭우 이후 강한 일조가 이어지면 토양 내 수분 불균형으로 인한 생리장해가 동반돼 잎끝이 타들어 가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기후 변화로 인한 폭염과 폭우는 해마다 그 강도와 빈도가 높아지고 있어 시금치 재배 농가의 어려움은 더 커지고 있다. 농가에서는 차광망 설치, 배수로 정비, 내재해성 품종 선택 등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안정적인 기후 환경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시금치는 비교적 짧은 생육 기간을 가진 작물임에도 불구하고 외부 환경 변화에 취약하기 때문에 기후 위기 시대에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채소 중 하나로 꼽힌다.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서는 재배 기술의 개선뿐만 아니라 기후 적응형 농업 정책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