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널려서 잡초인 줄 알았는데… 정력에 최고라는 '뜻밖의 식물'

2025-08-22 17:08

add remove print link

뿌리도 잎도 없이 딴 식물에 기생해 살아가는 독특한 식물

쑥을 감고 있는 노란 식물이 바로 토사자다. / '텃밭친구' 유튜브
쑥을 감고 있는 노란 식물이 바로 토사자다. / '텃밭친구' 유튜브

요즘 들녘에 가면 노란 실처럼 다른 식물을 휘감는 덩굴을 볼 수 있다. 이 기묘한 식물이 바로 새삼이다. 새삼은 뿌리도 잎도 없이 오직 다른 식물에 기생해 살아가는 독특한 생태를 보인다. 이 식물의 씨앗인 토사자는 수천 년간 우리 조상들이 중요한 약재로 여겨왔다.

토사자라는 이름의 유래를 살펴보면 흥미롭다. 한자로 ‘兎絲子’(토끼 토, 실 사, 아들 자)라고 쓰는데, 토끼가 먹은 실 같은 식물의 종자라는 뜻이다. 새삼 덩굴이 가늘고 황금색을 띠어 실처럼 보이는 모습에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고려 시대에는 조이마, 조선 시대에는 조마라고 불렸으며, 동의보감에는 '새삼배'로 기록됐다.

새삼은 메꽃과에 속하는 한해살이 덩굴성 식물로 매우 독특한 생태를 보인다. 처음에는 일반 식물처럼 뿌리를 갖고 발아하지만 숙주식물에 도달하면 뿌리를 스스로 없앤다. 그 후 흡기라는 특수한 기관을 만들어 숙주식물의 줄기나 체관에 파고들어 영양분을 흡수한다.

새삼은 엽록소가 없어 광합성을 할 수 없다. 대신 칡이나 쑥, 콩과식물 등 다양한 식물에 기생하며 100% 영양을 빼앗아 성장한다. 줄기는 지름 2mm 정도로 황갈색 또는 붉은빛을 띤 갈색이며 철사처럼 가늘다. 잎은 퇴화해 길이 2mm의 비늘 모양으로만 남았다.

새삼은 한반도 전역의 산과 들에서 자란다. 특히 밭이나 논둑, 야산의 관목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여름부터 가을에 걸쳐 흰색 꽃이 짧은 이삭 모양으로 달린다. 각각의 꽃은 종 모양으로 끝이 4-5갈래로 나뉜다. 가을에 달걀 모양의 삭과가 익으면 깍정이가 열리면서 토사자 씨앗이 나온다.

토사자 / '텃밭친구' 유튜브
토사자 / '텃밭친구' 유튜브

토사자는 한의학에서 매우 중요한 약재로 분류된다. 특히 양기를 북돋아주는 효능으로 유명하다.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달며 약간 매운맛이 난다. 신장과 간의 기능을 강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토사자의 양기 강화 효능은 수지양배당체라는 성분 때문으로 추정된다. 이 성분이 신장의 기운을 보하고 성기능을 강하게 하는 작용을 한다. 전통적으로 남성의 정력 강화와 무정자증 치료에 사용됐다. 영조 때 유중림이 지은 증보산림경제에는 토사자를 술에 우려 가루를 만들고 참새 알 흰자와 함께 환약을 빚어 따뜻한 술로 복용하면 남성의 정액이 차고 맑아져 무정자증을 치료한다고 기록돼 있다.

토사자는 신장과 간의 음기를 보충하면서 동시에 양기를 강화하는 독특한 특성을 갖는다. 이는 단순히 성기능만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신체 기능을 조화롭게 향상시키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허리와 무릎이 시리고 아픈 요슬산통, 어지럼증, 시력 감퇴 등에도 효과가 있다고 전해진다.

토사자는 주로 차로 우려 마시거나 환약 형태로 복용한다. 토사자차를 만들 때는 씨앗 12-15g을 물 200ml에 넣고 달인다. 하루 3번 식사 전에 따뜻하게 해서 마신다. 토사자는 성질이 따뜻하므로 찬 물보다는 따뜻한 물로 우리는 것이 좋다.

전통적인 제조법은 더욱 정교하다. 동의보감에는 새삼 씨를 술에 담갔다가 쪄서 햇볕에 말리기를 아홉 번 반복한 후 가루 내어 8g씩 하루 두 번 따뜻한 술에 타서 빈속에 먹는다고 기록돼 있다. 이런 구증구폭 과정을 거치면 토사자의 약효가 더욱 강화된다고 여겨졌다.

토사자주를 만들 때는 토사자 씨앗을 깨끗하게 씻어 말린 후 소주나 청주에 우린다. 보통 토사자 100g에 소주 1.8리터 비율로 3개월 이상 숙성시킨다. 이렇게 만든 토사자주는 식후에 소량씩 마신다.

토사자차는 맛이 담백하고 약간 고소한 맛이 난다. 처음 마시는 사람도 거부감 없이 마실 수 있는 순한 맛이다. 다만 토사자는 약재이므로 지속적으로 복용할 때는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토사자는 양기 강화 외에도 다양한 건강 효능이 있다. 신장 기능 강화, 간 기능 개선, 시력 보호, 피로 회복 등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당뇨병이나 요붕증 같은 소갈증에도 효과가 있다는 기록이 있다.

피부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토사자를 달인 물을 피부에 발라주면 땀띠, 여드름, 주근깨 등에 효과가 있다고 전해진다. 또한 혈압을 낮추는 작용과 심장 기능을 강화하는 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의할 점도 있다. 양기가 강한 경우에는 사용하면 안 된다. 신장에 열이 많고 양기가 강한 사람도 피해야 한다. 염증성 질환이 있을 때도 사용을 금한다. 무엇보다 약재이므로 과도한 섭취는 피하고 적정량을 지켜야 한다.

토사자는 가을에 새삼의 열매가 익을 때 채취한다. 9-10월경이 최적의 채취 시기다. 이때 씨앗이 완전히 성숙해 약효가 가장 뛰어나다. 채취한 씨앗은 깨끗하게 씻어 이물질을 제거한 후 햇볕에 잘 말려 보관한다.

토사자는 우리나라 전통 약재 중에서도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다. 신체의 기본 에너지를 보충하면서도 특정 기능을 강화하는 균형 잡힌 효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건강 관리를 위해 찾는 소중한 자연의 선물이다.

토사자 / '텃밭친구' 유튜브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NewsChat