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놀자, 8년 동안 남의 돈으로 '모텔 할인쿠폰' 만들어서...
2025-08-21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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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박예약 플랫폼 야놀자·여기어때의 황당한 ‘쿠폰 먹튀’

국내 최대 숙박예약 플랫폼 야놀자는 무슨 일을 벌인 것일까.
야놀자가 무려 8년 3개월간 입점 모텔업주들의 돈이 들어간 할인쿠폰을 소비자가 사용하지 않으면 아무런 보상 없이 일방적으로 소멸시키는 '쿠폰 먹튀'를 자행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중징계를 받았다. 중소 숙박업소들이 생존을 위해 낸 광고비까지 '먹어치운' 갑질의 전형적 사례란말이 나온 다.
공정위는 최근 야놀자(놀유니버스)와 여기어때컴퍼니의 거래상지위 남용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15억 4000만원을 부과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중 야놀자가 받은 과징금은 5억 4000만원이다.
박정웅 공정위 제조업감시과 과장은 20일 YTN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숙박업소 사장님들의 돈이 들어간 할인쿠폰이 있는데 소비자가 쓰지 않고 남은 쿠폰 금액을 플랫폼이 돌려주지 않은 행위를 제재했다"며 "이를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 즉 갑질로 보고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야놀자의 쿠폰 갑질 수법은 치밀했다. 2017년 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무려 8년 3개월간 '내주변쿠폰 광고' 상품을 판매하면서 광고 계약기간이 종료되면 미사용 쿠폰을 일방적으로 소멸시켜왔다. 입점업체가 '내주변쿠폰 광고'를 구매하면 월 100만~300만원인 광고비의 10~25%를 쿠폰으로 돌려받는 구조였지만, 소비자가 사용하지 않으면 업체에 환급하지 않고 그대로 야놀자 주머니로 들어갔다.
황당한 건 야놀자가 입점업체들에 구제책이 있는 것처럼 속였다는 점이다. 입점업체가 광고 이용을 연장하는 경우 1회에 한해 쿠폰 잔여액을 이월해 재발급해준다고 했지만, 이것도 결국 함정이었다. 이월됐는데도 사용되지 않은 쿠폰은 최종적으로 소멸시켜 결국 업체들의 돈을 가로챘다. '2번의 기회'를 준다며 선심을 쓰는 척했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박 과장은 "야놀자와 여기어때는 온라인 숙박 앱 시장에서 1, 2위를 다투는 사업자로 대부분의 중소 숙박업소가 이 두 플랫폼에 입점해 있다"며 "바로 이런 시장에서의 지위가 이번에 문제가 된 거래상 지위 남용이 가능했던 배경이 됐다"고 지적했다.
야놀자의 갑질이 가능했던 건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 때문이었다. 모텔이나 펜션 같은 중소 숙박업소들은 야놀자 없이는 손님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 내몰려 있다. 야놀자는 이런 약자의 처지를 노골적으로 악용했단 말이 나온다. 수많은 숙박업체가 플랫폼 안에서 경쟁하는 상황에서 광고를 통해 자신이 운영하는 객실을 화면 상단에 노출시키는 것은 생존을 위한 필수 영업 활동이었다.
박 과장은 야놀자 등은 시장 점유율이나 숙박업소들의 매출 의존도를 볼 때 우월한 갑의 위치에 있었다면서 "플랫폼은 입점업체가 비용을 부담한 할인쿠폰이 소비자에게 사용되지 않고 남았을 경우 원칙적으로 환급이나 이월 조치 없이 일방적으로 소멸시켰다"고 설명했다.
야놀자는 이런 불공정한 거래로 막대한 부당 이익을 챙겼다. 할인쿠폰이 포함된 광고 상품을 일반 광고 상품보다 더 비싸게 판매해 이중으로 돈을 뜯어냈다. 업체들로부터는 비싼 광고비를 받아챙기고, 쿠폰이 사용되지 않으면 그 비용마저 돌려주지 않는 '이중 착취' 구조를 만들어낸 것이다.
특히 야놀자의 광고 계약 기간은 통상 1개월에 불과했다. 짧은 기간 안에 소비자가 쿠폰을 모두 사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이런 조건을 설정한 것이다. 할인쿠폰과 광고는 단순히 객실 가격을 깎아주는 것을 넘어 '선착순' '마감 임박' 같은 문구로 소비자의 구매를 바로 유도하는 핵심 마케팅 수단이었다.
공정위는 야놀자의 이런 행위가 "자신의 우월한 거래상지위를 남용해 입점업체에 부당하게 불이익을 제공한 행위"라며 "입점업체는 쿠폰 비용의 일부 또는 전부를 이미 광고비에 포함해 지불했음에도 미사용 쿠폰이 소멸함에 따라 금전적 손해를 입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미사용 쿠폰 소멸정책은 정상적인 거래 관행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야놀자의 행위가 상식을 벗어난 갑질임을 분명히 했다.
야놀자는 공정위 조사가 본격화된 작년 5월에야 뒤늦게 광고와 쿠폰이 결합된 상품의 판매를 중단했다. 8년 넘게 지속해온 불공정 행위를 들키고 나서야 손을 뗀 것이다. 박 과장은 "야놀자가 작년 5월부터 광고와 쿠폰이 결합된 상품의 판매를 이미 중단했기 때문에 미사용 쿠폰 소멸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박 과장은 "이번 조치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대표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빈번하게 활용되는 할인쿠폰과 관련해 플랫폼 사업자가 입점업체에 피해를 초래한 불공정거래행위를 시정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입점업체는 쿠폰 비용의 일부 또는 전부를 이미 광고비에 포함해 지불했음에도 미사용 쿠폰이 소멸함에 따라 금전적 손해를 입었다"며 야놀자의 갑질 행위가 중소업체들에게 실질적 피해를 입혔음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