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값 인하 소식에 안심하기 무섭게 가격 파도타기 시작한 '국민 식재료'

2025-08-21 15:34

add remove print link

말복 끝나자 복날 특수 효과 마무리

말복이 지난 뒤 닭고기 가격이 안정세로 돌아서자마자 오르기만 하던 닭고깃값의 기세를 이어받은 듯 소고기 가격이 대신 날뛰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해 과거 코로나19 재난 지원금 지원 때와 마찬가지로 민생회복 소비쿠폰의 여파로 보인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육계농가에서 닭들이 작은 축사에 모여있다. / 뉴스1
한 육계농가에서 닭들이 작은 축사에 모여있다. / 뉴스1

지난 1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수산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닭고기 소매 가격(1kg)은 이달 초 6857원에서 19일 6019원으로 약 12% 하락했다.

업계는 지난 9일 말복이 지나자 수요가 줄어들며 '복날 특수' 효과가 마무리된 것으로 보고 있다.

여름철은 삼계탕 등으로 인해 닭고기 소비가 가장 많은 시기다. 지난달 15일부터 닭고기 가격은 꾸준히 오르며 예년보다 높게 형성됐다. 실제 지난해 8월 국내산 닭(1kg) 평균 소매 가격은 6025원이었지만 올해는 6297원으로 4.5%나 상승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삼계탕 가격도 인상했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지역 삼계탕 1인분 평균 가격은 1만 7924원으로, 1년 전보다 약 5% 높았다.

한 축사에서 소들이 대형 선풍기 바람을 쐬며 여름을 이겨내고 있다. / 뉴스1
한 축사에서 소들이 대형 선풍기 바람을 쐬며 여름을 이겨내고 있다. / 뉴스1

이런 가운데 소고기 가격은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안심(100g) 소매 가격은 평년(최근 3년 평균) 1만 4507원 대비 올해 평균 1만 3912원으로 약 4% 저렴하게 나타났으나 이달에 들어서자 빠르게 오르고 있다.

이달 1일 1만 1699원이던 소고기 가격은 지난 19일 1만 2997원으로 약 11% 상승했으며 인천 지역에서는 최고 1만 5127원까지 기록했다.

여기에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효과가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2021년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이 풀린 이후 소고기 가격이 9월 1만 6593원에서 10월 1만 7631원, 12월엔 최고 1만 8259원까지 빠르게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바 있다.

반면 돼지고기 가격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삼겹살(100g) 소매가격은 이달 1일 2784원에서 지난 19일 2874원으로 소폭 올랐으나 큰 변동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 뉴스1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 뉴스1

소비쿠폰 효과, 일시적인 소비 진작에 그칠 수도 있단 지적 나와

2분기 소상공인 업종 가운데 술집 매출이 1년 전보다 9.2% 줄며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분식, 아시아 음식, 패스트푸드, 카페 등 외식업 전반에서도 매출 감소가 이어졌다. 한국신용데이터 조사에 따르면 소상공인 평균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줄었고, 개인사업자 대출이 있는 사업장 중 49만여 개가 폐업 상태로 평균 대출 잔액이 6300만 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통해 소비를 자극하려 하지만 효과가 일시적인 데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소비쿠폰 사용률은 50%를 넘어섰지만 소비 증가가 반짝 효과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데이터 컨설팅 기업 피앰아이(PMI)에 따르면 소비쿠폰을 받은 뒤에도 소비 규모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으며 온라인 영세 자영업자는 사용처 제외로 어려움이 더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소비쿠폰이 물가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 소고기와 채소 가격이 급등한 뒤 내수가 얼어붙었던 사례가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꼽힌다.

한 양돈축사에서 돼지들이 더위를 식혀줄 비닐닥터(원통비닐을 이용해 깨끗하고 시원 공기가 들어오는 시스템)와 대형환풍기를 이용해 더위를 나고 있다. / 뉴스1
한 양돈축사에서 돼지들이 더위를 식혀줄 비닐닥터(원통비닐을 이용해 깨끗하고 시원 공기가 들어오는 시스템)와 대형환풍기를 이용해 더위를 나고 있다. / 뉴스1

돼지고기, '상대적' 안정적이지만…국민 대표 외식 메뉴란 말 무색

소고기에 비하면 돼지고기는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가성비를 챙기는 맛에 먹던 '국민 대표 외식 메뉴'란 말은 무색해졌다. 최근 삼겹살 월평균 가격은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달성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삼겹살 100g의 평균 소비자가격은 2882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2554원)보다 12.8% 올랐고 평년(2619원) 대비 10% 상승했다.

지역별로는 제주 3152원, 전북 3008원 등 일부 지역에서 이미 3000원을 넘어섰고 유통 채널에 따라 최저 2850원에서 최고 6300원까지 두 배 이상 차이가 벌어졌다.

특히 백화점에서 판매되는 최상급 삼겹살은 100g당 6300원으로, 한 근 가격으로 따지면 3만 7800원에 이른다. 삼겹살이 서민 음식이라는 인식을 흔들어 놓는 셈이다.

가격이 뛰는 데는 도축량 감소와 가공용 원료육 수요 증가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돼지 평균 도매가격이 1kg당 5300~5500원 수준으로 지난해보다 약 3.5%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기후플레이션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행정안전부 집계에 따르면 5월 말부터 이달 중순까지 폭염으로 피해를 본 가축은 151만여 마리로 지난해보다 67.9% 늘었고 돼지만 8만 6000여 마리가 폐사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위기 경보가 한 달 넘게 '심각' 단계에 머물면서 공급 불안 우려도 커졌다.

home 한소원 기자 qllk338r@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