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실례입니다…평양냉면집서 입 밖에 내면 안 되는 '금기어'

2025-08-21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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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면발에 대한 자부심 담긴 평양냉면

여름철 별미 평양냉면 모습.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를 활용해 제작한 이미지입니다. 실제 모습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여름철 별미 평양냉면 모습.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를 활용해 제작한 이미지입니다. 실제 모습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평양냉면은 단순하면서도 깊은 맛을 자랑하는 음식이다. 육수는 맑고 은은하며 고기나 동치미 국물을 섞어내어 잡내 없이 담백하다. 자극적이지 않은 대신 오래 음미할수록 진가를 느낄 수 있다.

평양냉면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보다 면발의 질감과 담백한 육수의 조화에 있다. 특히 면발은 메밀 함량이 높아 부드럽고 잘 끊어지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다른 지역의 냉면과 달리 씹을 때 질긴 느낌이 적고 입안에서 은은하게 풀어지며 메밀 특유의 고소한 향이 퍼지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이런 이유로 평양냉면을 제대로 즐기려면 가급적 면을 가위로 자르지 않는 것이 좋다. 가위로 면을 자르는 행위는 마치 고운 결을 가진 천을 거칠게 잘라내는 것과 비슷하다. 평양냉면의 면발은 원래부터 부드럽게 끊어지도록 만들어졌기에, 입안에서 자연스럽게 흩어지는 그 맛과 식감을 즐기는 것이 본래의 취지다. 하지만 가위로 자른다면 면발의 질감이 무너지고 혀끝에서 느껴야 할 섬세한 감각이 사라진다. 나아가 메밀면 특유의 향긋한 풍미도 단절돼 진정한 평양냉면의 매력을 충분히 느끼기 어렵다.

평양냉면의 면은 단순히 먹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오랜 세월을 이어온 음식 문화의 결정체이기도 하다. 평양 지역의 기후와 토양은 메밀 재배에 적합했고 이는 자연스럽게 메밀 음식을 발달시키는 기반이 됐다. 그 결과 평양 사람들은 메밀면을 이용해 냉면을 만들어 먹었고 지금까지도 그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평양냉면을 가위로 자른다는 것은 평양냉면 특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태도로 비칠 수도 있다.

물론 다른 냉면집, 특히 함흥냉면이나 일반적인 냉면집에서는 면발이 질기고 탄력이 강하기 때문에 가위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에는 가위로 잘라야 오히려 먹기 편하고 맛을 즐기기에 적절하다.

그러나 평양냉면은 다르다. 메밀 함량이 높아 이미 쉽게 끊어지므로 굳이 가위가 필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가위로 자르면 얇고 부드러운 면발이 뭉그러지고, 특유의 향과 식감이 사라져 버린다. 그래서 평양냉면 전문점에서 “가위 좀 주세요”라는 말은 어색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이는 마치 고급 차를 마시면서 설탕을 듬뿍 넣어 달게 만드는 것과도 같은 격이다. 사실상 실례로 비칠 수도 있기 때문에 가급적 이런 말은 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따라서 평양냉면집에서 가위로 면을 자르는 행동은 단순히 먹기 편하게 하려는 습관이 아니라, 평양냉면을 잘 알지 못한다는 무언의 표현이 되기도 한다. 가위로 자른 평양냉면은 그 본질적인 매력을 온전히 느끼기 어렵게 된다.

결론적으로 평양냉면을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가위는 내려놓는 것이 좋다. 젓가락으로 면을 감아올려 입안 가득 넣고, 은은한 육수와 함께 천천히 음미해 본다. 그 속에 담긴 깊이 있는 맛, 메밀의 향기, 그리고 수백 년 이어온 음식 문화의 맥락이 느껴질 것이다. 평양냉면은 단순한 한 끼 식사가 아니라 오랜 역사와 전통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음식이다.

여름철 별미 평양냉면을 가위로 자르는 모습.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를 활용해 제작한 이미지입니다. 실제 모습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여름철 별미 평양냉면을 가위로 자르는 모습.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를 활용해 제작한 이미지입니다. 실제 모습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home 손기영 기자 sk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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