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수가, 안 믿긴다…다시 시청률 '0%대'로 추락한 한국 드라마

2025-08-21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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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 인기 웹툰 원작을 드라마로 옮긴 지상파 드라마

이제 종영까지 단 3회밖에 남지 않았는데 다시 시청률 0% 굴욕을 맛본 한국 드라마가 있다.

'내 여자친구는 상남자' 출연 중인 배우 도지원. / 유튜브 'KBS Drama'
'내 여자친구는 상남자' 출연 중인 배우 도지원. / 유튜브 'KBS Drama'

참신한 소재로 방영 전 기대를 모았던 KBS2 수목드라마 '내 여자친구는 상남자'에 대한 이야기다.

'내 여자친구는 상남자'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네이버에서 연재된 맛스타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원작은 성별이 바뀐 연인 이야기를 감정선 위주로 그린 풋풋한 청춘 로맨스로 인기를 모았고, 드라마는 이를 확장해 캠퍼스 청춘극으로 각색했다.

드라마는 평범한 대학생 커플 윤재와 지은이 겪는 기이한 상황에서 출발한다. 하루아침에 지은이 남성으로 변하며 혼란에 빠진 두 사람은 낯선 현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거쳐 진짜 사랑의 의미를 찾아간다. 이 작품은 로맨틱 코미디와 판타지, 청춘 성장 드라마의 요소를 동시에 담았다.

'내 여자친구는 상남자' 포스터. / KBS 제공
'내 여자친구는 상남자' 포스터. / KBS 제공

주인공 박윤재는 천문학과 학생으로 순정남 이미지를 가진 윤산하가 연기한다. 여주인공 지은은 여성일 때는 아린이, 남성으로 변한 뒤에는 유정후가 맡아 두 얼굴을 가진 캐릭터의 극적 전환을 보여준다. 지은의 언니 김지혜는 츄가 연기하며 갈등을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초반에 윤재는 남자가 된 지은을 믿지 못하지만 둘만 아는 비밀을 통해 진짜 정체를 확인하게 되고, 이후 관계는 단순한 연인에서 ‘모습과 상관없는 사랑’을 고민하는 단계로 발전한다.

원작 웹툰은 성별 변환 배경과 가족사에 무게를 두면서 열린 결말을 택했으나, 드라마는 시각적 연출과 인물관계를 확장하며 '있는 그대로의 사랑'을 강조하는 서사를 중심에 두고 있다. 원작 팬과 신규 시청자를 동시에 겨냥해 감각적인 코미디와 청춘 로맨스의 결을 덧입힌 것이다.

지난 20일 방영된 '내 여자친구는 상남자' 9회에서는 김지훈, 박윤재, 강민주의 얽힌 감정이 폭발하며 긴장감이 고조됐다. 지훈의 외할머니 집을 찾은 이들은 가족의 과거와 비밀을 알게 되었고, 갈등과 고백이 이어졌다. 강민주의 기습 고백과 혼란 속에서 마지막 장면에서는 갑작스럽게 다시 여성의 모습으로 돌아온 지은이 등장해 반전을 선사했다. 이 장면은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남기며 이후 전개에 대한 궁금증을 키웠다.

'내 여자친구는 상남자' 주연 윤산하와 아린. / 유튜브 'KBS Drama'
'내 여자친구는 상남자' 주연 윤산하와 아린. / 유튜브 'KBS Drama'

그러나 드라마의 시청률 성적은 부진하다. 첫 방송 시청률은 1.7%(이하 전국 기준, 닐슨코리아 제공)였으나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보였다. 다섯 번째 방송부터는 1%선을 간신히 유지했고 최근 7회와 9회에서는 0.9%를 기록하며 결국 0%대에 재진입했다. 1회는 1.7%, 2회는 1.1%, 3회는 1.4%, 4회는 1.2%, 5회는 1.0%, 6회는 1.1%, 7회는 0.9%, 8회는 1.1%, 9회는 0.9%였다. 연출과 배우들 케미스트리에 대한 호평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은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내 여자친구는 상남자'는 TS물(Trans-Sexual fiction, TSF), 즉 성별 전환이라는 이색적인 설정을 한국 지상파 드라마에 본격 도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파격적인 소재가 시청층을 확장하기보다 오히려 호불호를 갈라 놓으며 시청률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앞으로 남은 회차에서 결말을 어떻게 끌고 가느냐가 작품의 완성도와 성과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내 여자친구는 상남자'에 출연 중인 츄. / 유튜브 'KBS Drama'
'내 여자친구는 상남자'에 출연 중인 츄. / 유튜브 'KBS Drama'

§ '내 여자친구는 상남자' 시청률 추이 (전국 기준/닐슨코리아 제공)

1회(7월 23일) : 1.7%

2회(7월 24일) : 1.1%

3회(7월 30일) : 1.4%

4회(7월 31일) : 1.2%

5회(8월 6일) : 1.0%

6회(8월 7일) : 1.1%

7회(8월 13일) : 0.9%

8회(8월 14일) : 1.1%

9회(8월 20일) : 0.9%

오늘날 드라마 시청률 하락은 단순히 작품의 문제를 넘어선 플랫폼 환경 변화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OTT·모바일 중심의 시대가 열리면서 본방 사수라는 문화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지상파와 케이블이 과거처럼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기 위해서는 제작비 구조, 시청률 집계 방식, 콘텐츠 유통 전략까지 근본적 혁신이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 지상파 드라마 시청률 추락, 그 배경 '7가지'

1. OTT 시장의 폭발적 성장

넷플릭스, 디즈니+, 티빙, 웨이브, 왓챠 등 OTT 서비스가 대중화되면서 본방 사수라는 개념이 사라졌다. 이제는 방송 시간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시간, 원하는 장소에서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대다. 오리지널 시리즈와 VOD 서비스까지 다양해지면서 지상파·케이블의 실시간 시청률은 자연스럽게 하락할 수밖에 없다.

2. 콘텐츠 선택권의 과잉 공급

예전에는 KBS, MBC, SBS가 사실상 독점하던 드라마 시장이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수백 개의 케이블 채널, 유튜브, 웹예능, 게임 등 수많은 미디어가 동시에 시청자를 끌어당기고 있다. 채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한 작품이 압도적인 시청률을 독식하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

3. 젊은 세대의 TV 이탈, 고령층의 시청 습관 변화

2030 세대는 TV보다 스마트폰·태블릿에서 콘텐츠를 소비한다. TV를 아예 보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며 노년층의 비중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역시 OTT로 유입되는 추세다. 전통 방송의 충성 시청자는 줄고, 새로운 세대는 아예 TV와 무관한 생활을 하고 있다.

4. 시청률 집계 방식의 한계

IPTV나 OTT로 실시간 방송을 보거나, 방송 후 VOD로 시청하는 경우는 기존 시청률 집계에 반영되지 않는다. 실제로는 많은 사람들이 드라마를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숫자로는 잡히지 않아 0%대라는 충격적인 기록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집계 시스템의 혁신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5. 제작비 상승과 광고 수익 감소

드라마 제작비는 출연료와 CG 비용을 포함해 과거보다 2~3배 늘었다. 반면 광고 수익과 투자금은 줄었다. 제작사들은 과감한 기획 대신 안정적인 배우 캐스팅과 익숙한 플롯에 의존한다. 신선함은 떨어지고, 반대로 넷플릭스나 디즈니+ 같은 글로벌 OTT는 막대한 투자로 실험적인 작품들을 쏟아낸다. 지상파·케이블이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6. 팬덤 중심 소비 구조

시청률은 낮지만 특정 배우 팬, 원작 팬덤이 OTT나 온라인에서 강하게 소비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대중 전체가 함께 보는 국민 드라마는 거의 다 사라지고, 이제는 소규모 팬덤의 충성도가 시청 패턴을 좌우하는 시대다. 이로 인해 시청률의 범국민적 의미는 다소 퇴색했다.

7. 케이블 역시 침체 국면

케이블과 위성방송 가입자는 줄고 있으며 IPTV와 OTT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 케이블 오리지널 드라마 역시 투자와 기획력 한계로 OTT와 차별화하지 못하면서 시청률 침체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전통 방송 전체가 구조적으로 쇠퇴하는 흐름이다.

유튜브, KBS Drama
home 권미정 기자 undecided@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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