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랍게도 한국에도 있다... 다른 물고기 피 빨아 먹는 괴물 닮은 물고기
2025-08-21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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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지정해 보호하는 한국 물고기

한국엔 다른 물고기의 몸에 달라붙어 혈액을 빨아먹는 괴이한 모습의 물고기가 있다. 현생 어류 중 가장 원시적인 분류군으로 여겨지는 칠성장어다. 마치 공상과학 영화에 등장할 법한 이 생명체는 수억 년 전부터 지구 바다를 누비며 독특한 생존 방식을 이어왔다. 안타깝게도 이제 한국 연안에서는 보기 어려운 희귀한 존재가 됐다. 
칠성장어는 턱이 없는 무악어류로 원구류로도 불린다. 몸길이는 40~50cm에 달한다. 뱀장어와 비슷하게 길고 원통형의 몸을 가지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머리 뒤쪽에 7쌍의 아가미 구멍이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칠성장어라는 이름이 붙었다. 턱 대신 흡반 모양의 입을 갖고 있으며, 입안에는 각질성의 날카로운 이빨이 여러 개 나 있다.
칠성장어의 가장 독특한 특징은 바로 다른 물고기의 피를 빨아먹고 사는 기생 생활이다. 성체가 된 칠성장어는 바다에서 2, 3년간 다른 어류의 몸에 흡반 모양의 입으로 달라붙어 체액을 흡입해 먹으며 성장한다. 이들은 거머리처럼 숙주 물고기의 몸에 붙어 날카로운 혀로 상처를 낸 다음 피를 빨아먹는다. 이러한 기생 생활을 통해 바다에서 충분히 성장한 후에는 5, 6월쯤 강으로 거슬러 올라와 자갈이 깔린 강바닥에서 산란하고 죽는다.
다만 칠성장어의 전 생애가 기생으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알에서 부화한 유생은 눈이 없는 채로 강바닥 진흙 속에서 약 4년간 생활하며 유기물이나 부착조류를 걸러 먹는다. 이 시기의 유생은 10~17cm까지 자란다. 가을과 겨울에 걸쳐 변태를 거쳐 다음해 봄에 바다로 내려간다. 이때부터 소화기관이 발달해 본격적인 기생 생활을 시작한다.
야행성인 칠성장어는 놀라운 운동 능력을 갖고 있다. 흡반 모양의 입으로 바위에 달라붙어 폭포도 쉽게 오르내릴 수 있다. 몸의 색깔은 등쪽이 암청색을 띤 흑색이며 배쪽은 약간 연한 색을 띤다. 가슴지느러미와 배지느러미는 없으며, 등지느러미는 제1등지느러미와 제2등지느러미로 구분된다. 
과거 한국에서 칠성장어는 낙동강을 비롯해 동해와 남해로 흐르는 여러 하천에서 비교적 흔하게 발견됐다. 1960, 1970년대만 해도 강 근처에서 생활하던 사람들에게 칠성장어는 익숙한 어종이었다. 하지만 환경오염과 하천공사, 그리고 약용으로 인한 남획 등으로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했다. 현재는 해류의 변화로 인해 영동지방에서 동해로 유입하는 삼척 오십천, 양양 남대천, 강릉 연곡천, 고성 명파천 등의 하천에 드물게 출현하고 있다.
칠성장어의 급격한 개체수 감소로 인해 환경부는 2005년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현재 이를 포획하거나 채취, 훼손, 고사시키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국가적색목록 평가결과에서도 위기(EN) 등급으로 분류됐다.

칠성장어는 예로부터 식용으로 이용됐으며, 비타민A가 풍부해 야맹증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여겨졌다. 동의보감에서는 야맹증을 치료하기 위해 말려 구워 먹는다고 기록돼 있다. 유럽에서도 오랫동안 귀중한 식재료로 취급받아 중세 시대 왕실 음식으로도 사용됐다.
칠성장어는 전 세계적으로 일본, 러시아, 중국, 시베리아 헤이룽강 수계, 사할린, 북아메리카 등에 분포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서식지 파괴와 환경 변화로 인해 그 개체수가 현저히 줄어들고 있어 보전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양양 남대천이나 금강하구둑 등에서 칠성장어가 돌아오고 있다는 보고가 있지만 여전히 그 개체수는 과거에 비해 현저히 적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