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 담배꽁초 버린 60대, “봐달라” 외치다 밝혀진 정체
2025-08-22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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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꽁초 단속에 덜미 잡힌 177억 사기범
서울 한복판에서 담배꽁초를 버리다 경찰에 붙잡힌 60대 남성이 사실은 177억 원대 가상화폐 사기 사건의 수배자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경찰청 기동순찰대는 지난 20일 오전 11시 30분께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인근에서 60대 남성 A 씨를 검거했다고 22일 밝혔다.
경찰은 순찰 도중 길에 담배꽁초를 버리고 황급히 자리를 뜨는 남성을 발견했다. 제지를 받자 그는 “한 번만 봐달라”고 말하며 택시에 오르려 했고 수상한 태도를 보이자 경찰은 신분증을 요구했다. 그러나 A 씨는 이를 내밀지 않은 채 “돈을 주겠다”는 말을 반복하고 휴대전화를 들고 통화하는 척을 하며 도주를 시도했다. 결국 현장에서 붙잡혀 신원을 확인한 결과 그는 사기와 폭행 등 10건의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수배자였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2018년부터 2019년까지 다단계 방식의 가상화폐 투자 사기를 벌여 약 1300명으로부터 177억 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었다. 특정 코인을 사면 막대한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속여 투자금을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2020년부터 검거되기 전까지 약 5년간 도피 생활을 이어온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 씨를 체포한 뒤 사건을 담당하는 서울남부지검에 신병을 넘겼다. 서울경찰청은 “기동순찰대가 범죄 취약 지역에서 거동 수상자를 세밀히 검문한 덕분에 대형 사건 수배자를 검거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강력범죄가 우려되는 지역에서 순찰을 강화해 시민 체감 안전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신림역 일대는 지난해 7월 흉기 난동 사건 이후 범죄 예방 순찰이 강화된 곳이다. 올해 상반기에도 기동순찰대는 이 일대에서 8000억 원 규모 불법도박 사이트 운영 수배자를 검거한 바 있다.
기동순찰대는 부족한 경찰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범죄 예방 효과를 높이기 위해 도입된 조직이다. 기존 지구대나 파출소와 달리 특정 관할에 묶이지 않고 필요에 따라 현장에 투입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한때 운영이 축소되기도 했지만 최근 잇따른 ‘이상 동기 범죄’와 강력범죄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2024년 재정비돼 전국 시·도 경찰청 단위에서 다시 꾸려졌다. 서울경찰청은 약 400명 규모로 편성돼 있으며, 신림역처럼 범죄 발생 우려가 큰 지역을 중심으로 도보 순찰과 검문을 이어가고 있다. 평소에는 범죄 취약지를 돌며 예방 활동을 하고, 112 신고가 접수되면 초동 대응에 나서는 역할도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