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놓치면 돈 있어도 못 먹는다…무려 40만 원 호가하는 한국 토종 '희귀 과일' 정체
2025-08-22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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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중 단 2개월만 맛볼 수 있는 희귀 과일
연간 2000여 통만 생산되는 한국 토종 희귀 과일…오늘(22일)부터 백화점서 판매

한 통에 최대 40만 원을 호가하는 국내 토종 명품 과일이 오늘(22일)부터 전국 백화점에서 판매를 시작한다. 바로 광주 무등산에서만 자라는 '무등산 수박'이다.
롯데백화점은 22일부터 오는 10월 5일까지 전국 27개 매장에서 무등산 수박을 선보인다고 발표했다. 수도권 17개점과 지방 10개점에서 동시에 판매하며, 올해 첫 수확분을 백화점업계 최초로 출시한다.

1년 중 단 2개월만 만날 수 있는 희귀 과일
무등산 수박은 국내에서 오직 광주광역시 무등산 일대에서만 재배되는 유일무이한 특산물이다. 8월 중순부터 10월 중순까지 약 2개월간만 수확이 가능해 '기회를 놓치면 1년을 기다려야 하는' 과일로 유명하다.
올해 생산량은 더욱 제한적이다. 현재 7개 농가에서 약 2000여 통만 출하할 예정으로, 전국적 수요를 감안하면 극도로 희소한 상황이다. 이는 1997년 34개 농가가 운영되던 시절과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규모다.
가격대는 크기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8kg짜리가 7만 5000원, 10kg짜리가 10만 원대에 판매되며 최대 24kg 상품은 40만 원을 호가한다. 일반 수박 대비 10배 이상 비싼 가격이지만, 매년 조기 완판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자라준 것만으로도 고마울 지경"…농가의 눈물
무등산수박영농조합법인 김영기(68) 회장은 28년째 무등산 수박을 키우고 있지만, 해마다 심해지는 기후변화로 재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 회장은 지난 20일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해를 거듭할수록 날씨와의 사투가 버겁다"며 "자라준 것 만으로도 고마울 지경"이라고 털어놨다.
특히 올해는 극심한 폭염과 집중호우가 번갈아 찾아오면서 수박 농가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 지난달 426.4mm의 폭우가 쏟아졌을 때는 하우스 안으로 물이 들어차 여러 넝쿨이 썩는 피해가 속출했다고 한다.
김 회장은 "무등산 수박의 명맥을 보존해야 한다는 의무감과 명예, 농가의 숙제가 있다. 쉽사리 이를 놓을 수 없다. 지자체 차원의 많은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임금님 진상품에서 현대의 명품 과일로
무등산 수박은 조선시대 임금에게 진상하던 귀한 과일로, '푸랭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일반 수박과는 확연히 다른 외형과 맛을 자랑한다.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줄무늬가 전혀 없는 짙은 청록색 껍질이다. 씨앗도 일반 수박처럼 검게 변하지 않아 구별이 쉽다. 크기는 일반 수박의 2~3배에 달하며, 최소 8kg에서 최대 30kg까지 자란다.
재배 조건도 까다롭다. 무등산 중턱 해발 300m 이상의 특정 지역에서만 가능하며, 한 통을 기르기 위해서는 지름 1m, 깊이 1.2m 이상의 구덩이를 파야 한다. 한 줄기에서 오직 한 통만 수확하는 것도 특징이다.
이런 특별함 때문에 무등산 수박은 '과일계의 에르메스', '금수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독특한 향기와 깊은 단맛, 특유의 식감으로 미식가들 사이에서 최고급 과일로 인정받고 있다.
위태로운 무등산 수박 명맥...기후변화로 직격탄
하지만 무등산 수박 산업은 존폐 위기에 직면해 있다. 농가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농민 고령화와 신규 진입 농가 부재 문제도 심각하다.
특히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는 재배에 치명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통적인 노지 재배는 이미 사양길에 접어들었고, 하우스 재배로 전환했음에도 불구하고 극단적 날씨 변화에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나마 최근 지자체의 차열막 설치 지원, 품종개량비 지원 등이 이뤄지면서 올해 출하량을 2000여 통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무등산 수박은 22일부터 롯데백화점과 광주 북구 금곡동 무등산수박 공동직판장에서도 판매된다.
한정된 생산량과 짧은 판매 기간을 고려할 때, 무등산 수박을 맛보고 싶다면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